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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옷' 마다않은 사마의처럼…오거돈 '신공항 올인' 정중동

특보와 경제부시장 등 활용한 애자일 전법 공직사회 기강 확립, '일석이조' 가능성 촉각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8.07.23 14:08:50

[프라임경제] 오거돈 부산광역시장의 일처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대체 왜 변화하지 않느냐는 질타를 공직자들에게 퍼부으면서 일머리가 잡힌 조직, 빠르게 대처하는 애자일 조직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평.

다소 고령으로 여러 차례 고배를 든 끝에 시장실에 입성했으니만큼 '관리형 시장'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일부 전망을 깨고 에너지를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다.

오 시장은 정무부시장 인선 문제가 지체되는 등 여러 단편적 소식에서 중앙정치권과의 조율을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하는 입장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이른바 발언권과 장악력 문제다.

그러나 이런 논란을 애써 의식하지 않고 의욕적으로 시정을 처리하려는 모습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최근 내부 회의에서 그가 유재수 경제부시장과 박상준 정무특보, 박태수 정책특보 등 3명의 주요 인사를 통한 보고 체계 구축을 공직자들에게 당부한 게 '반환점'이었다는 평도 나온다.

오 시장은 이 회의에서 유 부시장에게 일자리 창출을 특별히 지시했다. 그는 "시청 모든 실·국이 일자리 부서라고 생각하고 경제부시장에게 보고하라"고 강조해 묘한 해석 여지를 낳고 있다.

유 부시장은 구 재무부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 근무 등 출중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등을 역임해 금융통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없지 않았다.

무엇보다 '오거돈 사람'이라기 보다는 거물급에 따로 뒷배가 있다는 이야기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 터에 "이번에는 일자리 한 번 챙겨보지 그래?"라면서 큰 일감을 덥썩 안긴 셈이기 때문에, 실력을 한 번 보자는 신호를 준 것이라는 평도 나온다.

박상준 정무특보는 언론과 대외소통을 담당하는 기자 출신 인사라 큰 의미부여나 평가를 할 게 없다는 소리가 나온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금년 초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할 당시, 김해신공항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재검토를 공약으로 천명하고 있다. ⓒ 뉴스1

문제는 박태수 정책특보. 그에게 시의 주요 정책을 보고 받을 기회를 준 점은 이를 테면 대리청정 못지 않은 막강한 힘실어주기를 시도했다는 평. 

예를 들어, 중앙의 거물과 오 시장간의 관계로 부산시 이슈를 이해하는 시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실권을 쥔 시장이 되고 싶은' 오 시장의 의중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일로 볼 수 있다.

그는 2004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오 당시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았다. 이후 해수부장관 정책특보로도 근무했다. 시장직 도전(선거)들을 함께 겪어내고, 지난 대선 때 오 시장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현 대통령)을 위해 뛸 때 오 시장의 든든한 척후병 노릇도 했다. 

물론 이런 의중이 전혀 밖에 노출되지 않거나 견제를 받지 않는 건 아니다.

부산시 공무원 일부가 뒷말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책특보직에 있는 사람이 모든 결재 서류를 미리 볼 수도 있다는 건데, '정보기관'격 혹은 일종의 '친위대'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선출직 시장이 일을 해보려 해도 굳어진 공무원 조직이 배타적으로 일을 튕겨내고 복지부동하려는 행태 이상은 아니라, 크게 의미를 갖고 보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 시장이 부산시와 시민을 위해 행정의 효율성과 실행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를 갖고, 여러 방법을 찾다 결국 적당한 방법론을 시도 중이라는 얘기다.

이를 놓고 제갈양의 북벌을 방어해 낸 사마의를 연상케 한다는 풀이도 뒤따른다. 제갈양을 도저히 정면 승부로는 이길 수 없다고 본 사마의는 수성 작전으로 일관했다.

불만스러운 촉나라 군영에서는 여자 옷을 보내기도 했다. "넌 남자도 아니다"라는, 군인으로서 대단히 모욕적인 겁쟁이 취급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는 촉나라 사자에게 "이 옷이 어울리는가?"라며 천연덕스럽게 대응해 제갈양을 기겁하게 만들었다고 전한다. 

근래 만들어진 중국 드라마 중에는 사마의가 여자 옷을 입고 나가 상대 진영이 보란 듯 춤을 추는 것으로까지 각색된 것도 있다. 

오 시장으로서는 지금 공직자들 전반에 일감을 위해 신명을 다해 뛸 체질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문을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중앙정치권과 부딪히는 일을 많이 만들 수도 없다.

바로 '신공항 재검토론' 때문. 김해신공항 추진 절충론이 제대로 된 조사에 기반한 결과가 아니었다는 의혹이 근래 일고 있다. 오 시장은 시장직에 출마하면서부터 이 재검토 문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일부에서 이를 강하게 공격해 그로서도 약간 주춤하면서 부·울·경 TF에 검증을 맡기자는 쪽으로 양보하는 모습을 한때 보이기도 했다. 그로서는 어찌보면 사소한 인사 등 이슈나 각종 현안부터 매번 제동이 걸린다는 소문이 돌고, 그 와중에서 신공항 재검토 같은 굵직한 사안까지 챙겨야 하는 어려운 국면에 서 있는 것. 그래서 스트레스가 대단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한 데 아우르면서 '신공항 건에 시동만 걸리면' 준비작업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 진척 작업이 조금씩 이뤄지는 지금 상황, 마침 국토해양부에서는 내달 초로 정해져 있던 김해신공항 타당성 검토 결과 발표를 몇 달 정도 미룬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정책적 이슈를 차지하는 '머리'부터, 막상 일을 해주는 공무원들의 마음을 장악하는 '손발'의 영역에까지 오 시장은 장악력 발휘를 시도 중이다. 당장의 이상한 모양새나 실제로는 쥐고 있는 권력이 없어 뵌다는 조롱 등을 모두 받아넘기면서 신공항 재검토를 향해 계속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오 시장의 속내가 범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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