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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속질주' 기아차, 제네시스 빠진 현대차 위협

전공분야 RV 모델 판매 호조…부진 벗어난 'K 시리즈' 대활약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18.08.09 14:06:20
[프라임경제] 그동안 기아자동차(000270)는 현대자동차그룹이라는 틀 안에 갇혀 현대자동차(005380)보다 관심을 덜 받으며 차별을 받았다. 지난 1998년에 국제입찰을 통해 현대차에 인수될 때부터 '서자(庶子)'로 취급됐다. 

그런 기아차가 최근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반란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덕분에 현대차가 체면을 제대로 구기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1~7월 내수시장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RV를 포함한 승용판매 실적은 각각 30만9949대와 27만7806대다. 둘의 판매격차는 3만2143대로, 현대차가 우위를 점한다. 

K9은 지난 2012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월간 판매 1000대를 넘어서며 판매를 이끌었다. ⓒ 기아자동차


하지만 사실상 현대차와 별도로 홀로서기를 가속화하고 있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판매량(3만5916대)을 제외하면 27만4033대로 떨어지는 동시에 내수 승용 판매 1위 자리를 기아차에게 내주는 굴욕을 당하게 된다. 

이는 7월 실적에서도 마찬가지다. 7월 현대차는 제네시스 판매량(4012대)을 제외하고 4만1320대를, 기아차는 이보다 276대 많은 4만1596대를 판매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를 별도로 론칭했음에도 여전히 통계상 따로 분류하지 않고 있어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보면 현대차가 기아차한테 지는 굴욕은 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사실상 메인이나 다름없는 RV를 포함한 승용 판매실적에서 기아차가 현대차를 이기고 있는 모습은 국내 완성차시장에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라고 부연했다. 

K3는 우수한 연비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 기아자동차


기아차의 쾌속 질주 이유로 업계는 레저 열풍 속 기아차의 전공분야나 다름없는 RV 세그먼트 호재 덕도 있지만, 한동안 부진의 늪에 빠졌던 K시리즈가 대활약을 해준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기아차의 이미지는 언제부터인가 RV에 강한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 현재 기아차는 △소형 니로, 스토닉 △준중형 스포티지, 쏘울 △중형 쏘렌토 △대형 모하비로 이어지는 SUV 풀 라인업과 두 승합차 모델인 카니발과 카렌스를 포함해 총 8개의 RV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코나·투싼·넥쏘·싼타페·맥스크루즈)보다 3종, RV 전문 브랜드인 쌍용차(티볼리·티볼리 에어·코란도 C·코란도 투리스모·G4 렉스턴·렉스턴 스포츠)와 비교해도 2종이 많다. 

이로 인해 판매량을 살펴보면 1~7월 기아차의 RV 모델 판매량은 13만8583대를 판매했지만, 같은 기간 현대차는 11만1329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7월 판매실적으로도 기아차는 2만1078대, 현대차는 1만8007대를 판매했다.

그랜저는 하이브리드 포함 8571대 판매되며 현대차의 국내 판매를 이끌었다. ⓒ 현대자동차


여기에 K시리즈는 가히 폭발적인 판매량으로 기아차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상황. 그 중에서도 K9은 지난 2012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월간 판매 1000대를 넘어서며, 큰형으로써 구실을 제대로 하고 있는 중이다. 

또 K3는 지난 4월 준중형 절대강자 아반떼를 꺾는 대이변을 연출하는 등 출시 이래 처음으로 왕좌에 오르기도 했으며, K5 2위를 유지하며 기아차에 힘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더불어 K7은 그랜저와의 대결에서 힘이 다소 부치는 모습이지만 3000대 이상의 판매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와 달리 현대차는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떠난 승용 세그먼트에서 대표 중형세단인 쏘나타의 경우 국민 중형차라는 명성은 과거만 못한데다, 플래그십 모델이었던 아슬란은 실패작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사라졌다. 

싼타페는 국내시장에서 5개월 연속 최다 판매 모델에 등극한 것은 물론, 출고 대기물량도 9000여대에 육박하며 꾸준한 인기를 모았다. ⓒ 현대자동차

그나마 승용 모델에서는 다시 제자리를 찾은 아반떼와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그랜저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으며, RV 모델에서는 싼타페가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5개월 연속 최다 판매 모델에 등극하는 등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차가 SUV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겠고 발표했을 때 RV에 강한 기아차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며 "하지만 막상 보니 기아차가 RV 모델들을 앞세워 국내시장에서 매출 증대와 함께 수익성도 개선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두 브랜드 간에는 판매 간섭이라는 아킬레스건이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과거와 달리 현대·기아차가 각각 모델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선의의 경쟁이라는 경쟁구도를 만들어 가고 있는 모습은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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