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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연금 발뺌 삼성생명 '금융실명제 특수' 취해 문제 키워

불완전판매 논란 등 인지 가능성…'연착륙기회' 있었지만 때아닌 특수에 외면 논란

임혜현·하영인 기자 | tea@·hyi@newsprime.co.kr | 2018.07.27 12:53:59

[프라임경제] 삼성생명(032830) 등 유력보험사들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이 당국의 미지급금 즉시해결 요구에도 사실상 전면 거절에 해당하는 이사회 의결을 26일 오후 내놓았기 때문.

즉시연금 상품은 △종신연금형 △상속연금형으로 나뉜다. 상속연금형은 다시 만기환급형과 종신형 형태로 나뉜다. 이 가운데 만기환급형은 보험계약자가 거액의 보험료를 한 번에 납입하면 그 다음달부터 바로 연금을 수령하다가 만기일에 납입한 보험료를 그대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따라서 잘 운영해 수익금을 내줄 필요가 있다(종신연금형과 상속연금형 중 종신형은 만기에 정해진 금액을 환급해야 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논란에서는 비껴 있다).

저금리시대 일수록 이 같은 구조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급기야 운영 소요 재원을 차감하고 나니 과거 대비 지급되는 연금액이 줄어드는 상황이 빚어졌고, 소비자들은 이런 가능성은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다며 반발했다. 

한편, 보험사들은 약관에 보험계리(수리)상의 기준을 언급했다는 입장이다.

약관상 이해할 수 없는 정보가 돌발적으로 손실을 입히는 것으로 이를 감수하도록 요구하는 게 사리에 맞지 않다는 게 당국의 판단. 하지만 삼성생명은 극히 일부(확고히 책임이 발생할 부분)만 지급, 나머지는 법원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을 내놔 당국과 대립각을 세울 뜻을 분명히 했다.

불완전판매? 약관 미비? 책임 소재 놓고 '물타기'

삼성생명이 입주해 있는 서울 삼성타운 A동. ⓒ 뉴스1

결국 삼성생명의 판단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가입자들의 생각 즉 "약관에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설명이 없으니 이 같은 공제는 부당하다"는 것을 전면 부정하는 셈이다. 

보험사들이 보험 약관에 연금월액에서 사업비 차액을 공제해 만기환급금 지급 재원을 마련한다는 조항을 넣지 않은 것은 그러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을까?

현재 법리상 다툼 여지가 있다는 삼성생명 측 주장은 계리상의 법칙에 대해 언급이 있으니 그걸 찾아봐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사실 금융감독원의 약관심사권한과 그 책임을 조준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적으로 일본 상품의 약관을 베껴와 설계에 절대적 부분을 이용하는 관행이 보험업계에 만연했던 게 사실. 물론 금감원이 약관심사를 통해 문제점을 스크린하는 건 이런 상황에서 정보비대칭으로 손해를 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지금 논리는 전체적으로 볼 때 문제가 없는데, 약관에 확실하고 자세한 설명을 안 했다는 이유로 자금을 물어주라는 당국 주장에 어폐가 있다는 반격이다. 감독권을 행사했으니 행정적 책임을 지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이것이 인정되려면 전제가 성립해야 한다. 우선 △저금리가 닥칠 것을 몰랐다(그러기에 그와 같은 위험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의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등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삼성생명 측 행보를 되짚어 보면 그런 노력 요소가 잘 잡히지 않는다. 2013년 초까지, 생명보험업계는 즉시연금 특수를 누렸다.

그해 2월 중순까지 과세 혜택이 대단히 매력적인 상품이었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2월1일 하루 만에 즉시연금 5000억원을 팔아치웠고 이어서 3일간 총 5600억원을 판매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한 달 한도로 정해 놓은 6000억원 판매목표를 거의 조기달성했던 것.

2012회계년도 '재미 봤으니 발 뺄까 말까' 기회 있었다

경쟁사인 한화생명은 그 치열한 격전 와중인 2013년 2월1일 하루 동안 은행에서 1200억원을 팔았다고 하니(방카슈랑스 형태) 삼성생명이 이 시장 영역에서 얼마나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즉시연금을 둘러싸고 관심이 모아지고 가입자 수가 폭증하면서 그림자도 커졌다. 세제개편 이전에 비과세 혜택 대상자인 2억원 초과 가입자가 5명 중 1명꼴도 안 됐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즉, 제도 개편 이전에 막차 편승 심리를 활용한 판매가 기승을 부렸다는 논란, 묻지마 가입자들의 열풍으로 추후 불완전판매 논란이 크게 대두될 것이라는 지적이 이미 뒤따랐었다. 

상속형이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무조건 종신연금형에 가입하는 웃픈 상황이 일단 잘못된 선택이라는 조심스러운 지적도 존재했다.

2월 중순 과세 혜택 만료가 닥쳤다. 논란들이 일단 수면 아래로 들어가게 됐던 것이다. 그러면서 이미 2013년 3월말에는 언론에서 '저금리 기조로 인한 역마진 우려'니 혹은 '가입 즉시부터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운영 부담'이니 하는 문제점들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생명보험사들이 즉시연금 상품들의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됐었다.

삼성생명은 3월1일부터 그달 중순까지 1600억원대 즉시연금 상품을 팔아치웠다. 삼성의 판매 질주에 동참한 것은 동양생명 외에는 찾기 어려웠다. 신한생명과 한화생명 등 다수 사업자는 이미 이 무렵 즉시연금 방카슈랑스 판매라인을 정리하는 등 중단 국면으로 돌입했었다.

2012년 말 기준, 4.3%에 달하는 즉시연금 금리 보장 내역을 도저히 더 이상은 안고 가기 어렵다는 업계 일반의 태도에 삼성과 동양만 '고'를 외쳤던 셈(참고로 저 금리는 재형저축과 비슷한 고금리라는 우려섞인 평이 당시에도 존재).

그 다음엔 금융실명제 특수 닥쳐, 연이은 이익에 취해

FY2012 이후 국면을 새롭게 그려볼 상황을 삼성생명은 스스로 날렸던 셈이고, 그럼에도 '저금리라는 특수 사정에 따른 것인데 그렇다고 우리가 은행도 아닌데 무조건 우리 사업비까지 손해를 봐가며 물어주라는 것이냐?'는 소리를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러고 나서, 2014년 연말 생명보험업계는 또다른 돌발 특수를 맞이한다. 바로 금융실명제법 대대적 개정 논란이었다.

이에 따라 고액자산가들이 다시 은행권에서 이탈, 수익이 보장되는 다른 영역으로 돈을 옮기고 특히 자손에게 이를 저렴한 세 부담으로 전이하는 방법을 골몰하기 시작한 것.

이때 삼성생명 등 보험권은 다시 즉시보험을 신나게 팔았는데, 그해 9월에서 10월 생명보험권 중 빅3(한화와 교보, 삼성) 즉시연금 상품 '입금보험료'만 750억원선이 늘었다는 것.

다시 정보 제공의 기울어진 운동장, 비대칭 문제로 돌아가 보자.

이렇게 열심히 판 즉시연금 보험상품에 대해 삼성생명은 이제 와서 저금리 기조로 인한 운영 손실을 소비자도 고통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데, 그것이 옳지 않다는 의구심이 피어오른다.

저금리임에도 그리고 당시 같은 기조로 계속 팔면 향후 고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다른 보험사들은 알고 브레이크를 걸었는데 업계 1등은 오히려 위험을 안고 질주를 계속한 셈이다.

이런 원천적 문제점을 바탕에 깐 다음, 다시 삼성생명의 정보 제공 미비를 겹쳐 보면 논리의 문제점이 완성된다.

삼성의 대표적 즉시연금 상품(파워보험)의 경우, 보험계리상 문제 가능성이 약관에는 짧게나마 제시돼(경고돼) 있다는 삼성 측 논리를 일단 옳다고 해 보자.

하지만 그 당시 계리상 조항을 보고 이해하려면 결국 계리내용(산출방법서)을 받아서 판독해야 할 텐데, 이는 계약 소비자에게 교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요청해도 받을 수 없다는 문제가 남는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 문제로 '맥거핀(잘못된 방향으로 독자를 유도하는 추리소설 속 함정)'을 삼성생명 측은 일부 언론을 활용해 플레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의 약관은 금년 봄에야 많이 고쳐졌다. 이런 점에서 삼성생명은 스스로 정보의 제공 책임을 완전히 철면피처럼 회피하는 주장들을 남발하고 있는데, 이는 담배소송에서의 KT&G 승소 사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담배소송에서는 잘못되거나 부정확한 정보일지라도 일단 부족하나마 제공이 됐다는 점을 전제로 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삼성 측은 현재 법리를 오해하거나, 고의로 해석을 그르쳐 소비자들의 주머니로 갈 돈을 최대한 오래 '키핑'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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