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난 안되네…" 청년우대 청약통장, 열에 여덟 '해당無'

단순저축 용도로도 뛰어나지만…가입조건 장벽에 '실망·포기' 희망고문 당하는 청년들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8.08.02 18:17:50
[프라임경제] 저소득·무주택 청년들의 주택 구입 및 임차자금 마련 지원을 위해 재형 기능을 강화한 '청년우대 청약통장'이 지난달 31일 출시되면서 청년층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번지고 있다. 

시중금리의 2배 수준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데다 비과세, 소득공제 등 다양한 혜택이 담겨 '필수 가입상품'으로 떠올랐지만, 해당 상품의 가입자격이 청년들의 현재 상황과 동떨어진 조건으로 설정돼 사실상 가입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은 기존 주택청약종합저축의 청약 기능과 소득공제 혜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10년간 연 최대 3.3% 금리를 보장하고,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이 청년들의 뜨거운 관심에서 실망감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은 한 학생이 서울시내 한 대학교에 마련된 취업정보 게시판을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비과세는 한도는 가입 기간 2년 이상, 이자 소득의 500만원이며, 소득공제 혜택은 연간 납입 한도의 240만원 범위에서 40%까지 받을 수 있다. 

이자 지급률로만 봤을 때 평균금리 1.76% 수준에 이자소득세 15.4%까지 떼는 시중은행의 일반 예금보다 단순 저축 상품으로도 유리한 상품인 셈이다. 

가입 대상은 만 19세 이상에서 29세 이하 청년으로 연 소득 3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여야 한다. 1인 창업자와 프리랜서, 학습지 교사 등과 같은 사업 및 기타소득을 올리는 청년들도 가입이 가능하다. 내년부터는 만 34세 이하까지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개별은행의 주택청약종합저축을 가입자도 자격요건만 충족하면 해당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문제가 된 부분은 '무주택 세대주'여야 한다는 가입조건이다. 

무주택 세대주는 본인(세대주)을 포함한 세대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자를 말하는데, 상품 가입 대상으로 묶인 만 연령층은 대부분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으로 무주택 세대주가 아닌 '무주택 세대원'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가통계포털의 연령별 인구수와 가구주 현황을 살펴보면 만 19세 이상 29세 이하의 총인구는 712만90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세대주는 143만7088명으로 전체의 20.1%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는 대상 연령층의 열에 여덟 명은 '청년우대 청약통장' 가입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심지어 이마저도 세대주로만 나눈 규모이기 때문에 '무주택자'라는 조건을 추가할 경우, 혜택 대상자 규모는 더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의 터무니없는 가입조건에 실망 섞인 목소리들이 쏟아지고 있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청년우대 통장인데도 가입할 수 있는 청년은 얼마 없다는 얘기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던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에 비해 혜택 대상이 다소 협소한 탓에 실망감 섞인 불만은 곳곳에서 새나오는 분위기다.

현재 각종 SNS는 물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이, 이제 막 사회로 나간 사회 초년생이 세대주가 될 수 있을까요' '독립할 능력이 없어 부모님 집에 함께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은 절대 이 통장을 만들 수 없는 거네요' '빛 좋은 개살구 정책에 희망고문 당하고 갑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청년우대 청약통장은 주택구입, 전월세 자금 마련이 어려운 청년들을 위한 상품인데, 가입조건의 장벽에 막혀 신청하지 못하거나 포기하는 청년들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득한도와 연령 등 다른 조건은 그렇다 쳐도 무주택 세대주 라는 조건은 현재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이지 않는 부분이 크다"며 "더 많은 청년들에게 정책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가입조건 조정도 일정 부분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