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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거세가위' 살신성인 부산 민주당 의원들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8.07.19 08:41:06

[프라임경제] 지역 명문이자 민정당 지구당 점거 사건 등 굵직한 민주화운동의 주인공들을 배출한 부산대학교. 하지만 긴 군사정권 시절 일부 기간에는 그야말로 순한 양처럼 지낸 기간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어느 해인가는, 서울 이화여대 학생들이 부산대 리더들에게 '가위'를 보냈다는 괴담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시국에 내로라 하는 학교 중에 조용히 있는 것들은 너희들 뿐인데, 그럴 바에는 'X을 잘라라'라는 조롱인 셈이지요.

하여튼 지금으로서는 어느 학교나 남녀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저런 행보는 공격적이고 무례한 에티튜트인 건 둘째치고 양성지향성(성적평등) 각도에서 볼 때에도 문제가 있는 거친 행동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다만, 너희는 대체 뭐 하냐는 조롱에서 저런 간단명료한 공격이 갖는 함의는 대단히 큽니다. 성적 에너지가 일종의 활력이나 추진력 등과 연결되는 호르몬적 문제가 없지 않기 때문에, 비유적으로는 저만한 충격파를 줄 카드가 없는 셈이지요.

오래 전 가위 일화가 생각난 건 요새 부산광역시에 불어닥친 '파란 물결'과 그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부산에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들 때문인데요.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특히 부산 및 경남권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오거돈 부산시장에게 힘이 실리는 것은 둘째치고 청와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일명 영남권을 보수 세력이 여전히 장악한 대구 및 경북 vs 부산, 울산 및 경남으로 '갈라치기'하는 게 가능해져 다음 대선 구도에서도 표 관리가 쉬울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도 가능해졌다는 소리였지요.

하지만 막상 민주당 부산 국회의원들의 근래 행보를 보면 이런 2년 후 총선, 그 다음엔 정권 재창출 등 정치적 도전들을 제대로 치러낼 뱃심이 있는지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 시장이 선거 공약으로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카드를 꺼냈는데요. 이는 과거 밀양과 가덕도로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를 타진하던 중에 이미 존재하던 김해 공항을 일부 증설해 신공항처럼 쓰는 것으로 절충하자는 타협안에 문제가 있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밀양과 가덕도가 왜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들, 그리고 김해에 일부 시설 증가를 시켜도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기반이 잘못돼 있다는 의혹이 당시 묻혀버렸기 때문인데요.

오 시장이 잘못된 자료에 기반한 판단이었다면 지금이라도 재검증을 해 김해 신공항 아이디어 대신 아예 가덕도이든 어디든 재추진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점을 거론하고 나섰음에도, 지역에서 뒷받침을 해 줘야 할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대거 침묵하고 있습니다.

본지에서 여러 의원들에게 인터뷰 및 전화 취재 등을 타진해 보았으나, 모두 "죄송하다, 때가 아니다"라거나 침묵, 회피 등으로 일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지역 정가에서는 그 이유로 '김정호 대타론'을 꺼내고 있습니다. 김해을에서 이번에 재보선으로 당선된 같은 민주당 소속의 김정호 의원이 때마침 낮은 선수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의미있는 원조 친노 이력이 있고 문재인 대통령과도 오랜 안면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지요.

김 의원이 김해 문제를 대대적으로 치고 나오고 있는 것이 아마도 청와대와의 교감이 전혀 없지 않은 상황에서 뚝심있게 나오는 것이니, 부산 지역에서는 의원들이 각개격파로 나서지 말고 김 의원에게 몰아주라는 '지혜로운 판단'을 했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일부에서는 이런 가능성에 어예 이야기를 더해서, 부산권 의원들까지 움직이면 대구 등 지역 민심을 너무 자극하는 이전투구 양상이 될 수 있으니 자제하고 창구 단일화를 하도록 청와대 요로에서 오히려 부산 쪽에 교통정리를 했을 것이라는 '정치공학적 시나리오'를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산이 그간 영남 전체는 몰라도 경남권 지역맹주인 것처럼 자처해 온 시간과 역할 모델에서 보면, 아무리 청와대의 교통정리가 있다 손치더라도, 취재 자체에 꼬리를 내리며 마다하는 행보가 문제가 크다는 풀이가 제기된다는 데 있습니다.

지역에서는 지금 오 시장의 공약이 부산 대 대구의 자존심 싸움거리로 치부돼 대단히 힘든 상황에 내몰렸고, 중앙언론들은 저쪽 동네는 대체 왜 저러냐는 투로 지역이기주의적 공약 남발 사례 정도로 먹칠을 하는 추세입니다.

오 시장이 가덕도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은, 단순히 부산에서의 당선 문제 뿐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24시간 관문공항을 만들 필요가 있는데 김해 카드로는 도저히 거점 공항 이상의 역할 소화가 어렵고, 아니 오히려 그조차도 의심스럽다는 점에서 도출된 '고뇌의 결단'이었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그런데, 막상 2년여 전에 가덕도 추진을 강력히 요구하며 한 목소리를 냈던 바로 그 부산 기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번에 철저히 침묵, 내지 김해 지역의 같은 당 의원에게 공을 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취재에 잘못 응해 설화를 겪는 정치인이 적지 않습니다. 큰 일에 미리 김이 새는 게 달갑지 않아 채널 정리와 완급 조절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때에 매번 인터뷰며 멘트를 원활히 따겠다고 하는 건 언론의 욕심일 겁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신공항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나 여러 당내 사정 등으로 마다하는 '살신성인'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불과 2년 세월만에 지역 정치 풍토가 이렇게 더 현안 정리와 의혹 해소에 좋을 수 없는 상황에서 비겁하게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문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래 전 부산대에 선물로 갔다던 'X가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럴 바엔 금배지를 잘라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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