[장범석의 라멘기행] 우리나라 짬뽕 닮은 '베트콩 라멘' 

2018-07-04 18:22:14

- "라멘은 국민식, 라멘을 알면 일본이 보인다"

[프라임경제] 베트콩(일본어 베토콘)은 1960~1970년대 미국과 대항하기 위해 베트남 공산당이 결성한 남베트남 해방 기구다. 그들은 세계최강 미군을 상대로 변변한 무기도 없이 게릴라전으로 승리했다. 이 베트콩을 메뉴 명으로 삼은 라멘이 1969년 아이치(愛知)현 이치노미야(一宮)시에 등장한다. 개발자는 중화요리점 '신쿄(新京)'를 운영하는 점주다.

▲신쿄(新京)의 베트콩 라멘. ⓒ 신쿄홈페이지

주방장이 과로에 지친 종업원에게 마늘과 고춧가루로 매운 면 요리를 만들어 주는 것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아마도 당시로서는 일본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매운 맛을 독한 베트콩의 이미지에 빗댔을 터다. 종업원 식사(마카나이)가 정식 메뉴로 승격하는 경우는 외식업계에 종종 있는 일이다. 맛에 까다로운 집단이 먹는 음식은 대개 일반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신쿄가 베트콩 라멘을 개발할 당시는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당시 메뉴판을 보면 삿포로 라멘 등 이름 있는 면 요리 틈바구니에 겨우 이름이 올라 있는 정도다.

그 후 시간이 흐르자 매콤한 맛과 독창적 조리법이 주목을 끌며 점포와 지역을 대표하는 메뉴가 됐다.

베트콩 라멘의 외관과 맛은 한국의 짬뽕을 떠오르게 한다. 볶은 마늘 두어개가 통째로 올라가고 숙주·대파·부추 등 야채에 고춧가루가 듬성듬성 묻어있는 모습이 일본 음식치고는 매우 이색적이다. 국물은 닭 뼈 다시를 베이스로 얼큰하고 구수하게 맛을 낸 쇼유나 미소가 주류를 이룬다. 다시를 낼 때 돼지 뼈를 함께 넣는 경우도 있다.

현지에서는 라멘에 올라가는 야채고명을 '헷도(head)'라 부른다. 헷도를 더 맵게 해 달라, 헷도부터 먹어야 제 맛이라는 등 듣기에 따라서는 섬뜩할 수 있는 표현이 라멘 집에서 예사로 통용된다. 유명 요리 사이트 'cookpad'에는 헷도 만드는 레시피가 올라와 있다. 이것은 일본인들이 즐기는 언어유희지만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정서를 의식해서인지 신쿄는 어느 틈엔지 베트콩은 '베스토콘디숀(best-condition)'의 약칭일 뿐 베트콩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언했다. 먹고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고객이 많다는 주석도 덧붙인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신쿄와는 별도로 자신들이 베트콩 라멘의 원조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점포가 있다. 1975년 인근 기후(岐阜)현 기후시에서 오픈한 '베트콩라멘 코란(香蘭)'이라는 곳이다. 자신들은 처음부터 베트콩의 용맹성에 감명을 받아 이름을 붙였고, 개업 때부터 이 메뉴를 팔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쿄가 직선 면을 사용하고 코란이 치치레(곡선) 면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맛은 대동소이하다. 다행이 두 점포는 원조 논쟁이나 상표등록 같은 분쟁거리를 만들지 않고 있다. 각자 지역에서 노포(老鋪)로 건재하며 베트콩 라멘이 널리 전파되도록 서로 협조하고 있다.

이들 중 신쿄는 개업 희망자가 있으면 소정의 수련기간을 거쳐 노렌와케(暖簾分け) 방식으로 점포를 내 주고 있다. 노렌와케는 에도시대 상공인들이 일정기간 봉사한 직원에게 노하우를 전수해 동일한 상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제도다.

노렌은 점포입구에 내거는 천 가림 막을, 와케는 나눔을 뜻한다. 효율과 스피드를 우선으로 하는 것이 서양식 프랜차이즈라면 노렌와케는 전통과 인정(人情)을 중시한다. 현재 신쿄의 노렌을 사용하는 점포는 발상지 아이치와 기후현을 비롯해 오사카, 오카야마, 북큐슈, 아오모리 등 전국에 퍼져 있다.

이 라멘은 오늘도 거대한 라멘 시장에서 자기 색깔을 고수하며 야금야금 자리를 넓혀 나가고 있다. 그 옛날 베트콩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치현과 나고야 소개

일본열도 중앙부에 위치한 아이치현은 과거 오와리(尾張)와 미카와(三河)로 불렸다. 일본 전국시대 희대의 영웅 오다·노부나가(織田信長), 그 뒤를 이어 전국을 통일한 토요토미·히데요시(豊臣秀吉)를 배출했고, 에도시대 다이묘(大名) 70%가 이곳 출신일 정도로 중·근세 중앙정치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현재는 자동차·항공우주·세라믹·특수강 분야 대기업이 밀집한 기간산업의 메카로 일본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동력원이다.

이 중에서도 토요타자동차의 존재는 단연 두드러진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토요타자동차는 중견 자동차메이커인 다이하츠(DAIHATSU)와 히노(HINO)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중대형 프리미엄 승용차 전문의 스바루(SUBARU)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2017년 토요타 브랜드로 847만대, 그룹전체로는 1038만대를 생산했다.

토요타자동차 본사가 있는 토요타(豊田)시는 과거 코로모(挙母)로 불리던 지역이었다. 오랫동안 낙후됐던 이 지역이 자동차 도시로 주목을 받자, 지역 상공회의소가 지명의 한자가 어렵고 나가노현에 같은 지명이 있다는 이유로 시에 청원을 넣어 1959년 도시 이름을 바꿨다.

현재 토요타자동차 본사의 지번은 토요타시 토요타쵸 1번지다. 토요타시와 인근 카리야(刈谷)시에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토요타자동차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아이치현은 비옥한 토지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예로부터 농수산물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우선 농산물 출하액이 전국 47개 광역지자체 중 7위에 해당한다. 양배추·시소·머위·브로콜리·콜리플라워·무화과 생산량은 전국 1위이고, 특히 화훼산업은 50년 넘게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수산분야에 있어서는 꽃게와 바지락이 어획량 전국 1위다.

이밖에 우주 셔틀실험용 야토미(弥富) 금붕어, 맛챠(抹茶)의 원료 니시오(西尾)차, 전국 시장의 20%를 점하는 미카와잇시키(三河一色) 민물장어, 일본 3대 기와 중 하나인 산슈가와라(三州瓦)도 아이치현이 생산하는 명품이다.

베트콩 라멘의 발상지 이치노미야시는 나고야 북쪽으로 20㎞ 정도 떨어진 아이치현의 끝자락에 위치한다. 최근 옛 공장지대에 주택과 상업시설이 들어서며 나고야의 베드타운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전에는 방직·섬유회사 많아 '여공의 거리'로 불렸다.

아이치현의 중심 나고야는 16개 구에 230만이 거주하는 중부권 최대 도시다. 수도권·킨키(近畿)권과 함께 일본 3대도시권을 형성하고 있다. 나고야와 그 주변을 합치면 1000만이 넘는 세계 37위 메가시티가 된다. 시내는 지하철 6개 라인이 곳곳을 커버하고, JR 신칸센과 재래선·사철 메이테츠(名鉄)와 킨테츠(近鉄)・중장거리 버스가 주변 도시를 촘촘히 연결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나고야는 항구도시로도 위상이 높다. 남쪽 미나토(港)구와 주변 도시에 걸쳐있는 나고야항은 일본 내 화물량 1위의 국제 무역항이다.

아이치현에는 교포 3만1000여명이 거주하고 있고, 나고야에 총영사관이 있다.

◆명소 소개

△나고야(名古屋)성
도쿠가와·이에야스가 천하 평정 후 1609년 9남을 위해 세움, 토쿠가와 고산케(장군가의 핵심 세 가문)의 하나로 메이지시대까지 사용, 현존하는 성 중 규모 가장 큼, 오사카성·쿠마모토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으로 꼽힘, 국가 특별사적, 천수각의 금박 치미 '킨샤치(金鯱)'가 나고야의 심벌. (교통편) 나고야지하철 메이죠(名城)선 시야쿠쇼(시청)역 도보 5분.

△토요타 산업기술기념관
토요타 섬유공장 터에 1994년 11월1일 개관, 섬유기계관과 자동차관으로 구성, 전시물 대부분 실물이고 동태(움직이는 상태)보존 중으로 모의가동 가능, 27,127㎡(8200평) 부지 내 전시물 많아 전부 돌아보는데 1일 소요, 인근에 고급도자기 메이커 '노리타케' 박물관도 있음, 입장료 ¥500(노리타케 포함 ¥800). (교통편) 나고야지하철 사코(栄生)역 도보 3분.

△박물관 메이지무라(明治村)
이누야마시 소재, 1965년 개원, 100만㎡(30만평) 부지에 메이지시대 건조물과 각종 자료를 전시한 야외 테마파크. 전시 중인 철도·우편·양조장·병원·극장·학교·교회·등대에 중요 문화재 다수. 제국호텔 중앙현관, 미에(三重)현 청사, 야마나시(山梨)현의 군(郡)청사, 삿포로 전화교환국 청사 등 희귀 건축물도 전시, TV 사극물 촬영무대로 유명, 이누야마시 소재. 입장료¥1700(탈 것 포함 ¥2700). (교통편) 메이테츠 이누야마역에서 메이지무라행 버스 20분.

△테마파크 리틀 월드
이누야마(犬山)시 소재, 1983년 나고야철도(메이테츠)가 건설 및 개원, 123만㎡(37만평) 부지에 한국 양반집을 비롯한 각국의 민가를 옮겨놓은 야외 박물관, 각국 요리·민족의상·열대지방의 스콜 등 체험, 계절별 각종 이벤트, 입장료 ¥1700. (교통편) 사철 메이테츠 이누야마역 하차 후 기후버스로 20분.

△레고랜드(LEGO LAND)
지난해 4월1일 나고야항 킨죠(金城)부두에 세계 8번째로 오픈, 토쿄의 디즈니랜드와 오사카의 유니버셜스튜디오에 필적하는 종합레저타운,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어드벤처 코스, 블록 1000만개로 나고야성 등 일본의 30여곳 명소를 표현한 미니 랜드, 1일이용권 ¥6200(12세까지¥4700). (교통편) 나고야역 지하철 아오나미선 킨죠부두역.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bsjang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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