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석의 라멘기행] 오노미치·히로시마 라멘  

2018-07-31 16:54:07

- "라멘은 국민식, 라멘을 알면 일본이 보인다"

[프라임경제] 히로시마(広島)현에는 두 가지 스타일 라멘이 있다. 일반적으로 '오노미치(尾道) 라멘'이 많이 알려졌지만, 히로시마시와 그 주변에서 유행하는 '히로시마 라멘'도 고정 팬이 많다. 

두 라멘 모두 쇼유 계열로 분류되고, 역사와 전통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완성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지역에서는 아직도 라멘을 '츄카 소바'로 부른다. 단순히 '소바'라 부르기도 한다.

▲슈카엔의 尾道라멘. ⓒ setuyaku-method 홈페이지 캡처

먼저 히로시마현 동부를 대표하는 오노미치 라멘은 닭 뼈에 돼지 뼈를 약간 섞어 추출한 다시로 스프를 만든다. 돼지 뼈 대신 말린 잔 생선을 사용하는 점포도 있다. 스프 자체는 맑지만, 그 위에 액상 지방과 세아부라(背脂, 돼지 등 지방) 민치가 떠 있어 진한 느낌을 준다. 그렇다고 텁텁하거나 느끼하지는 않다. 민치에 파 향이 가미돼 뒷맛이 개운하다. 오노미치 라멘의 매력은 바로 이 민치에 있다. 면은 우리 칼국수와 유사한 히라우치(平打ち)를 사용한다.

오노미치 라멘은 2차 대전 중 조선소에 동원된 화교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조선경기가 쇠락하자, 많은 화교들이 야타이(포장마차)를 끌고 거리에 나왔다. 1947년 '슈카엔(朱華園)'이라는 츄카소바(라멘의 전신) 야타이를 차린 슈아슌(朱阿俊)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고토치(ご当地, 지역) 라멘은 오리지널 점포로부터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측면에서 슈카엔의 영향력은 토쿄의 라멘지로나 요코하마의 요시무라야에 뒤지지 않는다. 고토치 라멘 붐에 편승해 제면회사 계통의 라멘 집이 늘어난 요즘도, 의연하게 원조의 품위를 지키고 있다.

가업을 이어 받은 2대 점주 토시히로(俊博)는, 라멘 그릇을 쥐는 왼 손가락 3개가 휘어지고 오른 손가락도 정상이 아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항상 싱크로나이즈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속에서는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지만 물 위 모습은 우아해 보이겠지요. 저는 그러한 업무자세를 좋아합니다"며 선친에게 물려받은 기질의 일단을 내 비친다.

오노미치 라멘은 후쿠야마(福山)시의 한 토산품 메이커가 선물용 라멘의 브랜드로 사용해 인기를 끌자, 주변점포들이 가세하며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후쿠야마는 오노미치와 같은 동부지역 도시로 오노미치보다 훨씬 크고 인구도 3배가 넘는다. 의좋은 형제 일본 버전 같은 얘기다. 2016년에는 인스턴트라면 메이커 닛신(日清)식품·토요(東洋)수산이 세아브라 민치를 세일즈 포인트로 오노미치 컵라면을 개발·출시했다.

▲시마이의 히로시마 라멘. ⓒ syokuki 홈페이지 캡처

현의 동쪽에 오노미치가 있다면, 서쪽 히로시마에는 히로시마 라멘이 있다. 히로시마 라멘은 오노미치와 반대로 돼지 뼈를 메인으로, 닭 뼈와 야채를 첨가해 푹 삶아 낸 다시를 사용한다. 스프가 진한 다갈색이면서도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순한 편이다. 면은 일부 자가제를 제외하면 대부분 제면회사가 공급하는 직선 중면을 사용한다. 사이드 메뉴로 볶음밥과 군만두 외에 오뎅을 내는 점포도 있다.

히로시마 라멘은 상해(上海)라는 야타이에게 조리법을 배워 1957년 창업한 시마이(자매, 2017년 폐업)를 원조로 한다. 같은 해 인척 관계에 있는 요키(陽気)가 개업하고, 스즈메가 그 뒤를 잇는다. 그밖에도 우구이스·라이라이테(来頼亭)·츠바메 등 이름 있는 노포(老鋪)들이 히로시마 라멘의 전통을 지키고 있다.

히로시마 라멘 집 상호에는 연원이 분명치 않지만, 참새(스즈메)·꾀꼬리(우구이스)·제비(츠바메) 등 조류 이름이 많다. 새로 창업하는 라멘 집들도 챠호(작은 토종닭)나 히요코(병아리) 같이 레벨이 좀 낮아 보이는(?) 상호를 내걸고 무리에 끼어드는 경향이 있다. 

현지에서는 이들을 한데 묶어 '토리(鳥)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만들고 붙이기 좋아하는 그들은 머잖아 새로운 조류 클럽을 출범시킬 것 같다.

◆히로시마(広島)・오노미치(尾道) 소개

토쿄 못지않게 전 세계에 잘 알려진 도시가 히로시마다. 인류역사 최초로 원자폭탄 세례를 받았기 때문이다. 1945년 8월6일 리틀보이가 시내 한 복판에 떨어져 당일 수만명이 사망하고, 그 해 연말까지 13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후 히로시마는 평화문화도시로 탈바꿈해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시가 주도하는 '평화시장회의'에는 150여개 나라 4600개 단체가 가입하고 있다.

히로시마는 다른 대도시와 달리 노면전차가 대중교통의 주축을 이룬다. 9개 노선이 시내 주요구간을 연결하는데, 차량 숫자와 승객 모두 일본 최대다. 노면전차 중에는 원자탄을 맞은 피폭전차도 있다. 

1942년 제작된 이 차량은 현재 3대가 움직이고 있는데, 차량번호는 156·651·652호다. 주로 아침저녁 러시아워와 수학여행 등 특별수요가 있을 때 운행한다. 또한 다른 지역 전차를 들여 와 디자인과 칠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운행해 관광객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이달 기준 요금은 거리 상관없이 노선 당 ¥180이고 1회 환승이 가능하다. 

그밖에 대중교통으로 무인경전철(AGT)이나 케이블카형 스카이 레일이 있지만 수송비율은 별로 높지 않다.

히로시마는 버스(Bus)노선·대기업 지점(Branch)·다리(Bridge)가 많아 3B의 도시로 부른다. 여기에 은행(Bank)과 바(Bar)를 추가해 4B 또는 5B로 부르기도 한다. 오타(太田)강 델타지역에 형성된 도시 특성상 2m 넘는 다리가 2600개나 된다. 히로시마는 중세 율령국의 하나인 아키노쿠니(安芸国)의 중심 지역이다. 메이지시대 육군과 해군의 거점도시로 발전하고 1894년 청일전쟁 때는 천황이 내려와 대본영(총사령부)을 직접 지휘한 적도 있다. 

일시적이지만 일본의 임시수도로 역할을 한 도시다. 오늘날 히로시마시는 츄고쿠·시코쿠(中国·四国)지방 최대도시로 인구는 약 120만명이다. 1997년 5월2일 대구광역시와 자매도시 제휴를 맺었다.

오노미치시는 히로시마현 남동부 세토(瀬戸)내해에 위치한 인구 13만4000의 해안도시다. △언덕의 거리 △문학의 거리 △영화의 거리로 전국 지명도가 높다.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는 5대 성지의 하나로 꼽힌다. 2015년 무카이시마(向島) 앞 뱃길이 일본유산으로 지정되며 관광객이 늘어 연간 700만 가깝게 찾아온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산간·해안·섬에서 재배되는 농산물도 유명하다. 실파·무화과·레몬·Navel오렌지 생산량이 전국 1위고 복숭아·포도·감귤도 수확량이 풍성하다. 오노미치시는 부산시 중구와 우호 교류도시 협약을 맺고 있다.

충청남도보다 약간 큰 면적에 289만의 인구를 가진 히로시마현은 에도시대부터 제철산업의 중심이었다. 미군의 원자폭탄 공격을 받게 된 것도 군수시설이 집결되었기 때문이었다. 전쟁 후에는 축적된 기술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곧 세토내해 핵심공업지역으로 성장한다. 아키군(安芸郡)에 있는 마츠다(MAZDA)도 군수공장에서 출발해 지금은 2인용 스포츠카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히로시마현은 급속한 공업화 중에도 어업과 농업을 함께 발전시킨 모습이 일본의 근대화 과정을 닮았다 해 '일본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현청 소재지는 히로시마시다.

◆명소 소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1955년 8월 완성 후 1956년 4월부터 일반인 입장, 12만2100㎡(약3만7000평) 부지에 원폭 돔·평화기념관·희생자위령비·자료관·국제회의장 등 건축물과 각계각층 추모기념비 많음, 한국인 원폭희생자위령비도 있음, 매년 8월6일 원폭이 투하된 08시 15분 묵념 행해 짐, 1996년 원폭 돔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 보통 기념공원으로 부름. 2012년과 2017년4월 한국인 위령비 주변의 잣나무와 무궁화 훼손사건 발생. (교통편)노면전차 히로시마 원폭 돔 앞.

△이츠쿠시마(厳島)신사
히로시마시 인접 하츠카이치(廿日市)시 미야지마쵸(宮島町)1-1번지 바다 위 신사, 아스카 초기(약1,400년 전) 창건, 일본 3경의 하나, 본전・배전・화랑 등 국보 6동 보유, 전국 500여 이츠쿠시마 신사의 총본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경내 200m 앞 바다의 16.6.m 오도리(大鳥居)가 유명, 입장료 보물관관람료 포함 ¥500. (교통편) 히로시마전철 히로덴미야지마구치(広電宮島口)역 또는 JR서일본 미야지마구치(宮島口)역 인근 삼바시(桟橋)에서 페리 10분.

△토모노우라(鞆の浦)
후쿠야마(福山)시 누마쿠마(沼隈)반도 남단의 항만과 주변해역・해안부・주변 섬이 국가명승 및 국립공원으로 지정, 오노미치 라면 용어의 발상지, 1992년 도시경관100선과 2007년 역사적 풍토100선에 선정, 2017년 중요건축물군 보존지구 지정(8.6ha), 포구 건너편 센스이지마(仙酔島, 신선이 취할 만큼 아름다운 섬)에는 숙박시설·캠프장·해수욕장 등 아웃도어 시설. 1711년 후쿠젠지(福禅師) 영빈관에 머문 조선통신사 종사관 이방언(李邦彦)이 센스이지마를 바라보며 "일동제일형승(日東第一形勝, 동쪽 제일 경승지)"이라 상찬했다고 함. (교통편) JR후쿠야마역 남쪽 출구 11번 버스정류장 토모테츠(鞆鉄)버스 30분.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bsjang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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