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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위한 상장 여파에 삼성생명 '즉시연금 연착륙' 시기 놓쳐

연착륙 등 절차보다 영업력 강화로 더 팔았다 논란? 운용수익 강점으로 커버 가능 낙관했던 듯

임혜현·하영인 기자 | tea@·hyi@newsprime.co.kr | 2018.07.27 13:52:00

[프라임경제]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보험 미지급금 논란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삼성 측에서는 감독 당국의 미지급금의 전면적인 즉시 제공 요구가 법리상 말이 안 된다며 법정 공방전으로 가볼 뜻을 26일 이사회를 통해 천명했다. 사실상 극렬 투쟁 기조다.

저금리 상황으로 인한 자금운용상 부담을 소비자가 이미 알거나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삼성 측 논리다. 다만, 약관상 정보의 충분한 제공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저금리 위험성과 역마진 논란을 이미 2012회계년도부터 알고 있었던 삼성생명이 폭주를 했으므로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그렇다면 삼성은 왜 당시 이렇게 즉시연금 판매에 홀린 듯 매진했던 것일까?

그 원인을 놓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나 특히 김창수 당시 삼성생명 사장의 무리수 경영철학이 큰 무리수의 뿌리였다는 풀이가 제기된다.

위험한 질주, 전임 이수창도 50주년 비전 등 집착…왜?

이수창 전 삼성생명 사장은 2007년, 창사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일명 50주년 비전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톱 15'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이는 결국 꿈으로만 남게 됐다.

삼성생명은 오너 일가 뒷바라지에 깊숙히 관여하면서 여러 논란을 감수해왔다. '에버랜드 CB 헐값 발행 사건'을 법조계에서는 '이재용씨 경영권 승계 드라마'의 백미로 꼽는다. 이를 통해 그는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이던 당시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삼성 전체를 틀어쥘 길을 텄다. 1999년 삼성SDS 신주인수권사채(BW) 헐값 발행도 중요 이벤트였다.

그리고 삼성생명은 2010년 상장했다. 삼성생명은 200조원이 넘는 자산으로 삼성전자의 지분을 사들여 삼성전자를 장악한다. 이씨는 61억원의 종잣돈으로 매출 300조원이 넘는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잡았지만, 그 과정에서 낸 세금은 증여세 16억원에 그쳤다.

2011년 상장의 문제가 여기 있다.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닥치기 전, 삼성생명 쪽에서 밝힌 상장 필요성은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결국 전대미문의 사태 여파로 좌초됐을 공산이 크지만 굳이 오너 3세의 영광을 위해 무리하게 집행된 것.

그 다음이 김창수 체제다. 휘청거리기 시작한 삼성생명을 정상화시키는 책임을 지고 차출됐던 것(그는 원래 삼성화재를 맡았던 바 있다).

김창수 체제는 안정화 숙제에서 빠른 결과물을 내놓는 듯 했다. 다만 옥의 티랄까, 저금리 기조 우려와 역마진 가능성 등 즉시연금 상품 판매 집착에 제동을 스스로 걸 기회들을 도외시했다는 점이 남는다. 세제 혜택폭 대변혁 기로에서 한 번 이 상품에서 손을 털 기회가 있었고, 2014년 금융실명제 일부 개정 임박 국면에서 몰려오는 즉시연금 가입 특수를 선별할 기로에 섰었던 것.

당시 이런 판단을 한 데에는 김 전 사장이 손해율을 개선하면서도 일정한 외형성장도 유지해야 미래 성장 동력을 깎아먹지 않을 수 있다고 본 결과로 풀이된다.

김 전 사장의 취임 1년차에 삼성생명은 시장점유율 25.54%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2013회계연도(FY)보다 확대 성적표를 받았던 것이다. 이런 초반부에 고무적 성과가 너무 빨리 나오자, 김 사장은 특유의 '현장영업' 지론을 그대로 밀고 나가게 되는 나비효과가 일어났다는 것.

완전 정리 안 되나?

실제로 김 전 사장은 취임 직후인 전국 지점장 1000여명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후로도 전국의 영업점을 순회하며 계속 영업현장과 소통하는 등 기존에 마련된 영업망을 내려놓거나 덜어내는 데 극히 부정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니 즉시연금 논란을 직면한 삼성생명 수뇌부가 불완전판매 논란, 역마진 발생 우려 등 대비 업계에서의 압도적 경쟁으로 가닥을 잡을 풍토가 마련됐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2016년경 문제가 두드러졌을 것임에도 그는 지속되는 저금리로 인한 이차역마진 최소화를 위해서 자산운용 전문자회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부동산 자회사인 삼성SRA 등을 잘 활용하면 족하다는 입장을 언론과의 대화에서 내비친 바 있다. 이들을 통해 자산운용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그에겐 있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변액보험 펀드의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치는 등 구상 일면을 보면, 그는 지속적으로 공세를 폄으로써 이전 문제를 처리하는 스타일이었던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결국 즉시연금 미지급금이 지금처럼 천문학적 규모에 달할지까지는 정확히 몰랐다 치더라도 일면은 예견하고 있었을 개연성이 높은데, 앞선 전략을 바꾸는 과정과 골든타임을 경영철학 때문에 '실기'한 셈이다. 

호쾌한 청소부보다는 꼼꼼한 담당자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뒤늦은 후회가 제기되는 것이고, 애초 이재용 승계 구도에 삼성생명의 상장을 악용하지 말라고 고언하는 용감한 CEO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점은 그저 곁가지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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