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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생명 즉시연금 처리, 담대함도 스마트함도 놓쳐

일부 지급이라는 미명 선택? 법리상 회피 못할 최소한만 감당, '오히려 논란 여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7.26 19:02:37

[프라임경제] 삼성생명이 즉시연금 가입자들에게 '미지급금'을 모두 주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거절하기로 했다. 

삼성생명 이사회는 26일 이 같이 결정했다. 이번에 미지급금으로 언급되는 돈은 총 4300억원 규모. 이것을 모두 내주고 당국과 원만히 타협할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졌었다. 즉시연금 분야 톱 기업인 삼성생명이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면서 다른 관련 회사들 역시 이 같은 선례를 따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자살보험금 논란 당시, 당국에 처참하게 무릎을 꿇었던 보험업계가 이번에는 원칙대로 대드는 것이냐며 반갑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 요소보다는 대처 방안이 타당하지 못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단 삼성생명은 일부 지급, 일부 거절이라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보기에 따라선, 사실상 전면 부결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보증이율(연 2.5%)에 못 미치는 연금액이 지급된 가입자에 대해 차액만 일부 지급하기로 했다. 줘야 할 법적 의무는 없지만 '고객 보호' 차원이라는 의중도 내비쳤다.

결국, 자신들의 약속이 완전히 틀어진 것에 '핑계 수립 불가'인 점에 대해서만 당장 급한 불을 끄고, 느긋하게 소송으로 대처하겠다는 카드를 꺼낸 셈이다.

물론 잘못된 결정, 회사에 지나치게 크고 부당한 압박에 굴해 재정 출혈을 결정한다면 경영진은 '배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보험 계리서상에는 현재와 같은 지급금 규모 축소 가능성이 저금리 기조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구석이 있었다는 점이 판단의 중심 기둥일 수 없다. 보험 약관에는 이 같은 이해나 의심 등을 할 근거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의 요체다.  

보험 계산에 따른 각종 이야기와 근거를 극히 간단히 스쳐지나간 것을 제대로 된 약관과 설명의무 이행이라고 볼 수 있을지, 그 점에 대해 심층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지금 그 점에서 다툼이 있고 이런 점에서 가정적으로 지급을 하는 것이라면 혹은 법적 책임 없이 순전히 호의로만 고객 보호상 배려를 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지급 규모를 더 키우는 게 상도의가 아니었을까 한다.    

이사회는 "동 사안은 법적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고심을 드러냈다. 또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지금 삼성생명의 조치는 고객 신뢰로 이만큼 성장한 1등 보험사의 태도로 적당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행여나 지난 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후 풀려나오긴 했으나) 등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압박에 못 이겨,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미봉책으로 일부 지급을 택했다면 그건 정말 문제다.

차라리 솔직하고 담대하게 전부 거부로 일을 처리하라. 그렇지 않다면 회사의 선택이 한층 더 일반 상식과 상도의에 가깝도록 저울질을 한 번 해보길 바란다. 지금 삼성생명의 처리는 그 어느 쪽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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