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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잡도리' 거친 입 '신공항 김정호' 배경 살펴보니

김현미가 문제 아니다? 인천 공항 중심논리 대변 KAL 등 결전도 불사할 듯

서경수·홍수지 기자 | tea@·ewha1susie@newsprime.co.kr | 2018.07.17 17:44:30

[프라임경제] 친환경농업 관심의 끈 놓지 않겠다며 신공항 이슈로 발길을 옮긴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행보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이번 6.13 지방선거와 함께 일부 지역들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 기회에서 국회에 입성했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터라, 20대 국회 상반기 활동은 겪어보지 못한 셈이다. 이번에 하반기 원구성과 새롭게 섞여들게 된 터라, 일각에서는 이런 위상의 인물들을 '0.5선'으로 다소 폄하해 부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는 배지를 받자마자 민감한 이슈인 신공항 문제를 겨냥하고 나섰다. 지금 신공항 이슈로 부산과 대구 사이의 강력한 지역 갈등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과거 동남권 신공항 추진 안건은 가덕도와 밀양 후보지간 경쟁으로 눈길을 끌었었다. 하지만 두안 모두 폐기되고 기존에 존재하던 김해 공항의 일부 증설을 통해 이를 신공항처럼 쓰자는 절충안이 채택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지나친 과열 및 갈등을 우려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는 의혹이 많았다. 이를 테면 정무적 조정 논란이다.

그런데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이 지난 지선 과정에서 가덕도 재추진 이슈를 점화했고, 이후 각종 갈등이 전개되고 있다. 중앙언론에서는 지역이기주의 주장을 펴고, 대구 및 경북권에서도 강하게 반발하자 일단 오 시장 진영에서는 김해 문제점을 우선 검토하자는 다소 유보적인 태도로 선회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삼 새로운 공격수가 나섰으니 그게 바로 김 의원이었던 것. 김해을에서 재보선으로 배지를 단 그이기에, 처음에는 단순히 김해 지역민들의 이해 관계를 반영한 이슈 만들기 발언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강력한 문제 제기와 김해 판단의 원천적 잘못 가능성을 뜯어보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다른 의견도 대두된다.

이런 상황은 단순히 타 지역과의 갈등과 조정 가능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구와 경북 등의 이해관계 논쟁 및 대화와 조정 상황에서 김 의원이 뚝심으로 몰아붙일 때는 붙이는 식의 초반부 상황 전개를 맡을 가능성이 주목된다. 김 의원은 제주도 북쪽의 추자도에서 태어나 부산대로 진학했다. 대학 시절 학생운동에 심취, 5공화국의 사냥개 였던 민정당의 부산 지구당을 습격, 점거하겠다고 나선 강경파였다.

그런 간단찮은 이력덕에, DJ 시절 이래 줄곧 승승장구해 온 현임 주무부처 장관과의 관계 설정도 대단히 눈길을 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운동권 출신으로 야당 사무처직원 공채로 들어가 부대변인 등 다양한 당직 활동 끝에 의원을 여러번 지냈고, 이제 국토교통부 장관 자리에 오른 '여걸 김현미'와의 일전 가능성도 김 의원이라면 점쳐 볼만하다는 소리가 나온다.

국토부에서는 김해 증설 사용을 새삼 뒤집어야 한다는 점에 별반 적극적이지 않다는 풀이가 나온다. 지금까지의 전체적 국토 균형 개발 논의에서도 관문 공항으로의 성격 규정이 필수적인 가덕도 신공항 이슈를 재차 불붙일 필요를 못 느낀다는 풀이가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이건 김 장관 개인의 문제가 결코 아니고, 과거부터 대한항공 및 아시아나항공 등 주요 항공사들과의 접점을 많이 가져온 국토부 당국자들의 기본 공감대의 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여러 곳에 관문 공항 내지 거점 공항이 생기는 것보다는, 국내선은 지금처럼 운영하고 국제선의 경우 인천 공항 중심으로만 구축해 여객 및 화물 운송 기틀을 닦는게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고 이런 업계 관점에 추종하는 관료들도 꽤 있다는 것.

그러므로 오 시장조차도 일단 잠깐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덕도 재추진 안건에 부지런히 군불 지피기를 시도하는 김 의원 같은 인물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김 의원을 단순히 비서관급 정도로 볼 것인지, 혹은 청와대의 숨은 복심으로 볼 것인지가 관건이 된다. 신공항 문제에서 가능한 중앙 정치권이 경북권의 반발에 상처를 덜 입으면서도 내심을 관철할 필요가 있다면 오 시장이나 김경수 경상남도 지사가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것도 한 방법이다.

김정호 의원. ⓒ 뉴스1

하지만 울산 등 같은 경남권이면서도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부산쪽 논의에 전면적으로 찬성해 주지 않는 곳도 있고, 김해 신공항 결정 당시의 의혹을 재점검하고 결론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재검토 쪽으로 방향을 잡는데 청와대 등에서 전면적으로 나서기는(실제로 간절히 바란다고 가정하더라도) 쉽지만은 않다.

과거 정권 하에서 잘못 판단된 일을 되짚어서 뒤집는 건 법리나 행정의 영역이 아니라, 철저히 정무적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박근혜 정부가 밀양과 가덕도 양쪽에서 곤란에 처했던 점을 반복 혹은 더 극렬한 정도의 갈등 도가니에서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김 의원과 과거 노무현-문재인 두 거물과의 상관관계를 보자. 김 의원 사건을 변론해 주면서 시작된 인연은 1988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서 출마할 때 김 의원이 일선에서 적극적으로 뛰면서 본격화된다.

부림 사건에서 여권 핵심 브레인이자 실세인 이호철씨가 픽업됐고, 이후 1995년 부산시장 선거가 송인배 현 청와대 정무비서관 등과의 인연 동아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 의원은 친노 멤버 중에서도 12사도 급에 비유할 수 있는 원형질적 위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도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을 꾸렸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져 있어 친노 원년 멤버들과 친문 세력의 연결 해석도 자연스럽다.

지금은 이탈해 자유한국당에 가 있는 조경태 의원이 1996년 동남발전특위에서 노통과의 본격적 인연을 키우고, 전재수 의원도 2000년 총선부터 본격적인 정을 쌓았다는 친노 세력 연대표를 보면 김 의원의 위치는 더 두드러진다.

단순히 오래된 인연이라면 뜻만은 아니다. 대통령기록물 이관과 그 이후 MB 정권과의 불편한 관계로 김 의원은 검찰 소환 대상이 되기도 했고, 박근혜 정권 당시에는 봉화마을 인근의 난개발 가능성을 놓고 이의신청 등 행정적 갈등도 몸소 겪어 냈다.

그런 터라 김 의원은 현 정권 고위직이나 실세를 상대로도 쓴 소리를 거칠게 제기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김 의원은 당선 직후 한 농업 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농업 문제는 지금이 골든타임이어서 이 시점을 놓치면 회복의 길을 찾기 어려운 절대절명의 상황이다. 특히 지방선거 과정에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게 되면서 장관과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이 자리를 버리고 뛰쳐나와 농정의 핵심브레인이 공석 상태로 수개월이 흘러 현 정부의 농정이 정체 상태"라고 강력한 비판까지도 쏟아 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의 재보선 당선 직후, 친히 전화를 걸어 오랜 시간 의정활동시 문제점 등에 대해 조언해 주었다는 점은 그래서 더 눈길을 끈다. (주)봉화마을 대표로 열심히 일했던 점, 새삼 국회의원으로 변신에 성공한 모습을 두고 칭찬을 했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청와대가 동남권 신공항을 해양수도 부산의 성공 배경 조건으로 내심에 두고 있으면서도, 혹시 여러 정치적 부담 때문에 직접 속도를 내지는 못할 때 김 의원이 복심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은 그런 점에서 유효하다.

그런 이력과 뚝심, 활용 가능성과 오랜 인연 등을 고려한 끝에 추정해 볼 수 있는 '김정호 메신저론'에 귀추가 주목된다. 물론 이런 논의가 실제와 얼마나 높은 씽크로율을 가진 것으로 판명될지 규명하는 것은 정치보다는 훗날의 역사적 이슈가 될 것이다. 다만 장관을 제대로 잡도리할 수 있는 의원들이 막상 흔하지 않은 정치적 현실에서, 신공항처럼 뜨겁고도 미묘한 문제를 계기로 김 의원이 부각된 점은 지금도 충분히 큰 의미를 갖는다.

김해 신공항 추진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혀내는 저격수, 그 와중에서 관료와 일부 지역정치 논리와의 결전을 불사할 필요가 높다는 점을 여러 정치인들에게 전달하는 청와대발 메신저로만 기능해도 그의 정치적 입지는 급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김해 추진 폐기, 가덕도로의 결론 그 다음에 갈등을 봉합하고 정치적 화합을 일구는 것까지 개입, 의미있는 발자국을 남기게 된다면 '정치인 김정호'의 값어치는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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