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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생 약속 어디로?"…현대중공업, 원청 '갑질' 여전

대한기업, "현대重 4대보험 납부 유예정책 시행 후 기성금 대폭 삭감"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8.07.07 13:55:16
[프라임경제] 현대중공업(009540, 대표 강환구)이 정부 정책을 악용해 협력사의 등골을 휘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016년 5월, 현대중공업은 협력사들과 경영난 극복을 다짐하며, 상생 협약을 맺었지만 당시 약속은 모두 '빛 좋은 개살구'였을 뿐이다.

지난 5일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현대중공업 관련 청원이 이틀만인 7일 오전11시 현재 6600여명의 지지를 받고 있다. ⓒ청와대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대중공업(주)의 "갑질횡포"를 멈춰주십시요' 제하의 글이 올라와 이목을 끌었다.

청원인은 현재 현대중공업 건조1부에서 선박건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내협력 업체 '대한기업'의 김도협 대표다.

청원의 주요 내용은 4대보험 납부 유예정책 이전에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근로자 임금 지급과 세금 납부가 가능한 수준의 기성금을 받았는데, 정책 시행 후 기성금이 대폭 삭감됐다는 것.

삭감된 기성금은 고스란히 대한기업 명의의 연체금으로 쌓여 현재 4대보험 연체금이 12억원에 달한다는 내용이다.

김 대표는 "대한기업이 납부해야 할 4대보험 금액만큼을 현대중공업이 기성금에서 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라임경제와의 통화에서 김 대표는 "4대보험 납부 유예정책 시행 후 현대중공업이 기성금을 대폭 삭감했다. 실무자와 부서장에게 '줄어든 기성금으로는 근로자 임금을 충당할 수 없다'고 얘기하니 '4대보험 납부 유예정책이 있으니, 그 방법을 활용해 해결하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대한기업 측 주장대로라면 현대중공업이 특별고용 지원업종에 한시적으로 실시하는 4대보험 납부 유예정책을 악용해 4대보험금 수준의 기성금을 삭감했으며, 그 피해를 고스란히 협력사에 전가시킨 셈이다.

특별고용지원업종제도는 경기 변동,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고용사정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악화될 우려가 있는 업종의 고용지원 제공을 위한 제도다. 조선업은 지난 2016년 6월30일 지정된 바 있으며, 이후 1년의 연장을 거쳐 지난 6월30일 유예기간이 만료됐다.

즉, 말 그대로 납부기한 유예에 불과한 본 정책은 보험금을 줄이거나 없애주는 취지가 아니기 때문에 유예가 만료된 현 시점에 협력사에겐 '폭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의 협력사는 대한기업 외에도 150여사에 달한다. 모든 협력사가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면 그 규모는 수천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重, 담당자 보직 해임 '꼼수' 쓰고 "나몰라라"

김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담당자 교체로 책임을 회피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공정 후계약'의 불공정 작업 관행으로 기성금이 얼마가 될 지도 모르고 작업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업계 특성 상 담당자와 구두 약속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현대중공업에서 갑자기 담당자를 교체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부서장과 담당과장이 대한기업에 인원 충원을 지시하면서 기성금을 맞춘 품위서 제출을 약속했지만 7월1일자로 부서장과 담당과장이 보직해임 됐다"라며 "새로운 책임자에 관련 사항을 문의했는데, '책임성 보직해임이라 나의 책임은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식의 답변을 하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이 같은 책임회피가 사실이라면 현대중공업이 지난 2016년 5월 원·하청 회사들과 맺은 상생 협약은 '쇼'에 불과했을 뿐이라는 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지난 2016년 5월 현대중공업은 심각한 경영난 타개를 위해 원·하청 회사들과 '하도급계약을 준수하고 작업비용 절감, 체불임금 예방 등을 위해 서로 협력하자는 내용'의 상생 협약을 맺고 위기 극복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당시 협약식에는 김환구 사장, 강환구 현대미포조선 사장(현 현대중공업 사장), 이철우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 김대재 현대중공업 사협력사협의회장, 이상록 현대미포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6년5월3일 김환구 사장, 강환구 현대미포조선 사장(현 현대중공업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업종 원·하청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대중공업



협약에는 △원청은 도급업무 내용과 도급대금 내역, 지급방법 등을 계약서에 명시해 서면으로 주는 원칙을 지킬 것 △설계변경에 따른 수정작업이나 작업환경 변화로 협력사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경우 단가 등 도급내용을 변경해 반영할 것 △협력사의 원활한 인력 운용을 위해 작업개시 전 충분한 작업정보를 주고 발주처 품질기준 변경에 협력사와 함께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선공정 후계약'의 불공정 작업을 지시한 점 △계약서에 명시해 서면으로 전달하기로 했던 원칙을 무시한 점 △작업환경 변화로 협력사 비용이 늘었음에도 책임자 보직해임 후 책임을 회피하려 한 점 등은 '상생'이라는 말보다는 '갑질'과 어울리는 행태로 보인다.

◆노조, "현대重 부당 대우 맞서 함께 할 것" 

본 청원에 대한 노동조합의 반응도 뜨겁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 자유게시판에는 "대한기업 대표의 청원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는 대한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하청이라 무시 못하는 구조를 우리가 만들고 쟁취하자" "업체장이 나서서 본인 이름 걸고 현중 횡포를 국민청원까지 올렸는데 조합에서도 뭐라도 해 줄 수 있는 건 해줘야 하는 건 아닌가?" "자동차지부와 미포 삼호지부와도 협조와 연계하면 20만 청원 불가능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정문 앞에 현수막 걸어라" "다들 참여해서 업체 장 살리자" "사람 좀 살립시다. 그리고 우리도 좀 살자구요. 맘속에 부당함, 억울함이 있다면 함께 뭉쳐야죠" 등의 글을 올리며 사측을 비판하고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노조와 만나 본 건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으며, 사측에서도 연락이 왔으나 아직까지 만남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유예 기간이 종료됐다. 4대보험금을 납부해야 하는 시점인데, 납부할 돈이 없다. 대한기업 외에도 하청 업체 중 대다수가 비슷한 고민에 빠졌을 것"이라며 "청원을 올렸다고 문제가 바로 해결되리라 기대하지는 않지만 현재의 답답한 상황을 알려 대한기업뿐만 아니라 협력사 모두 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본 건에 대해 현대중공업에 취재를 시도했으나 "내부적으로 확인 중이며, 공식 입장을 발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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