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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장군 부군수 둘러싼 빠삐용 투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8.07 12:10:18

[프라임경제] 영화 '빠삐용'은 길고 긴 탈주극 끝에 결국 자유를 찾은 죄수를 다룬 이야기다.

실제로 10년 세월 탈옥 시도를 한 이가 쓴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는 뒷이야기도 유명하고, 절해고도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명장면 등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꿈 장면을 기억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주인공의 꿈에서 재판관들이 탈출과 체포를 반복하며 늙어가는 그를 심판한다. 억울하게 잡혀왔다고 믿기에 탈출 시도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그에게 재판관들은 "당신은 유죄다. 인생을 낭비한 죄"라고 말한다.

과연 '안 되는 일'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다면 새 방향을 설정하고 거기에 안주하는 게 옳다는 것인가 '인생의 질문'을 던진 부분이다. 그럼 이 영화의 감독이 스스로 생각한 답은 무엇일까?

영화 끝부분에 코코넛 자루에 몸을 의탁하고 물결을 타고 있는 주인공을 비추며 "빠삐용은 인생의 마지막 몇 년을 자유인으로 살았다"는 나레이션이 나오는데, 위의 재판관들의 말을 받아 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빠삐용의 무모한, 평생을 꺾이지 않은 자유의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런 점 때문에 단순한 탈옥 스릴러가 아니라 명화로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오규석 기장군수가 부단체장 임명권, 그러니까 부군수 임명을 자기 뜻대로 하게 해달라고 부산시에 줄곧 요청하고 있다. 이 심각한 염천 날씨에 1인 시위도 매주 계속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규정대로 하자는 주장이다.

부산은 여러 자치구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이하게도 군을 산하에 거느리고 있다. 도가 아닌데 군을 거느리는 경우는 사실 흔하지 않다. 도시와 행정 배경이 다른 만큼 큰 메트로시티에 부속된 군을 이끄는 군수의 고심이 깊을 수밖에 없다. 상급기관에서 군의 실정을 잘 몰라주기 때문.

그럼에도 부산시에서는 지방자치법상 규정에도 불구하고, 부구청장 그리고 부군수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임명해 왔고, 이번에야말로 그 관행에 도저히 못 참겠다며 오 군수가 반발하고 나선 것.

과연 이런 문제 제기가 수용될지 단언하기 어렵다. 법적으로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니 오 군수의 주장대로 사필귀정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많으나,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회의론도 만만찮다. 관행적으로 처리해 왔고 이 문제가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는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도 이 사례를 지방자치 본질을 좌우하는 사례로 주목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방의 운명을 주민들과 그 대표, 주민들이 뽑은 공직자가 선택하고 결정한다는 30년 역사의 지방자치제도 원칙과 소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빠삐용처럼 줄기찬 오 군수의 도전이 무모한 질주로 끝날지, 실제로 꿈을 이룰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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