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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제 정착의 키포인트 "근로자 협조"

KT "공감대 필수", 이마트 "강력한 추진력", 프론텍 "발상의 전환" 강조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8.07.13 18:12:21
[프라임경제] 양동훈 서강대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정책 마련은 회사 몫이지만, 성공의 열쇠는 근로자의 협조에 있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프레스센터에서 12일 '근로문화 혁신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 사례발표회'를 열었다. ⓒ 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프레스센터에서 12일 개최한 '근로문화 혁신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 사례발표회'를 갈무리하면서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이날 열린 사례발표회에 참석한 업계 담당자들은 KT, 이마트, 프론텍의 근로문화 혁신 사례에 큰 관심을 보였다.

◆ "공감대 형성이 제도 정착 이끈다"

사례발표에 나선 한종욱 KT 인재경영팀장은 "근로문화 개선에 앞서 리스크 최소화와 업무 생산성 유지에 역점을 뒀다"라며 "이 같은 도전과제와 함께 KT 특성에 부합되는 근로문화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많은 기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PC오프제 도입을 보류한 이유에서 KT만의 근로문화 개선 의중이 드러났다. 한 팀장은 "PC오프제 시행을 검토했으나 KT 주요 업무인 대고객 서비스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리스크로 최종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신에 '복무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근무관리를 '일' 단위에서 '시간' 단위로 세분화했다. 또한 업무 특성상 연장근로가 필요한 직무에 3가지 유연근로제(선택근무제·코어타임 근무제·재량근무제)를 활성화했다.

한 팀장은 "유연근로제는 기존부터 있던 제도인데 눈치가 보여서 사용율이 저조했다"며 "유연근로제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사용율이 급격히 늘었으며, 업무 공백 최소화에 기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지난 3월 제도 시행과 함께 유연근로제 이용자는 409명에서 2041명으로 5배 증가했으며, 현재는 KT 전체 근로자 중 10% 이상이 유연근로제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장근로시간 감소 수치도 공유했다. 제도를 시행한 3월을 기점으로 연장근로시간은 59분에서 37분으로 40% 가깝게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팀장은 근로시간 단축 조기 정착 이유를 "직원의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KT는 전사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굿잡(9ood jo6)' 캠페인을 시행하는 등 제도 정착과 확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 "시행착오 두려워 말아야"

주 52시간 근무제와 별개로 올해부터 주35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인 이마트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을 생산성 향상의 계기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PC 셧다운제 △불필요한 업무 스크랩 △회의·보고 문화 개선 등의 제도를 운영해 업무 집중도를 향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부서·개인별 업무 여건에 따른 근로시간 활용이 가능한 체계도 마련했다.

이택진 이마트 급여후생 팀장은 "노동계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자 주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게 됐다"라며 제도 시행 배경을 설명하고, "2년간 준비를 했는데, 그 중 1년을 생산성 유지에 쏟았다.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업무를 개선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생산성 유지로 근무 강도가 높아지는 데 반발한 일부 근로자의 불만도 있었지만 이 역시 극복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팀장은 "나 역시 직원인데, 빨리 퇴근하는 것보다 더 좋은 메리트가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라며 직원의 원활한 협조가 가능했던 이유를 분석했다.

주 35시간 근무가 완벽히 정착되기 위한 실천방안도 제시했다. 이마트는 △9to5 정확히 지키기 △업무 우선순위 정하기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실천하기 △회의‧보고 문화 혁신하기 △효과적 커뮤니케이션하기의 5대 실천방안을 세워 직원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이 팀장은 "주35시간제를 운영한지 반년이 지났다. 그 사이 보완도 해 왔고, 직원도 제도에 적응했다"라며 "3분기 이후부터는 생산성이 본격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제도라는 게 완벽한 상태에서 시행될 수 없는 만큼 강력한 추진을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시행착오로 얻은 노하우가 더 큰 성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발상의 전환, '성공의 길'로 이끌다

시간선택제 여성근로자를 고용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프론텍의 사례도 소개돼 업계 관계자의 큰 관심을 받았다.

자동차부품 제조사인 프론텍은 작년에 447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110명의 종업원이 종사하는 중소기업이다.

프론텍은 시간선택제 여성근로자를 채용해 전일제 근로자와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직무체계를 만들고, 작업표준화를 통해 불필요한 근로시간을 단축했다.

민수홍 프론텍 대표는 "라인 작업자 중 외국인, 일용직 비율이 높아 품질과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내국인 고용을 고려했으나 인력 충원이 안됐다. 여기저기 수소문 하던 중 시간선택제로 구직을 원하는 경력단절 여성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시간선택제 여성근로자 채용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여성근로자를 채용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시간선택제 여성근로자가 근로시간 단축과 효율성 개선의 해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프론텍에서는 큰 성과를 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12월 경기도 여성고용우수기업 최우수기업 선정을 시작으로 여성가족부장관 표창, 시흥시 양성평등상을 수상한 프론텍은 자타가 공인하는 여성 인재 고용 우수 기업으로 면모를 다지고 있다. 프론텍은 지속적 고용 성과가 여성 인력의 활약상에 대한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민 대표는 "시간선택제 여성근로자를 채용할 경우 정부는 물론 여러 단체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면 혜택은 배가 된다"며 정부 지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프론텍은 2020년에 주52시간제 적용을 받는다. 그렇다고 주52시간제를 '옆집 불구경' 하듯 있을 수는 없다. 민 대표는 "강제로 근로시간을 축소하기 보다는 유연성 있게 제도를 정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6개월의 계도기간 중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소통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사례 발표 이후 좌담회(좌부터 한종욱 팀장, 양동훈 교수, 민수홍 대표, 이택진 팀장)가 열렸다. = 조규희 기자



한편, 경총은 제도와 시스템, 업무 프로세스 혁신 등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선도적으로 정착시킨 우수사례를 공유하고자 본 발표회를 기획했다. 

경총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이 기존 업무방식과 관행을 점검하고 근로문화의 혁신을 추구하는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며 "불필요한 업무를 개선해 총 업무량을 줄이고, 생산성 향상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어진다면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근로시간 단축에 의한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경총은 관련 제도 개선과 업무현장에 대한 실무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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