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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사비 줄이자" 라오스 댐 'SK건설 경영회의보고자료' 문건 입수

"3분의 1가량 감축, 설계 특혜" 공사계약금 8억9900만달러에서 최종 6억5800만달러로

남동희 기자 | ndh@newsprime.co.kr | 2018.07.31 19:56:22

[프라임경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 충격 여파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사고의 근본 원인이 시공사 SK건설의 '공사비 축소'와 '설계 부실' 때문일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SK건설이 지난 2012년 작성한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공사 관련 '경영회의 보고자료-최종' 보고서(좌측)와 SK건설이 하도급사와 맺은 공사계약서. ⓒ 프라임경제

"라오스 댐 사업은 내부에서도 패착사업이라 불릴 정도로 사업성이 낮고 진행이 매끄럽지 않았던 프로젝트였다. 수력발전을 통해 얻는 향후 수익은 정해져 있는데 반해 예상되는 공사금액이 너무 커 내부에서 무리하게 공사비를 3분의 1가량 축소시켰다."

라오스 댐 사업에 참여했던 SK건설 출신 제보자가 지난 27일 기자에게 전한 내용이다.  

제보자로부터 입수 받은 '경영회의 보고자료-최종'에 따르면, 사업 초기인 2012년 3월9일 1차로 측정된 총 공사 계약금액은 8억9900만달러. 하지만 이 금액은 점차 낮아진다. 최종적으로 6억5800만달러까지 떨어졌다.  

이 문건은 56페이지짜리 내부 보고용으로, 라오스 댐 공사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이 망라돼 있다.     

본지가 단독입수한 SK건설 라오스 댐 관련 '경영회의 보고자료' 일부. 이 문건에는 공사비를 8억9000만달러에서 6억8000만달러까지 축소시킨 정황이 드러나있다. 특히 공사비 감액 요소 중 가장 큰 부분이 'Sub Con', 하도급 업체와의 계약금 절감이라고 표기(노란색 박스)돼 있다. ⓒ 프라임경제

문건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공사비 절감요소(-57mil) 'Sub Con Nego'. 이는 하청업체와의 계약금액을 아끼겠다는 의미다. 속칭 '하청 단가 후려치기'로 공사비 줄이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댐 공사 사정에 밝은 B사 관계자는 "(건설사도) 사업성을 고려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분에서의 공사비 절감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처럼 많은 공사비를 축소시킨 경우는 드물다"며 "특히 하도급사와의 계약금액과 설계 부분에서 지나친 감액은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설계 맡은 기업, 전관예우? 특혜?  

공사비 축소뿐 아니라 '설계'에서도 미심쩍은 구석이 보인다. 

제보자와 업계에 따르면, 댐 시공 경험이 없는 SK건설이 대규모 댐 공사를 맡았기 때문에 설계만큼은 경험이 풍부한 기업이 하는 게 좋겠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댐 건설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이 설계를 맡게 됐다. 그런데, SK건설 사장 출신이 이 기업의 고위임원이었다는 점 때문에 '특혜·전관예우·일감주기' 등의 뒷말이 나돌았다.         

제보자는 "SK건설은 라오스 댐 진행 당시 댐 시공 경험이 전무했다"면서 "이에 설계를 '유신'이라는 회사에 맡겼는데, 이 업체도 과거 수력발전소 공사 경험이 거의 없어 논란이 됐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웅석 전 SK건설 사장이 당시 유신으로 갔기 때문에 특혜처럼 일감을 준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덧붙였다. 

유신은 이번 붕괴된 라오스 댐 설계를 맡은 바 있다. 이를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빨간색 박스 안이 라오스 댐 사업 설계를 진행했다고 소개하는 부분. ⓒ 유신

해당 댐 설계를 맡은 기업은 '㈜유신'으로,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2012년 라오스 수력발전소 사업을 진행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번에 사고가 난 바로 그 댐이다.

유신에 따르면, 라오스 댐 설계 수주를 딴 그 해에 유웅석 전 사장이 유신으로 이직했고, 유 전 사장은 현재까지 이 회사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댐 공사 설계 수주를 유신이 맡은 것과 유 전 사장의 이직 연관성을 묻는 질문에 유신 측은 "할 말 없다"고 일축했다.

◆"논의하긴 했지만, 최종 공사비는 아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SK건설 측은 문건 내용은 실제 집행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위 문건에 나온 공사비 축소 정황에 대해 논의된 바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적용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SK건설 측은 "문건은 SK건설 내부문건이 맞고, 해당 내용도 라오스 댐 공사 계획 단계에서 논의된 것이 맞는데, 그렇지만 최종 공사비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최종 총 공사비는 (문건 내용과 달리) 7억1500만달러로 집계됐다"며 "처음 계획 단계에서 명시했던 8억9900만달러는 계획상의 금액이지 실제로는 바뀌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용이 변경된 원인에 대한 질문에는 "회사 사업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부실 설계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SK건설 측은 "설계에 참여했던 두 기업 가운데, 유신은 댐 설계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을 보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관예우라던가 이런 것 때문에 유신이 라오스 댐 설계를 맡았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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