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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 펴는 해양진흥공사, 정치권 '레이팅 잔소리' 예방 절실

김진표 등 관심보여 힘있는 정치권의 긴 안목 배려 가능할지 촉각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8.13 12:17:51

[프라임경제]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점차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9일 첫 이사회를 열었고, 이 이사회를 통해 조기 안정화의 길을 닦았다는 평. 

해양진흥공사는 초기 납부자본금 3조1000억원 규모로 설립됐지만 현재는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래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밀고 나갈 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어떻게 해법을 낼지 일각에서는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자칫 해운과 조선을 중흥한다는 야심이 커다란 허수아비만 만든 채로 좌초될 수 있다는 성급한 걱정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3개 기관 합쳐 설립…머리와 돈줄은 되는데, 용기는 누가?

이쯤에서 해앙진흥공사의 탄생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한국은 바다에 관심을 크게 기울이지 않았다는 평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수출입 분량을 대부분 해운업에 맡기는 구조이고, 선박 건조 능력이나 물량에서 세계적으로도 순위권을 다투는 입장이면서도 막상 그에 대한 국민적 이해도와 행정적 관심은 대단히 적었다.

바다와 그 위를 오가는 배들을 통해 무엇을 나를 수 있고,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으며 또 어떻게 새로운 배를 많이 건조해 팔 것인지 등에 대해 해당 업계 인사들이 아니면 크게 관심을 두는 사회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것.

한진해운 사태는 그런 우리 현주소를 여실히 드러냈다. 일개 기업 총수와 그 일가가 뒷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 점에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졌지만, 실상은 해운업의 특성(예를 들어 부채비율이 타업종에 비해 천문학적 비율로 높을 수 있다는 특이점)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고 부채 관리 목표 등을 시장친화적이지 못하게 적용한 당국의 정책적 책임도 나중에 탄식을 낳은 대목이다.

여기에 글로벌 불경기 흐름을 내다보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해 조선 분야에서 다른 나라 대비 더 큰 파급 효과를 맞았고, 거제와 울산 등 지역 경제가 파탄에 가까운 고통을 겪기도 했다.

기존에 존재하던 한국선박해양과 한국해양보증보험, 해운거래정보센터 등을 흡수·통합해 하나로 출범(해양진흥공사)하는 방안이 실현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이제 제대로 획을 그어보자는 다짐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

우선 이곳에서는 △항만 등 물류시설 투자 참여 △선박매입을 위한 보증 제공 △중고선박 매입과 재용선 등에 대한 자금지원 등 일명 해운 관련 '금융지원'을 맡는다.

하지만 여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기둥을 맡는다. 일명 해운 관련 '비금융지원'이다. 해운업은 일정한 사이클을 갖고 움직이지만 그 흐름을 읽는 게 쉽지만은 않다. 각종 글로벌 정치 변수 등이 경제를 움직이고 그 변동이 해운 등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 파장이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그 폭과 파장의 크기가 언제 시간을 두고 작용할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해운과 조선은 함께 발전한다. 정부가 직접 배를 발주하고 운영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아도 유기적으로 두 문제를 들여다볼 기구를 만들 필요가 그래서 높다. ⓒ 뉴스1

바꾸어 말하면 해운업 관련 정보를 파악, 분석하는 것을 게을리할 수도 없지만 이를 잘 만들어내 자국 업계에 전달하면 언제 용선료를 조율할 수 있을지, 혹은 배를 새로 사거나 팔 때 좋은 조건으로 협상할 타이밍이 언제인지 등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정보가 넘쳐나야 배를 발주하는 데 가급적 좋은 조건으로 적시를 예측해 미리 대처할 수 있다.

해운업이 살아야 조선업이 산다는 맥락에서 융합적, 그리고 유기적인 일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맞춤형 기구 탄생인 셈이다.

하지만 기존의 여러 기관이 합쳐지다 보니 사실상 자본금 대부분이 현물 출자로 이뤄지는 등  원활치 않은 초기 운전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이사회를 통한 기반 정비와 추가적으로 '공사채 발행 추진'을 하더라도(앞에서 언급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자금) 갈 길이 멀고 험할 것이라는 기우가 벌써부터 나온다.

◆공사 차원 채권 발행, 발행량 조절 등 레이팅 걱정?

이번 하반기 해양진흥공사에서 금융지원을 위한 공사채 발행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신용평가 등 사전 준비작업도 윤곽을 드러내는 상황이다.

공사채의 발행 자체는 큰 문제가 없는 계획이다. 근거법(해양진흥공사법 제14조)에서 납입자본금의 400%까지 공사채를 발행할 길을 이미 허락받은 바 있기 때문.

하지만 해양진흥공사가 이 한도액까지 이번에 꽉 채워 지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 가능성을 모두 끌어다 실탄을 마련하고 쓰는 일이 어렵지 않겠냐는 회의적 시각이 벌써부터 깔리고 있는 지점이다.

공사채 발행은 사업 초기 필요한 자금규모와 신용 이슈,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발행 규모를 정하면 된다.

문제는 발행량과 앞으로의 공사 업무 사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변동 가능한 레이팅 이슈 때문이다.

지금 해양진흥공사의 신용도는 AAA로 평가된다. 하지만 해운업은 대표 경기민감업종이다. 금융위기 이후 과당 경쟁과 저가수주가 이어지고 있어 해운사에 대한 금융·정책지원을 전담할 공사의 실적 변동성은 높을 것이라는 점이 문제다.

가장 큰 난관은 해양진흥공사가 태어난 위의 배경에서 보듯, 쉽고 돈이 무조건 보장되는 길이 아니라, 난관이 있을 것으로 일단 보이는 길로 주로 다닐 게 명확하다는 점이다.

해양진흥공사라고 무조건 어렵고 위험한 일에 국익, 산업미래대계 운운하면서 고위험 투자를 생각없이 진행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통 은행 논리에만 매몰된 기존 금융기관들이 보증을 꺼리는 해운 이슈에서, 대신 빈틈을 메우는 금융지원을 일부 하고 또한 금융권의 도움 동참도 설득해내는 작업을 맡는 게 해양진흥공사의 본연의 역할이다.

선사로 이야기하면 재벌 그룹 산하 우량 해운사가 아니라, 중소형 선사(중하위권 신용도)지만 제대로 된 투자가치를 갖고 있고 이 점에 대해 보수적 금융기관이 선뜻 지원을 하지 못하는 회사가 바로 해양진흥공사의 도움 대상이라는 것.

또한 정보를 취합, 분석하고 선제적 매각 혹은 미리 건조나 용선 투자를 하도록 비금융지원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표면적 이익 추구를 따지고 안정적 활동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의 논리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현재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그럴 수록' 해운과 조선에 대한 순순환 구조를 미리 마련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해양진흥공사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가 높아질지, 방관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단기적 문제에만 매몰돼 지적과 우려 난타만 쏟아내는 쪽으로 갈지 관련 부처들과 정치권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높다.

공사채 발행 이전부터 앞으로 레이팅 문제가 생기면 당장 혼나지 않을까 미리 걱정부터 해야 하는 점은 극히 일각의 농담거리지만, 막 돛을 편 해양진흥공사의 항로에 우리 스스로가 암초를 놓아주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런 점에서 민주당 당권 주자 중 하나인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이 공사 업무에 관심을 크게 공식적으로 표명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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