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만만한 공매도는 공격, 삼성 정조준엔 약한 당국

2018-08-09 10:47:54

[프라임경제] 금융위원회가 공매도 규정 위반에 대해 강력한 형사처벌을 하겠다며 새 입법작업을 추진하다 제동이 걸렸다.

이번에 금융위가 이런 공매도 규제와 감시 강화에 열을 올린 배경이 '삼성증권 유령주 유통 사태' 여파라는 점에서 더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증권 유령주 사태가 사회적으로 빚은 파장이 컸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후 당국이 공매도 제재 강화로 가닥을 잡았던 터이다.

그런데 제동을 걸고 나선 국회 입법조사처의 지적 관점이 '웃프다'. 내부자거래 등 공매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는 추가 입법 없이도 이미 엄벌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적 행위는 현행 자본시장법 규정만 잘 활용해도, 징역 10년 이하 처벌이 가능하고 단순한 공매도 규정 위반에까지 형사처벌할 필요가 없다는 반대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공매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공매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공매도 세력이 문제"라고도 짚었다. 입법조사처는 공매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은 내부자 거래나 시세조종 등 불법 행위에 대해서만 별도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도 제언했다.

"내부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조종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공매도까지 형사처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속내인 셈인데, 금융자율화와 시장기능 전반을 신뢰하고 또 그런 기조를 보호해야 할 21세기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당연한 관점이 아닐까 싶다.

즉, 입법조사처의 해석 논리만 100% 맞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간단히 말하면, 금융위의 새 공매도 규제안은 옥상옥의 문제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소탐대실 우려가 있다는 것. 

이미 있는 규정을 잘 활용해 공매도 뒤에 숨은 온갖 문제있는 주식거래에 대해 규제가 가능한데 일망타진으로 공매도 전체를 압살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이 삼성증권 유령주 사태에서 호된 여론 질타를 당한 후에 뒤늦게 외양간 고치듯 일을 추진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제대로 있는 규정을 활용해 유사한 상황을 엄정히 처리할 궁리를 못 하고, 규정 강화 운운하다 입법부 산하 연구기구에게서 "이미 있는 법 활용이나 잘 하지"라며 훈수를 듣는 신세가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이런 문제점을 덧붙일 수도 있다. 문제의 진앙지가 된 삼성증권에 대해서는 일부 영업정지 등 처리를 하고 실제 사고관련자(해당사 직원들) 처리도 추진하지만, 그것밖에 징계를 못 하냐는 따가운 여론의 비판에 억울한 공매도 전반에 규제 잣대를 강력하게 운영하겠다는 등 짐짓 '화제를 돌리려 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공매도 자체가 나쁜 것이라 할 일도 아니고, 투자의 한 방안인데 자기 판단으로 정확히 책임있게 하는 공매도 전반을 무슨 문제있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제도인 양 보이게 당국이 일을 한다면 그건 문제다. '희생양'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지에서도 삼성 문제와 자본시장법 규정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다. 삼성증권 문제가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시와 회계 부정 논란을 이미 마련돼 있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이슈, 즉 이른바 '포괄적 사기금지' 규정으로 엄정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렇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 평가에 문제가 일어나고, 이후 이 문제가 바이오 주식을 가진 제일모직 몸값 판단에도 연쇄 파장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는 또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간 합병이라는 또다른 빅이벤트와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제대로 처리 안 된 일 하나가 삼성 후계구도 승계 전반을 뒤틀어 놓은 것이고, 큰 그림의 부정거래라는 것이다.

부정거래 금지 규정은 미국의 증권거래법 §10(B) 및 Rule 10b-5에서 처음 제정된 것으로, 영국이나 일본, 호주 등 금융법제가 선진화된 나라에서는 포괄적 사기금지 규정이 입법화되어 있어 우리도 자본시장법 마련 때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일개 언론사에서도 규정을 공부하고 문제점의 해석 가능성에 대해 왈가왈부를 하는데, 왜 당국에서 있는 규정을 활용하고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 한다는 오해를 살까? 왜 기존 규정만 잘 써도 족할 것을 제도 전반을 때려잡냐는 핀잔을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들을까?

증권이든 바이오로직스이든, 삼성 로고만 붙으면 울렁증이 있어서는 아니리라 믿고 싶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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