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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해양진흥공사를 '사자'로 만들 물약, 어디에?

출범 초 쏟아지는 시선과 제약 우려…'넌 겁쟁이 아니다' 암시 준 동화 속 지혜 절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8.13 14:51:47

[프라임경제] 미국 동화 중에 가장 유명한 작품을 꼽으라고 할 때 '오즈의 마법사'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태풍에 날려 낯선 곳에 떨어졌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을 버리지 않고 모험을 하고 그 와중에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화합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집으로 돌아간다는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이 오히려 핵심이라는 평도 그래서 나온다. 신세계를 개척하고 뿌리내린 미국인들의 정서를 잘 반영했다는 생각도 든다. 

지혜를 갈망하는 허수아비, 마음을 갖고 싶다는 양철나무꾼 그리고 집에 가야 할 방법을 찾는 도로시 못지 않게 마법사를 만나고 싶은 존재가 바로 사자다.

백수의 왕이라 꼽히지만, 막상 겁이 너무 많아 강아지한테도 깜짝 놀랄 정도다.

결국 끝에 해법을 얻어내는데, 사자에겐 정체불명의 물약이 선물로 주어진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위약효과(플라시보효과)' 그 자체였던 것 같으나 어쨌든 글 속의 사자 등은 해결책들에 나름대로 만족하고 실제 효과가 나는 듯 의기양양해진다. 

한진해운 사태가 터진지도 벌써 이태가 넘게 흘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해양의 양대 축, 해운업과 조선건조업을 모두 일목요연하고 풍부하게 들여다보고 분석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자는 의견이 비등했었다. 우리나라 해운 및 조선 업체들에게 비금융지원 및 금융지원 등을 토탈서비스하자는 것.

그 결과 올해 7월 기존 3대 기구를 통합,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초 생각했던 자금의 일부가 조달되지 않았고 공사채를 발행해 실탄을 마련하고자 하나 레이팅 우려로 인해 과감성 있는 발행은 아무래도 요원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사정이 이렇고 보면, 이 기구가 채 태어나기도 전부터 현대상선을 지원하는 게 맞느냐 틀리느냐를 놓고 논쟁이 붙었던 상황이 앞으로도 언제고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희망은 있다. 김진표 전 경제부총리가 해양진흥공사의 활성화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것. 물론 그가 지금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당권 주자로 나선 상황에 일종의 레토릭으로 이런 말을 한 게 아니냐는 혐의가 없지 않다.

하지만 굳이 이런 비인기영역의 이슈가 제한된 시간 상황에 언급된 점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모처럼 태어난 기구가 좀 더 편한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거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혹은 그런 논의가 전혀 설 땅이 없는 건 아니구나 하는 점이 고무적인 것이다.  

지금 해양진흥공사가 하도록 규정된 일, 그리고 그 구성 면면을 볼 때 능히 할 수 있는 일들을 보면 금융 영역 실무부서는 물론 비금융 연구기관, 정보기관 같은 다양한 면면을 갖게 된다. 국가적으로 이런 맹수를 키워본 유례가 영역을 막론하고 드물 정도다.

하지만 제 아무리 자존심 높고 능력이 출중한 기구라 해도 문제가 남는다. 비전문가들, 그리고 당장 드러난 작은 문제에도 윽박지르기만을 즐기는 이들 아닌 육성을 하고 키우자는 이들이 지나친 질타로 일관한다면, 아무리 잘난 기구라도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겁쟁이 사자가 선물받은 신비의 물약처럼, 해양진흥공사가 지금 필요한 건 자금과 인력을 조금 더 주고 덜 주고 같은 지엽말단적 문제가 아니라 용기 그 자체일 것이다.

정부 당국과 정치권에서 첫 단계에서 물약을 주느냐 매를 드느냐에 따라 해양 산업 더 나아가 한국 산업 전반의 방향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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