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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북항 IR? 카지노 망상 대신 부산힐튼의 MICE 꿈을 보라

일본 IR 논의에 대응 노력은 가상…MICE 등 초점 잘 맞춰야 무역허브 부산 값어치 폭등 가능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8.03 10:56:51

[프라임경제] 부산 지역상공인들이 카지노 문제로 몸이 달아오른 양상이다.

일본 정치권이 자국 국민의 카지노 출입 허용을 포함한 복합리조트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파급 효과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서라는 풀이다. 북항 재개발지역에 복합리조트를 유치하려던 부산상공회의소 등으로서는 당혹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글로벌 카지노 및 리조트 전문운영사 샌즈그룹이 부산 지역 상공인들의 미국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 본사) 방문을 요청했다는 점을 부산상의가 2일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풀이다. 

샌즈그룹과 부산상의는 이전부터 상호교류 및 투자협약 등 복합리조트 개발을 위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같은 일반적인 교류의 지속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문제에 부산 상공인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의사가 있고, 마침 일본의 법 개정으로 관광객 유치 구도에 큰 파장이 예상되니 정치권에서 도와달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번에 일본이 복합리조트 관련 제도 손질을 하면서 위기감이 높아지는 것은 일본이 막바로 통합형 리조트(IR:Integrated Resort) 실시로 가닥을 잡아 관광산업 활성화에 불을 당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정부와 여당이 야권의 반발에도 IR을 띄운 이유는 무엇일까? 카지노 뿐만 아니라 대규모 국제회의장, 공연 시설이 들어서는 게 바로 IR의 요체다. 요코하마는 물론, 부산과 가까운 나가사키나 오사카 등지에 이 IR이 들어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부산이 북항 개발에 복합형 관광시설을 띄워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된다.

그런데 지금 보면, 꼭 방점이 '카지노'에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카지노를 하러 부산에 올 것으로 기대를 걸었던 일본인 관광객 수요가 자국 내 시설로 발걸음을 돌릴 게 우려되는 건지, 부산 북항 변혁 사업 이후 다른 나라 사람들도 카지노에 불러 모으려 했는데 일본 IR 내의 카지노에 묶일 게 우려된다는 건지 혹은 그 둘 다에 해당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요점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광객이 많이 오고, 많은 비즈니스맨들이 부산에 사업 목적으로 방문을 한 다음에 그들 중에 객고를 풀러 카지노를 하러 들러 돈을 쓸 사람이 얼마인지에 초점을 둬야지, 카지노 등을 염두에 둔 북항 재개발의 리조트 사업으로 핀트를 맞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지금 일각에서 그리는 그림 혹은 그걸 해석하는 파생 논의 등을 보면 사행성 산업 유치에 초점을 두는 후자의 모델 같다. 이는 부산이,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마카오처럼 먹고 살자는 국민적 합의가 있지 않고서는 유효한 모델이 아니다.

2016년 연말 부산상공회의소가 내놓은 '부산 MICE 산업 경영현황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소개하고 싶다. 이 자료에 응답한 여러 기업들은, 부산 지역의 MICE 산업 경쟁력 자체는 비교적 높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이는 '일반론'이고 개별적 영역 즉 '각론'에 들어가면 왜 이런 장점이 잘 살아나지 못하는지에 대한 문제점이 노출돼 있다.

응답자들은 부산 MICE 발전 추진의 걸림돌로 '지역 특화 관광프로그램 부족' 14.7%, '국제기구·다국적 기업 유치 부족' 11.2% 등을 아쉬운 대목으로 짚었다. "왜 굳이 부산에 MICE를 하러 가야 하지?"라는 걸림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분명히 기우에 해당하는 잔소리겠지만, 지금 부산 북항 대변혁 추진을 카지노 중심으로 이해하는 상공인이나 모임 등이 있다면, 혹은 그들의 요구에 부화뇌동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건 안 될 말이고, 반드시 MICE 산업으로까지 뻗어나가는 '무역도시 부산'에 플러스 알파로 카지노를 더한다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옳다.

이건 무역항 기능을 잃고 관광에 치중하는(이라 쓰고 도박 산업에 대부분 의존한다고 읽는다) 먹고 사는 마카오와 무역과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여전히 명성을 구가하는 홍콩의 차이만 봐도 분명하다.

북항에 들어설 카지노의 칩과 주사위 굴러다니는 소리만 상상하지 말고, 부산 MICE의 새 기원을 열기 위해 분투하는 기장군의 부산힐튼 회의실이라도 둘러보면 좋을 것이다.

많은 호텔리어들이 부산 외곽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바다를 보며 백여명의 대규모 비즈니스맨들이 업무 미팅을 하는 유례없는 MICE 공간을 만들어냈다. 기왕에 일본의 IR 관련법 개정에 밀린 것이라면, 정신없이 뛰는 데 급급하지 말고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식으로 정신을 가다듬어 보자. MICE를 하고, 그 다음에 북항에 카지노를 즐기러 가도록 유도하자는 부산의 큰 그림을 그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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