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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말했지만…1456억짜리 신공항 장거리노선 논쟁 활짝

[최인호의 출구전략 ②] V자 활주로 못 하는 대신 11자로? 활주로 길이 연장 옵션 '왝더독'

서경수·임혜현 기자 | sks@·tea@newsprime.co.kr | 2018.08.12 23:04:59

[프라임경제]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산시당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그간 부산권 486세대·부산 친노의 중요 인물로 꼽히면서도, 늘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한 수 아래인 듯 평가돼 왔다. 그런 그가 새삼 동남권신공항 문제를 '꽃놀이패'로 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인호발 동남권신공항 출구전략' 발언이 눈길을 끈다. 최 의원은 최근 "(국토교통부가 내놓을 자료 즉) 9월이나 10월 기본계획안을 보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김해신공항안으로 추진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내놨다. 

최인호 의원의 신공항 출구전략 발언의 속내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사진은 착잡한 표정으로 생각 중인 최 의원. ⓒ 뉴스1

최 의원 측의 동남권신공항 관련 발언은 △기본계획안에서 김해신공항 건설로 인한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면, 기존 정부안(즉 김해신공항 건설 결정)으로 가는 것이 맞다 △확장되는 김해신공항의 수용 규모는 연간 3800만명인데 이 수요를 넘어서는 시점에 가덕도신공항을 미래 비전으로 검토하자는 양대 기둥을 세운 것이다.

그는 소음 기준에 대한 일정한 기준점도 내놨다. "김해신공항 건설로 소음피해 지역이 일각에서 말하는 4만∼5만가구에 이르면 김해신공항 건설은 불가능하겠지만 2000가구 안팎이면 해결이 가능한 수준으로 본다"는 것이다.

달리 답도 없는 것 같으니, 소음 문제로 지역민들이 너무 많이 피해를 보는 것만 아니라면 그냥 김해로 밀어붙이자는 것으로 일단 읽힌다. 하지만 이런 액면가와 달리, 마치 할인폭이 제각각인 어음깡시장 상황처럼 복잡한 발언이 최 의원의 말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가 치열한 논란의 '지옥문'을 짐짓 활짝 열어젖혔다는 평이 나온다.

◆소음 2000가구 가이드라인, 결국은 V라인 하지 말자?

소음 기준에 대해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ADPI)측 자료를 통해 김해신공항 안건으로의 절충을 택했던 게 과거 정부안. 김해신공항 확장안은 기존 공항 시설에 길이 3200m짜리 제3활주로를 서쪽으로 V자 형태로 건설하게 돼 있다.

그런데 과거 정부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현재 논란이 치열하다. 금년 지방선거로 당선된 오거돈 부산시장은 폐기된 가덕도신공항 안건을 다시 꺼내야 한다는 입장. 소음부터 안전 문제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ADPI의 자료가 잘못됐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 시민단체인 신공항반대대책위원회는 새 활주로를 서쪽으로 V자 형태로 건설하게 되면 김해 시민 3만3000가구, 8만100명가량이 70웨클(WECPNL:항공기소음평가단위) 이상의 소음에 노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책위 외에도 이 같은 소음 피해 범위 가구수 논란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김정호 민주당 의원 등도 제기하고 있다. 또 V자로 활주로를 놓게 될 때의 문제는 학계에서도 짚은 바 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토목도시공학)는 "국토부안인 V자형 활주로는 이·착륙 공역이 김해 시가지 중심을 관통하게 돼 15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직접 소음에 노출되는 문제가 있다"면서 "이·착륙 항공기가 시가지를 회피할 수 있도록 기존 활주로와 동일 방향으로 길이를 연장한 11자형으로 건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 자리에서 설명한 바 있다.

최 의원이 출구전략식으로 일단 2000가구에 '앵커를 박았으니' 실제로 저울질해 볼 때 정부가 V자 활주로를 그대로 놓는 방안 대신 다른 김해신공항 추진안을 택하는 등 수정쪽으로 가닥이 잡힐 수도 있는 셈.

그런데 여기서 11자 활주로로 아이디어 기반이 바뀌게 되면 새롭게 활주로 길이 논쟁이 붙을 수밖에 없다.

박 교수의 경우도 "활주로 길이는 3.8∼4㎞수준을 확보해 A380급, B747-C 등 초대형여객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는 인물. 

◆소음 피해 줄여 11자 그리자니, 중·장거리機 다시 부각

김해 소음 논란은 결국 김해냐 가덕도냐의 문제로 다시 번질 수밖에 없다. 중거리 노선 혹은 장거리 노선 설치 여부로도 연결되는 문제다. 사진은 항공화물 모습(기사내용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 ⓒ 뉴스1

물론 소음 피해를 다소 줄이기 위해 활주로 방식을 완전히 바꾸고, 그 김에 활주로를 장거리 노선이 가능한 대형기 이용이 가능하게 길게 그리자는 것은 나이브하게 보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활주로를 확장·건설할 경우 기존 활주로를 서남 측으로 3∼4㎞가량 옮기고 강 일부도 매립해야 하는 데다, 활주로에 편입되는 남해고속도로 일부 구간도 지하화해야 한다. 건설비도 당초 국토부가 추정한 4조1700억원보다 10조원가량 더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지만 부산 등 동남권 주민들이 현재 인천국제공항을 가기 위해, 즉 동남권에 제대로 된 관문공항이 없기 때문에 길에서 낭비하는 비용을 생각해 보면 이 같은 비용 지출이 과연 낭비냐는 추가 반론이 제기된다.

김해공항권역 주민은 중거리 및 장거리 노선을 타기 위해서 인천공항(84.6%), 나리타 혹은 베이징 등 국외공항(15.4%)을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미주나 유럽, 하다 못해 동남아 일부까지 즉 중·장거리 노선이 김해 등에서 개설되지 않는 것 때문에 동남권 주민들은 인천공항까지 가는 교통비를 추가로 쓰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동남권 주민들은 이런 일명 접근비용을 연간 1456억원이나 쓰고 있다는 것이다.

동남권에서 갖고 있는 항공 잠재 수요만 해도 한달에 유럽 3만9303명, 미주 4만3786명 등에 달한다.

단순히 민간의 여행 등 수요 뿐만 아니라 산업 관련 지출에서도 동남권공항(현재의 김해공항)이 중거리 혹은 장거리 노선을 갖지 못하는 공항이기 때문에 상당한 출혈이 있다.

화물노선(대형 화물기) 부족으로 인한 부산~인천공항 물류비용(트럭 등 투입 이동)을 추산해 보면 연간 230억원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다.

최 의원이 새삼 두드린 문은 소음 2000가구 내외 논쟁의 문턱으로 시작하지만, 결국 문 자체보다는 그 안의 마당이 어떤 모습인지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공항의 '경제 효과', 더 나아가 그렇다면 대체 동남권신공항을 왜 해야 하는지의 근원적 물음으로 번질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다음 총선이 불과 2년 앞인 이 시점, '3철' 중 하나로 지목된 이호철 전 수석은 가시적 움직임을 자제하는 기류를 상당 기간 더 가져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그를 동등한 체급의 라이벌로 취급받고자 도전하는 최 의원으로서는 지역에 이 같은 복잡한 안건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록 할 말이나 논의, 역할을 찾을 바가 커진다. 동남권신공항이 김해에 그대로 추진되는가 혹은 가덕도 논의로 번지느냐는 오거돈 시장만큼은 아니어도, 최 의원에게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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