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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철은 거들 뿐…'히든카드' 해양진흥공사 짚은 김진표, 왜?

자기 정치색깔 있어야 지속적 외연 확장 판단한 듯…현안과 맞물린 이슈 택해 차별화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8.13 11:17:32

[프라임경제] 휴일 정치 이슈로 '친문 분화'가 부각됐다. 8월 하순으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일정이 바짝 다가온 가운데,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12일 김진표 후보(전 경제부총리) 지지 의사를 표명한 점이 우선 관심을 모았다.

전 의원은 양정철씨·이호철씨 등과 함께 일명 3철을 구성하는 친문 핵심 인사. 이들 3철은 근래 전당대회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알려져 돌연 나온 이번 선언의 충격파가 더 컸다. 전 의원은 "이번 전대에서 군림하지 않는 민주적 소통의 리더십을 가지고, 당 혁신의 방향과 실천 의지가 명확하며,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정책 등을 실현하여 국정 성공을 확실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당대표가 선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 정책 실현 띄워준 전해철, 일단 바람 불 가능성 ↑

'원조 친노'로 꼽히는 이해찬 후보 대신 전대에서 '김진표 몰이'를 위해 뛰겠다고 나선 전 의원의 행보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이 후보 측에서 과거 도움을 받은 바 있으니 이번에 전 의원으로서도 개인적 보은을 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선 존재한다. 애써 의미 축소를 하려는 해석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친문이 드디어 움직이는 것이냐는 조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표면적으로 나머지 2명의 철이 중립을 지키지만 전 의원이 움직이면서 친문 주류에게 일종의 신호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분명 높다. 친노가 100% 그대로 친문으로 승계된 게 아니기 때문에, 언제고 분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논의는 존재해 왔고 지금의 문제도 일종의 테스트 성격이라는 것.

그런 상황에서 김진표 진영의 행보는 어떨까? 조용하지만 의미있는 수를 둔 게 발견돼 눈길을 끈다.  

전 의원의 지지 SNS가 나오기 하루 전인 11일, 민주당 부산시당 정기대의원대회 및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 연설에서 김 후보가 던진 키워드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이해찬과 송영길·김진표 3인의 색깔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흥미로운 풀이가 제기됐다.

이 후보는 "부산은 민주화의 성지"라고 강조하고 "동지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부산을 석권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도전이 결실을 맺었다"고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축하하는 등으로 자연스럽게 민주화운동과 DJ-친노 등과의 연결고리를 두루 갖춘 자신에 대한 지지 호소를 유도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인천광역시장을 지낸 송 후보는 송도국제도시를 발전시킨 경험을 소개하며 경제발전 적임자로서 본인을 마케팅해 뭉클했다는 현장평이 나왔다.

김 후보가 흥미롭다. 실제 행정직을 역임한 점에서 송 후보와 그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하지만 경제부총리인 김 후보는 오히려 시장급인 송 후보보다 한결 디테일한 키워드를 택했다.

그는 "환동해 경제벨트 시작이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이라고 큰 어젠다를 제기하면서도 막바로 "북항 통합 재개발과 동남권 관문 열겠다"고 세부안을 강조했다. 특히 의미가 남다른 전술이라고 평가된 대목은 "한국해양진흥공사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짚은 것. 

전해철 SNS로 친문 라인의 대대적인 김진표 지원사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2016년 김진표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의 모친상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했던 때의 모습이다. ⓒ 뉴스1

사실 해양진흥공사의 경우, 이제 막 출범한 터라 크게 역할이 조명되지 못하고 있다. 하다 못해 직원이 많은 것도 아니다. 부산 현지에서 쓰는 돈이 많을 것도 아니고, 당장 '광나는' 일을 하는 곳도 아닌데, 그래서 시민들 눈에 이걸 가지고 경제 효과가 당장 대단히 크게 나오는 양 포장하는 건 요원한 것이다. 단기적으로 확 화제몰이를 할 게 아니라는 소리다.

그럼에도 왜 김진표 캠프에서는 이 아이템을 굳이 꺼냈을까?

해양진흥공사는 기존 한국해양보증보험과 한국선박해양까지 흡수해 출범한 '한국 해운업 부활의 야전사령부'다. △항만 등 물류시설 투자 참여 △선박매입을 위한 보증 제공 △중고선박 매입과 재용선 등에 대한 자금지원 등 일명 해운 관련 '금융지원'을 맡는다.

◆경제 도우미 역할 적임자? '단순한 보조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 또 하나의 중요한 기둥을 맡는다. 일명 해운 관련 '비금융지원'이다. 해운업은 일정한 사이클을 갖고 움직이지만 그 흐름을 읽는 게 쉽지만은 않다. 각종 글로벌 정치 변수 등이 경제를 움직이고 그 변동이 해운 등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 파장이 바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그 폭과 파장의 크기가 언제 시간을 두고 작용할지 짐작하기 쉽지 않다.

바꾸어 말하면 해운업 관련 정보를 파악, 분석하는 것을 게을리할 수도 없지만 이를 잘 만들어내 자국 업계에 전달하면 언제 용선료를 조율할 수 있을지, 혹은 배를 새로 사거나 팔 때 좋은 조건으로 협상할 타이밍이 언제인지 등도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정보가 넘쳐나야 배를 발주하는 데 가급적 좋은 조건으로 적시를 예측해 미리 대처할 수 있다.

해운업이 살아야 조선업이 산다는 맥락에서 이들 해운업 금융지원과 비금융지원을 융합적으로 하지 못하면 또 한진해운 사태 같은 일이 반복되고 중소형 조선사는 물론 대형 조선업체까지 허덕이는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짚은 셈이다.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등을 지낸 그는 2016년 한진해운 사태에서도 "문제가 되는 선박의 억류를 풀기 위한 유류비 등을 포함해, 일종의 긴급 피난자금을 신속히 조성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이 돈을 긴급 유동성 지원으로 수·출입 화물 운송 정상화에 지출해야 한다"고까지 강하게 주문한 바 있다.

경제를 그만큼 아는 이도 드물지만, 해운과 조선 등 비인기 영역을 그 정도로 아는 이는 더욱 희소하다. 영남이나 호남 등 정치색 짙은 출신지 코드를 갖지 못한 김 후보(수도권인 수원 출생)는 관료 출신 정치인이라는 프로필 탓에 그간 늘 모호한 영역 내지 공돌(바둑에서 집을 다 지은 후 빈 자리를 메우는 돌) 정도로 저평가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 

자기 정치와 자기 색깔을 갖춘 정치인이 되는 것에 늘 목말랐던 그로서는 이제 '시운이 맞아' 친문에서 자기 쪽으로 바람이 불어주는 상황을 만났다. 하지만 그것을 즐기고 이용하는 데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다는 것. 

'전해철 SNS'가 터지기 하루 전 미리 잘 알아듣는 이 없고 관심주는 사람 드문 아이템을 굳이 시간을 투입해 던진 김 후보의 행보는 그래서 의미있다. 문재인 정권의 경제 도우미 역할을 할 당대표감이라는 평에 만족하지 않고, 보조 아닌 대등한 조언자로서의 경제통 당대표를 하고 싶은 야망, 그런 속내를 내놓기엔 부산과 해양진흥공사만한 장소적, 그리고 아이템적으로 '묵직한 소재' 역시 드문 것.

부산은 가장 많은 정치적 굴곡을 겪었던 '바보 노무현'이 늘 자기 정치 색깔을 외쳤던 곳이자 정치 기반으로 삼았던 곳이다. 그런 곳에서 노통 시절 중용됐던 그가 벤치마킹의 돛을 편 셈이다. 아마도 김 후보가 혀 끝으로만 해양진흥공사를 위시한 해운과 조선의 중흥 노력을 거론한 게 아니라, 끈끈하고 치열한 관심을 줄곧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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