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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양의 군대' 된 부산시의회에 부산 공무원 방긋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8.07.05 21:54:09

지난 3일 부산시의회에서 민주당 부산시의회 의장단 선거에 출마한 의원들이 최인호 시당위원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이번 지방선거에서 '파란 물결'이 전국을 강타했는데요. 더불어민주당은 특히 지방자치제도 실시 이래 자유한국당 계열에서 장기 집권을 해 온 부산광역시까지 각급 후보들을 대거 당선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따라서 그간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시장과 구청장, 시의원 등)과 익숙하게 지내온 지역 공무원 사회가 크게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지난달 중순부터 많이 나돌았죠. 일부 공무원들은 민주당 측 정치 활동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방해하고, 심지어 적은 숫자지만 각종 횡포까지 부리는 주구 노릇까지 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죠.  

구의회도 그렇지만, 특히 시의회가 민주당 초선 의원들 위주로 채워지면서 이들이 얼마나 같은 당 출신 오거돈 시장 결사 옹위를 위해 뛸까, 그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돼 온 많은 일들을 갈아엎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돌았습니다.

심지어 공무원들 사이에선 "시의원들이 엄청난 양의 자료 요청부터 할 텐데 복사하다가 과로사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게 결국 지나친 걱정이었던 걸로 너무도 일찍 결론이 나서, 부산 공무원들이 헛웃음을 짓고 있다고 하네요.
 
문제는 다름 아닌 '전략 부재'라고 하는데요. 시의회도 국회와 마찬가지로 시 공직자들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감시와 견제, 독려하기 위해 상임위원회를 설치합니다.

전문 분야를 골라 해당 이슈에 대한 연구를 해야 의정 질문도 하고 조례도 만들고 일 잘 하는 공무원들과 합심해 시너지도 키울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상임위 활동에는 개별 공격수의 전투력도 중요하지만, 그 지휘자 역할이 대단히 크게 필요하다고 합니다. 각 의원들의 협력과 의원 개개인들의 스스로 역량 발휘 마인드가 버무려지지 않으면 여러 일들을 잘 해내기가 어려우므로, 그래서 상임위원장을 누가 차지하느냐 그게 묘미라는 것이죠.

오해가 있을까 미리 말씀드리지만, 이는 이번에 부산시의회에 진출한 민주당 정치인 중에 단순히 '초선'이 많아서 과거 보수 정당 시의원들이 오래 터를 잡고 할 때보다 의정 활동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문제는, 그야말로 시의원은 고사하고 구의원도 한 차례 안 해보고 이번에 처음 시의원 배지를 달게 된 이들 또한 상당수라는 점, 더 심각한 것은 그 중 일부가 막바로 상임위원장을 차지한 경우조차 발견된다는 것인데요.

"사자가 이끄는 양떼는 강한 군대가 될 수 있으나, 양이 지휘하는 사자들은 강한 군대가 될 수 없다"고 합니다. 병법에서만이 아니라, 조직을 이끄는 문제에서는 다 통용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정치와 너무 무관하던 이들의 시의회 다이렉트 상장, 그 중에는 상임위원장으로까지 진출 등이 빚어진 원인에 대한 의혹이 나돌고 있으니 문제입니다. 지역 정가에서는 공천 과정에서의 특정 계파 부각 효과로 이를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 의장단 및 상임위원장의 자체 후보들을 선정하던 날에 상임위원장 후보 3명이 급히 사퇴 결심을 밝히는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부산 공무원들 특히 실장 혹은 국장들 정도면 대단히 노련하지요. 서울 다음 가는 도시를 운전하는 일을 실제로 현장에서 오래 해서 엄청난 내공이 있죠. 그런 공직 사회에 맞서면서, 또 협력하면서 쉽지 않은 의정 전쟁을 해야 할 민주당 초선들, 왜 굳이 강력한 의지를 갖춘 이들을 지휘권자를 잘못 앉히는 패착으로 '양의 군대'로 만드는지,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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