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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영 공기업 면담, 오거돈 '읍참마속할 책임서 해방' 청신호?

동료 의원들 문제점 제기와 견제 상황에 홀로 '잘못된 신호' 주는 행동 논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7.30 18:23:11

[프라임경제] 부산광역시의회가 공기업 사장 인선에 대한 인사청문회 진행 문제에서 헛발질 논란을 낳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압도적 승리를 하면서 지방자치제도 도입 이래 사상 첫 물갈이를 한 바 있다. 그러나 과거 자유한국당 계열 정당에서 독식하던 때와 별반 다를 것 없이, 다른 시장의 직무 집행에 대한 확실한 견제 기능 발휘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문제는 바로 부산시 산하 공기업 수장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인사청문회를 진행 중이다. 과거 법령에 위임이 없는 상황에서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인사권에 대한 견제를 명분으로 청문회 대상자를 조례나 협의 등으로 강제하는 것은 무근거 월권행위로 해석됐었다.

대법원은 전라북도 인사청문회 조례안에 대한 위법 결정 태도를 아직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각 지자체에서는 협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진행 중이고, 실제로 개인의 선택과 동의에 따라 이를 진행하면 법리상 문제가 될 게 없다는 해석도 만만찮다.

문제는 일단 임명권자가 굳이 원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명확히 한 부산시의 경우와 유사한 사안에서 공기업이나 투자기관 수장 후보자들이 민감한 개인 자료나 치부를 드러낼 답변을 순순히 제공할 이유가 사라진다는 데 있다.

오거돈 탐탁치 않은 눈치에 박인영 가세한 구도  

임명권자도 동의한 사안인데, 이 참에 매를 맞아도 먼저 맞자는 생각에 제공하는 것은 자기부죄의 금지 논리에도 어긋나지 않지만 실제로 오거돈 부산시장 같은 기류에서는 이 길이 막혀버린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 부산시의회에서는 이번에 여러 의원들이 인사청문회를 못 한다면 공기업 기능 등에 대한 기본적 견제로 이와 유사한 견제 효과를 올려 보겠다며 의욕적으로 포문을 연 바 있다.

민주당 출신 의원들이 대거 시의회에 유입되면서 제대로 견제와 협력을 해 보자는 의견들이 공감대로 형성됐고, 여와 야 어느 쪽이든 당적을 막론하고 이런 순기능에 대해 공감하고 나섰다는 것. 시정 견제와 감시를 위해 시의회 역할을 하자는 기류는 분명 고무적인 것으로 지역정가는 평가했었다.

드디어 지난 23일, 시의회에서 시정질문이 제기됐다. 자한당 소속인 김진홍 시의원은 "올해 25개 공기업 예산이 4조5000억원가량"이라고 짚고 "4년 전 시의회에서 공기업특위를 통해 공기업 비효율을 짚었는데, 왜 3년째 문제점 해결이 안 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이 오히려 의회 본연의 견제 기능 발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동료 의원들의 악수 요청을 받고 있는 박 의장. 민주당 내부 경선에서 사실상 의장에 당선되던 날의 모습이다. ⓒ 프라임경제

아울러 그는 서병수 전임 시장 임기 출범 때 18억원의 예산을 들여 공기업 컨설팅도 받았고, 그때 기능 중복 문제도 컨설팅 기관에서 짚었는데 왜 해결이 안 되느냐고 공세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돌연 30일 박인영 시의회 의장이 오 시장과 독대를 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다.

오 시장 측은 당장 급한 인사는 처리해야 한다는 견해이고, 협의 방안이 도출될 때까지 공기업 인사를 중단하자는 게 박 의장 측의 생각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박 의장이 간담회를 갖고 오 시장 쪽 의견을 수렴해 주는 모양새가 돼 버렸으므로, '부산시 산하 공공기관장 임명 과정에서 공정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검증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는 요약이 가능하고 이 같은 기조라면 이번은 넘어간다(오거돈 승)는 뉘앙스로 적잖은 언론 매체들이 받아들이고 나선 것.

차라리 시의회에서 김 의원(제2부의장) 등의 액션이 없었던 상황에서 같은 신호가 제기됐다면 전체 기조에서 오 시장 의견에 대한 시의회 측의 암중모색 정도로 이해될 여지가 높다. 

그러나 23일 대공세에 이어 오히려 박 의장이 이 같은 독대 상황을 만들어 버리면 '기본적으로 합의안 고민은 함께, 세부 방안을 놓고 갈등(하는 듯 하나 결국엔 동의)'로 방점이 달리 찍힌다는 것이다.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면 안 된다'는 한 금융 당국자의 과거 발언을 곱씹어 볼 만한 대목이다.

문제는 또 있다. 김 의원의 지적처럼 현재 부산시의 산하 공기업 및 공공기관 등에 대해서는 그 개별적 인선 상황, 인물의 문제점 검증 등 각론으로만 처리할 것은 아니라는 점이 여실하다.

즉 전체적인 기능 겹침 현상, 지나치게 많은 공기업 상황 등에서 다이어트가 필요하므로, 인물론에서 설사 통과가 되더라도 부산시의 사정상 제대로 일을 못 한다면 얼마든 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지적을 이번 참에 명토박아 놓을 수도 있었다.

제대로 못 하면 인물론 따위…읍참마속 기준 세울 기회였는데

그런 김 의원식 공세를 엉뚱한 시점에서 박 의장이 '큰 틀에서 합의'라는 어젠다로 물타기를 해 버렸으니, 잘못된 일처리를 하거나 제대로 임무를 못 하면 아무리 아끼는 직속 후배라도 읍참마속한다는 식으로 오 시장 진영에서 약속할 계기를 자동으로 날려버린 셈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공기업 수장 인선 문제에서 의회 견제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프라임경제

참고로 읍참마속을 제갈량의 훌륭하고 엄정한 성품을 드러내는 일화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많이 받아들이지만, 이를 '법치와 능력제'의 단초로 확장해 보는 시각도 중국 등에는 적지 않게 존재한다. 즉, 마속이 북벌에서 참혹한 실책을 저지를 당시에 당시 촉나라에는 3대 파벌이 존재했다는 것.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형주파, 전임 태수 유장의 세력인 동주파가 있고 서촉에 틀어박혀 건국할 때 지역 토박이들로서 합류한 익주파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내부 갈등을 다스리지 못 하면 제갈량조차도 재상이 아닌 일개 파벌의 유력 인물 정도로 폄하될 수 있었다.

따라서 제갈량은 강력한 법치를 표방했고, 실책을 범한 마속을 구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 읍참마속의 스토리를 낳았다는 것이다.

박 의장의 이번 간담회는 그래서 설익은 정치적 액션은 제대로 활용 가능한 다양한 모듈의 정치적 아이템을 날려버릴 수 있다는 점, 허심탄회한 대화라는 미명 하에 열리는 유력 인사간 대화는 다른 각도에서의 노력들이 가져올 발전과 문화 성장을 저해할 '인치와 정실주의'를 오히려 강조할 수 있다는 실패 케이스로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민주당이 물갈이를 통해 부산시의회를 장악했으나, 오히려 다른 당 정치인들과의 협력과 아이디어 경쟁, 서로의 화학적 결합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으면 문제라는 교훈도 도출됐다는 지적이다. 보수 정당이 장악하고 있던 시절과 다를 것 없는 혹은 더 '아웃 오브 데이트'한 상태에 머물 수 있다는 교훈도 이번에 빨리 습득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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