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석의 라멘기행] 불고기 챠슈가 올라간 '토쿠시마 라멘'  

2018-08-08 14:50:35

- "라멘은 국민식, 라멘을 알면 일본이 보인다"

[프라임경제] 토쿠시마(徳島) 라멘은 1998년 라멘박물관이 '20세기 최후의 고토치(ご当地)라멘'으로 소개하며 전국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라멘의 종류는 진한 톤코츠(돼지 뼈)다시를 베이스로 하는 쇼유 계열에 속한다. 이곳에서는 라멘을, 밥에 딸리는 국이나 반찬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 양이 많지 않다. 라멘을 홍보하는 사진 등을 통해 나타나는 모습은 볼륨감이 있어 보이지만, 용기가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면은 부드러운 직선 중면에 길이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이노타니 라멘. ⓒ 토쿠시마현 관광정보사이트

토쿠시마 라멘은 챠슈가 독특하다. 쇼유 타레에 졸인 '바라니쿠(삼겹살)'를 사용하는데, 외관이 우리 불고기를 닮았다.

맛도 비슷하다. 그 밖의 토핑으로 모야시(숙주나 콩나물)가 올라가고, 옵션으로 날계란을 띄운다. 사이드 메뉴로 야키메시(볶음밥)나 교자(군만두) 대신 흰 밥을 제공하는 곳이 많다. 원하면 추가요금 없이 그냥 주기도 한다.

토쿠시마 라멘은 지역에 따라 스프가 다르다. 색상에 따라 백색・황색・다갈색 계열로 나누고, 다갈색을 흑색으로도 부른다. 색깔이 진하고 날계란이 들어가는 다갈색을 토쿠시마 라멘의 전형으로 알고 있지만, 뿌리가 되는 것은 백색이다. 톤코츠 스타일에 가까운 백색은 일명 '코마츠시마(小松島)계열'이라 한다. 

현의 동부해안에 위치한 코마츠시마는 오사카 등 칸사이(関西)지역을 연결하는 해상교통의 거점이 되는 항구다. 이곳에 1950년대 중반부터 야타이가 나타나더니 후타키(二木)라는 사람이 백색 스프의 원형을 완성한다. 스프의 주재료는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돼지 뼈였다. 토쿠시마에는 대형 식품가공회사 닛폰햄(Nippon Ham) 공장이 있다. 요즘도 코마츠시마에서는 오카모토(岡本)츄카・마츠모토(松本) 등 60년 넘는 노포(老鋪)가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로부터 수 년 후 토쿠야마 역 앞에도 야타이가 등장한다. 이들도 처음에는 백색 스프를 채용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하치만야(八万屋)・타라후쿠야(多良福屋)가 중심이 돼 닭 뼈와 야채를 이용한 스프를 고안해 낸다. 새로운 황색 유파가 탄생한 것이다. 이 계열 점포들은 주로 토쿠야마 시내에서 츄카소바 간판을 걸고 영업하고 있다.

그리고 1960년대 초중반, 마침내 토쿠시마 라멘의 대표주자로 불리는 다갈색 스프가 나온다. 이 스프는 칸톤(広東)과 이노타니(いのたに) 두 점포가 거의 동시에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라니쿠 챠슈와 날계란이 고명으로 오르게 되는 것도 이때부터다. 최근에는 백색계통 라멘 점에서도 이 두 가지를 역수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갈색 스프 라멘을 제공하는 점포는 토쿠시마 시내와 북쪽 지역에 포진해 있다. 특히 토쿠야마시 니시다이쿠(西大工)쵸에 본점을 두고 있는 이노타니는 지역을 넘어 시고쿠(四国)에서 가장 유명한 라멘 집의 하나가 됐다. 점포 앞에 항상 긴 행렬이 늘어서고, 오후 5시 폐점시간 이전에도 재료가 떨어지면 그 날 영업을 종료한다. 아베수상도 들른 듯 사진이 걸려있다.

시코쿠 지방은 우동 문화의 메카이자 발신기지다. 우동의 대명사 사누키는 토쿠시마의 옆 동네 카가와(香川)를 가리키는 말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라멘을 늦게 받아들이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어서다. 하지만 헤이세이(平成) 원년(1989년)을 경계로 라멘 집이 우동(소바 제외) 집을 넘어섰다. 이전 40여년간 인구에 큰 변동이 없고, 우동・라멘 점 합계가 거의 같은 것으로 미뤄 우동의 본고장에서도 라멘이 득세하고 있는 모양새다.

토쿠시마 라멘을 제대로 즐기는 팁 하나. 국물이 반쯤 남았을 때 날계란을 터트려 섞으면 두 가지 맛을 다 볼 수 있다.

◆시코쿠(四国)・토쿠시마현・토쿠시마시

시코쿠는 일본열도를 구성하는 4개 큰 섬 중 하나다. 우리나라 경상북도와 비슷한 크기(1만8803㎢)에 토쿠시마・카가와・에히메(愛媛)・고치(高知) 등 4개현이 있고, 총인구는 370만이다. 고대 역사서에 이요노후타나노시마(伊予之二名島), 줄여서 이요시마(伊予島)로 소개되는 지역이다.

섬 중앙부의 이시즈치야마(石鎚山·1982m)를 비롯해 1800m 이상 되는 6개 거봉들이 4개현을 구획 짓는다. 동부의 토쿠시마현은 전통적으로 킨키지방 영향을 크게 받고, 북동부 카가와현은 오카야마현이나 코베현과 관계가 깊다. 인구가 가장 많은 에히메현은 히로시마현 및 큐슈지방과 교류가 활발하다.

시코쿠의 기후대는 세토내해권과 태평양연안권으로 나뉜다. 혼슈(本州)와 세토내해를 마주보고 있는 카가와현・에히메현 중동부는 세토내해 특유의 나기(凪, 바람 없이 고요함)와 푄현상으로 고온 다습하다. 반면에 토쿠시마현과 코치현, 에히메현 남부지역은 태평양기후의 영향을 받아 기후가 온난하다. 섬 남쪽 대부분을 차지하는 코치현은 야채나 과일 속성 재배가 가능하고, 프로야구 겨울 캠프지로 활용된다. 다만 여름철에는 태풍과 집중호우가 몰아쳐 재해를 입는 일이 잦다.

인구 73만의 토쿠시마현은 킨키(近畿)권의 일부로 취급될 만큼 쿄토・오사카・코베 등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험준한 산으로 가로막힌 다른 3현보다 뱃길과 교량으로 연결돼 왕래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농업・축산업・수산업・임업 등 1차 산업이 현 경제 주축을 이룬다. 이른 가을 출하되는 하야바(早場)쌀, 모래밭에서 재배되는 나루토킨토키(鳴門金時) 고구마, 식용 초로 사용되는 스다치 감귤, 흰 오이, 흑사탕으로 만드는 와삼본(和三盆) 등이 칸사이를 비롯해 외지에서 인기 있는 특산물이다. 표고버섯 생산량도 전국 1위다.

현청소재지가 있는 토쿠시마시는 현의 북동부에 위치하고, 인구는 약 25만이다. 고대부터 요시노(吉野)강을 끼고 있는 비옥한 농지를 자산으로 칸사이지역을 상대로 하는 교외농업이 발전했다. 에도시대에는 소금과 목재의 집산지로 인구가 전국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콜리플라워와 봄 당근 출하량이 전국 최대를 자랑하고, 이토(渭東)지구에서 생산되는 대파가 유명하다. 고혈압과 당뇨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이토 대파는 일반 파보다 훨씬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매년 8월 오본(お盆,추석)이 다가오면 토쿠시마시 전체가 들썩인다. 에도시대부터 400년간 이어져온 '아와오도리(阿波踊り)'가 열리기 때문이다. 4일간 지속되는 이 마츠리(축제)에는 전국에서 130만 가까운 관광객이 찾아온다. 아와오도리는 일본 3대 오도리(춤) 축제의 하나다.

◆명소 소개

△비잔(眉山)
해발 290m의 토쿠야마시를 상징하는 산으로 정상 주변이 공원으로 조성됨, 전망대에서 시내 한 눈에 조망 가능, 정상까지 로프웨이 7분소요(왕복¥1020), 일본초대 진무(神武)천황과 메이지(明治)천왕 동상・전몰자 파고다(미얀마식 불탑)가 있음, 산록에는 카스가(春日)・간죠지(願城寺) 등 신사와 절이 모여 있는 테라(寺)쵸와 약수터가 여러 곳 있음. (교통편) JR토쿠시마역 도보 600m거리 로프웨이 산록역.

△나루토(鳴門)공원
국가명승으로 지정된 나루토 해안에 위치, 토쿠시마~아와지시마(淡路島) 사이 나루토 해협은 이탈리아 메시나・캐나다 시모어와 함께 세계3대 소용돌이 물살(渦潮)지역으로 꼽힘, 유리창 보도를 통해 급물살을 보는 우즈노미치(渦の道,입장료¥510)가 유명, 표고90m 나루토산 전망대(에스카히루)에 오르는 전장 68m 에스컬레이터(요금¥300)도 즐길 거리, 일본에서 미술관으로 가장 비싼 입장료(¥3240)를 받는 오츠카(大塚)국제미술관도 공원 내 있음, 나루토시 소재. (교통편) JR나루토역에서 토쿠시마 버스로 공원 앞.

△와키마치미나미마치(脇町南町)
에도 중기~쇼와(昭和)초기 민가와 전통 건축물이 보존된 역사와 문화의 거리, 일본 전통기와를 얹은 지붕과 기둥이 드러나지 않게 마감한 중후한 건축물 85동이 늘어섬, 토쿠시마 88경・일본의 길 100선・아름다운 일본역사풍토 100선에 선정, 에도말기 소금 거상의 가옥・정원・창고 등 부속시설 견학(입장료¥500), 미마(美馬)시 소재. (교통편) JR토쿠시마선 아나부키(穴吹)역.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bsjang5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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