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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불출마' 외쳤던 꼬마, 신공항으로 '이호철 맞다이'

[최인호의 출구전략 ①] 지역 내 입지 강화 노림수…오래 문제 세세히 꿴 경험이 '자산으로'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8.08.12 23:16:11

[프라임경제]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산시당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그간 부산권 486세대·부산 친노의 중요 인물로 꼽히면서도, 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한 수 아래인 듯 평가돼 왔다. 그런 그가 새삼 동남권신공항 문제를 '꽃놀이패'로 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치인들은 기자들에게 정확한 속내가 아닌 성동격서식 대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최인호발 동남권신공항 출구전략 발언'이 그런 경우인지에 대해 새삼 재해석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최근 "(국토교통부가 내놓을 자료 즉) 9월이나 10월 기본계획안을 보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정무적 해석의 여지가 많은 발언을 내놓았다.

최 의원 측의 동남권신공항 관련 발언은 △기본계획안에서 김해신공항 건설로 인한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기존 정부안(즉 김해신공항 건설 결정)으로 가는 것이 맞다 △확장되는 김해신공항의 수용 규모는 연간 3800만명인데 이 수요를 넘어서는 시점에 가덕도신공항을 미래 비전으로 검토하자는 양대 기둥을 세운 것이다.

그는 소음 기준에 대한 일정한 기준점도 내놨다. "김해신공항 건설로 소음피해 지역이 일각에서 말하는 4만∼5만가구에 이르면 김해신공항 건설은 불가능하겠지만 2000가구 안팎이면 해결이 가능한 수준으로 본다"는 것이다.

달리 답도 없는 것 같으니, 소음 문제로 지역민들이 너무 많이 피해를 보는 것만 아니라면 김해신공항 아이디어를 그대로 갖고 가자는 것으로 읽힌다.

김해신공항으로 그대로 가는 게 낫다는 최인호 의원의 발언을 놓고, 오거돈 시장의 가덕도 재추진론과의 관계 설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 부산시

이렇게 되면 오거돈 부산광역시장과의 거리두기 의견으로도 읽을 수 있다. 오 시장은 김해신공항 판단에 기초적인 자료가 많이 잘못됐으니 재검토를 하고, 특히 동남권관문공항을 문재인 정부에서도 대선 공약으로 24시간 관문공항을 내걸었었으니 폐기된 가덕도 안건을 다시 추진하는 게 맞다는 입장.

◆일종의 말장난? 신공항 V자 뒤집는 출구전략 아닌 출구전략?

다시 요약하면, 대선 공약이었던 어떻든 간에 2년 후 총선도 생각해야 하는데 너무 무리수를 둘 수 없으니 일종의 '출구전략'을 만들자는 게 최 의원의 생각인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이 부산 지역 정치권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휘어잡았지만, 가덕도신공항 재추진 등을 너무 무리하게 치르면 대구와 경북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부산에서도 다음 총선 구도를 장담하기 어렵게 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최 의원이 출구전략이 아니라, 한 번의 손짓으로 사방에 많은 떡밥들을 뿌린 것으로 이번 일을 풀이해 볼 수도 있어서다.

그의 소음 기준 발언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으나, 대체로 지금 당국에서 추진해온 김해신공항 건설안을 '그대로 추인해 주자'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정부의 구상은 기존 활주로에 각도를 튼 새 라인을 증설, 일명 V자 라인으로 증축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경우 소음 논란이 새삼 불가피하다. 자료를 재검토하자는 오 시장측 의견에 오히려 가까워진다. 출구전략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지옥문'을 여는 게 뼈대이자 속내 아니냐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어떤 면에서든, 지역에서 이 동남권신공항 문제를 오래 들여다 본 인물이 할 수 있는 문제 활용임에는 틀림없다.

또다른 해석도 따른다. 그의 정치 이력에서 보면 이번처럼 신중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 제기가 가능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해찬 불출마 견제구 던졌던 崔 , 이번 전대에서도 약간 불편

최 의원의 근래 발언이 왜 나왔는지 배경에 대해 주목하는 시각에서는 이달 하순 치러지는 민주당 전당대회와 최인호, 그리고 민주당 부산시당의 역학관계를 가미해 볼 필요를 강조한다.

이번 전대는 3명의 유력 주자로 압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일명 '이호철 라인'에서는 이해찬 후보(전 총리)측을 일관되게 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 의원 등 일각에서는 예비경선 단계에서 우선 김진표 후보 진영(전 경제부총리)을 밀었다는 후문.

원칙적 측면에서만 보면, 정치적 지향이나 정치적 소신 혹은 인맥 및 친소관계 등을 고려해 결정할 문제이기는 하나, 이것을 이호철 전 수석 대 최인호 의원의 정치적 파워게임으로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일단 될 라인을 예측하고 정하는 것에서부터 차이가 있다는 식으로 곡해해서 볼 수도 있기 때문.

어쨌든, 최 의원으로서는 또다른 구원 때문에 이 후보 측을 선뜻 돕기 어려운 구석이 있기도 했다. 2015년 9월, 최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 겸 부산 사하갑 당협위원장)은 "내년(2016년) 총선에서 불출마하시라"며 이 후보를 겨냥했다.

최인호 의원이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김해신공항 추진 결론에 반발해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비를 맞으며 연설하고 있는 최 의원(사진 왼쪽). ⓒ 뉴스1

이 당시 최 의원의 일갈을 놓고 '김상곤 혁신위원회와 사실상 문재인 당시 대표를 돕는 것으로 정리된 친노 주류 그룹' 양쪽의 일치된 이해관계를 대변한 소리라는 풀이도 나왔었다.

하지만 이 후보는 결국 탈당 후 금배지를 다시 단 뒤 당으로 돌아오는 수순을 밟았기 때문에 최 의원의 당시 행동은 그저 효과를 내지 못한 내부갈등 노출 발언(최대 좋게 봐도 개인 차원의 소신발언)에 그쳤다.

학생운동과 친노와의 오랜 인연,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 등을 지낸 경력 등을 모두 살펴 볼 때 흑역사에 가까운 일. 

당시 경험으로 그는 소신상 옳은 카드든 당이나 조직을 위한 행보이든 간에 효과가 없거나 잘못 처리될 여지, 개인적으로 리스크가 너무 커질 상황에 대해 일정한 지혜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신공항 건강한 토론 군불, 이호철과 '지역 거물' 시소게임?

그런 점에서 이번 김해신공항 소음 등 발언 문제를 보자. 그는 이번 20대 국회 하반기 원구성에서 산업통상위원회를 맡는다. 최 의원은 이번 배치를 통해 '탈원전 정책'의 확고한 뒷받침 담당 선수로 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산업통상위원회에서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전면 수정 내지 적어도 흠집내기를 시도할 때 그가 어떻게 일선 방어를 하는가에 따라서 부산 정치인 평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작게는 이번 전대 이후 결과를 놓고 이호철 전 수석 vs 최인호 전 부산시당위원장 간 지역정계 나누기를 할 때, 앞으로의 활동이 여기 변수로 겹칠 때 챙길 몫이 더 커질 수 있다. 또 향후 부산을 기반으로 '그 다음'을 노릴 때에도 하반기 상임위 활동의 성공 여부는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단기 혹은 중기로는 그렇다 쳐도 장기적 에너지원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속적으로 이호철 라인에 밀리는 혹은 아무래도 비중이 작다는 양상을 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커져 이를 뒤집는 비중감 확보 안건이 필요하기는 하다는 것. 

그러므로 신공항 논란에서 전쟁터가 될 국토해양위원회를 살짝 떠나 다른 일을 잘 하면서도, 밖에서 지역 (거물) 정치인으로서 공항 이슈에 발을 걸치는 추가적인 수를 계속 던지는, 떠나도 떠나 있지 않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높다.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추진 기본 생각이 옳고 그른 걸 따질 일은 일단은 담당 상임위 소속으로 하반기 원활동을 할 박재호 의원 등에게 주어지나, 엄호를 하러 갈 숙제는 최 의원에게도 대단히 의미가 크다.

그래서 이번에 밖에서 '간담회 형식을 빌려' 그것도 '지역위원장에서 물러나는 거장으로서'라는 식으로 최 의원이 김해신공항 문제에 왈가왈부한 것은 대단히 유용하다.

오 시장과 당이 최소한의 상처만 받고 신공항 이슈를 정리하도록 돕는 데 주안점이 있는 출구전략이 아닌, 자신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출구전략이 아니냐는 점을 일말의 아쉬움으로 바라볼 사람들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정도로 복잡한 현안을 처리하는 데서 지역 목소리를 일정하게 반영하는 카드를 마련하고, 그럼에도 타지역과 중앙과의 해결과 역학 문제를 고려해 수정 카드를 만들어낼 정도로 최 의원의 정치적 입지와 노련함이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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