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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석 군수 "'애자일 정신'으로 담수화·부군수 논란 풀 것"

[인터뷰] 정관신도시 급성장 등 정치지형 변화에도 폭발적 인기 유지 비결 들어보니…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18.08.09 17:08:21

[프라임경제] 지난 6월 지방선거 와중에 부산광역시가 전반적으로 들썩인 바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기장군은 가장 핫한 곳으로 꼽힌다.

'민주당 바람'을 타고 군수가 교체됐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소속 오규석 기장군수는 이번 6.13 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은 도전자를 꺾고, '3연임' 기록을 세웠다.

오규석 기장군수. ⓒ 프라임경제

사실 지방자치제도 도입 초반에 이미 군수를 한 바가 있어, 선수를 모두 말하면 '4선'이라고 종합할 수 있다. 어느모로 보나 '기록적'인 상황이다.

특히 기장 지역은 과거 농업과 어업을 주로 하던 곳이었으나, 정관신도시 건립으로 도시화가 많이 이뤄졌다. 외지인이 많이 유입되는 등 큰 변화를 근래 겪어오고 있는 것. 그런 큰 정치 지형 변화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기도는 떨어지기는 커녕 줄곧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비결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무엇보다 당선 직후부터 오거돈 신임 부산시장을 상대로 "지방자치법상 기초단체장이 행사하게 돼 있는 부단체장 임명권을 돌려달라"며 투쟁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이 충격파는 단지 그간 관행으로 행사해온 부산시장의 각 자치구의 부구청장, 그리고 부산 산하 군조직인 기장의 부군수 임명을 포기하느냐로만 볼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제도 시행 30년만에 이처럼 원칙대로 밀어붙이겠다고 상급기관에 정면으로 싸움을 건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전국 각지의 지역 언론들이 신선한 케이스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이 같은 목소리가 지나치게 선정적인 대결 구도로만 해석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선전포고나 대결 정도면 몰라도 마치 '막무가내 갈등'이나 '평행선 대립'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

더위 속에도 에어컨 가동을 하지 않는 군수실에서 그의 소신을 들어봤다.

오래된 행정현안 수첩들을 살펴보는 오규석 군수. 에어컨을 틀지 않아 창문을 열어놓은 것이 뒤로 보인다. ⓒ 프라임경제

◆애자일 행정 하겠다…군민 행복 위해 부군수 임명권 필요

작년 연말 '제4회 대한민국 행복나눔 봉사대상' 기초단체장 부문 기초자치발전 공로상을 받는 등, 행정의 달인으로 널리 평가받고 있다. 전국 최초로 업무추진비 0원을 선언한 바 있고, '야간군수실'을 운영해 주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있다.

정상 근무시간 이후인 늦은 시간에도(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야간군수실에서 직접 주민들을 만나는데 인기가 좋아 주말에도 운영을 하고 있다. 한 공무원은 "토·일요일은 오전 9시부터 운영한다"고 귀띔했다.

야간군수실 뿐만 아니라 직접 새벽 같이 집을 나서서 지역을 누비면서 현안을 챙기고 있다. 그렇게 현안을 메모하고 고심한 민원수첩이 60권을 넘었다.

"애자일(Agile) 행정을 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요새 각종 기업 뿐만 아니라 은행 등에서도 확산 중인 개념이 애자일 조직이다. 대단히 유연하고 혁신적인 운영법이나, 자칫 잘못 운영되거나 관리자들이 무책임하게 행동하면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만큼 조직원 전체의 사기가 중요하다. 또한 큰 그림을 그리고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지도자의 역량도 필요하다. 

"제가 해 보니, 역동적으로 빠르게 일하고 중요할 때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애자일 시스템으로 조직을 운영하려면 몇 가지 필수적으로 해야 할 게 있습니다. 많이 듣고, 즉 '경청'이죠. 그리고 '실용주의',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하자는 일명 '절용'의 세 가지로 요약되더군요."

오 군수는 기장군에 해수 담수화 수돗물을 공급하는 문제로 과거 부산시와 대립한 적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자기 주장을 고집한 게 아니라, 당시 주민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 행정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설명이다.

"처음에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유되고 공론화가 된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대한 예산과 인력, 그 다음에 천혜의 해안선이 환경 파괴되는 문제가 있고, 주민들의 의견이 무시된 것인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겁니다."

그가 제동을 걸었던 해수 담수화 수돗물 공급 이슈에 대해 부산시 등도 의견 수렴을 중시하는 쪽으로 스탠스 변화를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환경부·부산시·기장군민이 '해수 담수협의체'를 구성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것.

그는 이 오래된 갈등에 주민 의견을 중요시하는 변화가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런 부분은 공론화, 토론, 과정을 거쳐서 입장 정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칙 주장, 하지만 극단적으로 충돌하고 싶진 않다

부군수 임명권 관련 1인 시위 모습. ⓒ 기장군

지금 부군수 임명권을 내놓으라고 오거돈 체제에 항의하고 있는 것도 오 군수 자신의 자존심 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부산시에서는 기장군 부군수 자리를 시 조직에서만 오래 근무한 이들을 승진시키는 자리로만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배려 차원이지요. 물론 여태껏 부군수로 온 이들 중에 일 잘하고 열심히 하는 이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개인의 역량 문제가 아닙니다."

오 군수는 기장군 소속 공무원들의 자긍심 문제와 사기를 이유로 들었다. 이것이 충족될 때 기장군민들에 대한 행정 서비스의 질도 높아질 것인데 그걸 가로막고 있다는 것. 기장군 공무원들이 춤추도록 칭찬(부군수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꿈'을 꿀 기회)을 해달라는 얘기다.

"부군수를 시 출신 공무원들이 독차지하면서 기장군에서 공직 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3급 승진 기회가 원천 봉쇄되고, 그로 인해 연쇄적으로 인사 적체가 발생합니다."

이미 이 이슈에 대해 기장 주민들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면서, 오거돈 시장이 매너리즘에 젖은 일부 공무원들의 말만 듣지 말고 주민의 바람이 무엇인지, 원칙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규석 군수는 늦게까지 주민들을 현안을 직접 듣는 야간군수실 활동을 진행 중이다. ⓒ 프라임경제

그는 그런 점에서 부산시장의 기장 부군수 임명권 행사를 비판하는 1인 시위를 매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오 군수는 연말경 부군수를 임명해 보낼 경우 이를 거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고 유보적인 답을 내놨다.

"시에서 스스로 비정상적인 관행을 내려놓는 게 아름답지 않을까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설득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어떤 복잡한 현안이 터지든 '인내를 갖고 오 시장이든 다른 관계기관이든' 설득하겠다는 그는 "한국이 튼튼해지려면 기초단체부터 튼튼해져야 한다"면서 "책임행정을 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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