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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윤정의 대화리폼] (13) "돌려주세요" 대신 "도와주세요"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 topia@willtopia.co.kr | 2018.07.31 17:39:53
[프라임경제] [리폼전]

[헬스장 탈의실에 붙은 공지문]

반지를 돌려주세요. 7월29일 아침 8시에 F사물함에 두고 온 반지가 없어졌어요. 남편이 결혼기념일에 사준 귀한 반지예요. 추억과 사랑이 담겨있는 반지입니다. 그 시간 이후 F사물함을 이용하신 분 중에 반지를 가져가신 분은 반지를 돌려주세요. 제발 돌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리폼후]

반지를 잃어버렸습니다. 7월29일 아침 8시에 F사물함에 반지를 두고 갔어요. 아래 사진과 같은 모양이니 발견하신 분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남편이 결혼기념일에 사준 추억과 사랑이 담겨있는 귀한 반지입니다. 제가 간수를 잘못해서 너무 후회되고 속상합니다. 이 글을 읽고 기분이 나쁘실 수도 있겠지만, 반지를 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니 관대하게 이해 부탁합니다. 반지를 찾을 수 있도록 꼭 도와주세요! 간곡히 부탁합니다.



[리폼팁]
우리가 괴로운 것은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이상하게 알기 때문에 괴롭다. 우리가 아는 것이 진실이 아닌데 그것이 진실인양 착각할 때 괴롭다. 

차라리 모르면 좋겠건만, 이상하게 알고 그것이 다 인양 생각해서 괴롭다. 내가 보는 관점이 다가 아닌데 그것이 사실이라고 고집하면 세상과 자꾸 싸우게 된다. 

첫 번째 공지문을 본 탈의실 이용자들은 얼굴을 찡그리게 된다. 이유없이 도둑으로 오해 받은 것 같아 불쾌하고 찝찝하다. 자신의 정당성을 고집하기 위해서 반지를 잘 지키지 못한 분실자를 탓하게 된다. 

설령 반지를 가져간 사람이 봤다고 해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서로 대항하게 되고 서로 탓하게 된다. 

반면 두 번째 공지문을 본 탈의실 이용자들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반지를 잃어버린 분실자를 공감하게 되고 도울 방도를 찾는다. 설사 반지를 얼결에 주워서 챙겼던 사람조차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낫다. 반지를 잃어버렸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몰라서 도움을 청하는 두 번째 공지문이 마음을 움직인다. 누군가가 가져갔다는 어설픈 '앎'보다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모름'이 변화를 만든다. 

모른다는 것을 알 때는 방도를 찾게 되고 배우려 든다. 반면 모른다는 것을 모를 때는 아는 수준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된다. 자신의 관점에서 착각하고 오해한 채 세상을 싸잡아 공격하게 된다. 

이제 늘 내가 이상하게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스스로 하자. 내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새로운 앎이 열리고 새로운 행동이 촉발된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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