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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민주당 일각, 오거돈 신공항 겨냥 '에버레디 작전' 구상

큰 그림에 방해되는 고삐풀린 추진론에 "출구전략 생각해 보라"…결국 수면 아래로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8.07.25 17:55:33

[프라임경제] "하하, 그럴 리가요. 문재인 대통령은 절대 동남권신공항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우선 대선 공약으로 그걸 넣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도왔는데, 그 사람들 앞에서 말을 뒤집을 분이 아니구요. 부산시장 선거에서도 이번에 공약을 넣는 게 사실 오거돈 시장 당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망이 나왔었습니다. 그럼에도 특별히 넣은 겁니다."

사진 중앙이 지방선거 당시 오거돈 부산시장. ⓒ 프라임경제

한 학자는 '프라임경제'의 동남권신공항 타당성 재검토 취재에 응했을 때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선거의 공약 사항이자, 그 다음 지방선거에서도 재차 확인된 공약 사항. 그 그림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중장거리 노선 승객을 위해 24시간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관문공항으로의 추진은 필수적이다.

문재인 정부도 처음에는 이 같은 구상 자체에 대단한 열의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선 승리 이후, 적어도 정부를 보좌하는 여당 내에서는 생각이 다소 달라졌던 인물들이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 직후부터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오 시장 주변 지방자치단체와 더불어민주당 기류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지나치게 빠르게 동남권신공항 재검토 카드를 꺼내는 것에 부담을 느낀 정치공학적 시각이 오 시장 진영을 압박한 것.

이 이슈를 전당대회 등 중앙정치 전반의 시간표를 틀어버릴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표현하는 데에는 물론 어폐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상당한 나비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문제로, 대단히 불만이 증폭됐었다는 것.

이는 동남권신공항의 문제점 공개를 다소 늦춰잡고, 이를 빠르면 총선 내지 늦게는 다음 여러 선거(대선)에까지 영향을 줄 영남권 대응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검토해 보면 쉽게 풀린다.

한 관계자는 "영남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에 표를 준 대구 및 경북과 그래도 민주당 물결에 응답해 준 부산과 경남으로 분리되지 않았나? 이런 터에 신공항 문제를 잘 활용하면 '갈라치기'를 할 수 있고, 이를 일단 갖고 가면 유용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숙성 없이 너무 빨리 꺼내면 곤란하다는 풀이도 존재한다.

일부에서는 문희상 전 국가정보원장이 이번에 국회의장에 진출하기로 이미 확정됐던 사정, 그리고 여당 원내대표에 홍영표 의원이 선출돼 있었던 사정 등을 겹쳐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이해찬 전 총리 당권 도전 문제는 물론, 한때는 경기도에서의 대선 운동에 공로가 나름 있다는 평을 듣는 전해철씨까지 전당대회 출마설이 돌았었다.

간단히 말해, 모든 주요 보직을 친노-친문 라인에서 장악하는 그림이 8월에 완성될 위험성이 있었다는 것(현재도 이는 현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할 그림이 바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차출론이었다.

김부겸 차출론이 이번 전당대회에 큰 이슈가 될 전망이었으나 결국 그는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다. 사진은 앞줄 왼쪽부터 김부겸 행안부 장관, 홍영표 의원, 우원식 의원 등 기라성 같은 인사들이 함께 촬영된 모습이다. ⓒ 뉴스1

하지만 김 장관 문제는 그 스스로가 발언 실수로 틀어졌다. '대통령의 의중을 떠봤다'거나 '대통령에게 차출 선언을 하도록 부담감의 공을 넘겼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대구를 기반으로 하고, 그간 고생한 덕에 대단한 인지도를 이제 확보한 그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이번 지선에서도 그가 대구광역시장 후보로 나섰으면 됐을 것이라는 탄식이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력하게 나돈 바 있다.

그런데 이런 그림에 결정적으로 초를 치는 아이템이 바로 대구 사람과 경북인들을 들끓게 할 가덕도신공항 재추진론이라고 할 수 있다.

밀양과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 경쟁하던 끝에 결국 김해로 절충안이 나온 바 있다. 당시 권영진 시장(현재 재선)이 눈가의 눈물을 훔칠 정도로 지역의 충격은 컸다. 그나마 당시 보수 정권 시절이어서 대구와 부산 간의 갈등을 봉합할 중재안으로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풀이가 유력했다. 

물론 그 정무적 조절이 지나쳐 잘못 처리된 사례로 재검토 논의에 지금 불이 붙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김부겸 민주당 대표'라는 큰 그림을 추진할 때, 이를 중간 좌초 내지 극히 임기 초반부터 '식물' 당대표로 만들 수 있는 가덕도신공항론을 오 시장 진영이 너무 빨리 꺼냈다는 우려는 그래서 위험한 것이다.

권영진 대구광역시장이 2016년 김해신공항 절충안 발표 당시 눈을 감고 있다. ⓒ 뉴스1

이에 따라 실제로 한 당 중진이 오 시장 측에 가덕도신공항 안건을 접으라는 '경고음'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치 말을 잘 듣지 않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을 미군 측에서 언제든 제거하고 친미 꼭두각시로 교체하려고 별렀다는 '에버레디 작전'에 비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일사불란한 여당 전체의 지방자치단체 도백 죽이기가 아닌데 그렇게까지 표현하는 게 지나치다는 평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부산권 의원들 전반이 일제히 함구령이라도 당한 듯 신공항 이슈에 대한 의견 표명을 거절하고 나서는 등 비협조 상황이 연출됐다.

여러 번 지선에서 물을 먹은 끝에 간신히 당 후광으로 시장실 키를 받았다는 평가가 있는 오 시장으로서는 이런 일부 힘센 이들의 태도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평. 특히 공약 사항에 넣을 때만 해도 문제가 없었으나 주변 상황과 복잡한 계산 끝에 "출구전략을 세우는 게 좋지 않겠는가?" 운운하는 중앙정치인들 그리고 여의도 정치문화에 대단히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돈다.

아울러 일부 언론에서 압력성 질문을 쏟아내자, 공직사회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부산시 공보라인에서는 신경질적으로 '24시간 신공항 추진론에 이상 무'라는 의사 표시로 일관하는 것으로 언론 대응 방향을 잡고 나섰다. 실제로 이런 기조의 브리핑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으나 일부 언론은 그에 대해서도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관료 출신, 고령인 그리고 정치인으로서는 아직 초보 티를 완전탈피하지 못한 인물에게는 백척간두에 일시에 내몰린 듯한 경험이었을 터이다.

다만, 김 장관 차출론은 본인의 말실수로, 결국 17일 불출마 선언이라는 방식으로 싱겁게 진화됐다.

아울러 오 시장 측에서도 각 지역 도백을 만나고 있는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직접 이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에 대한 강한 의사를 직접 전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날도 공교롭게도 17일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서는 그 이후에도 물론 신공항 논의에 대해 원론적 대처 기조라는 이유로 오 시장 구상에 부정적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다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동남권신공항은 관문공항 아닌 거점공항일 뿐이라고 근래 답변한 때에 의미심장한 다른 이야기도 뒤따라 나왔다.

김 장관은 중장거리 노선에 걸맞는 기종 취항 등도 검토할 뜻을 내비쳐, 현재의 반쪽 신공항 같은 김해신공항 구상에 일부 수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덧붙였다. 전면 재검토와 전혀 다른 곳으로의 신공항 변경 가능성을 완전히 진압하겠다고 국토부가 나설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 시장의 일단 기사회생, 가덕도재추진론의 절반의 승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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