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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라멘기행] 톤코츠의 원조 '쿠루메 라멘'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8.08.16 13:05:31

[프라임경제] 톤코츠 라멘이라 하면 하카타(博多)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쿠루메(久留米)가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쿠루메 라멘은 하카타뿐 아니라 큐슈 대부분 지역, 나아가 인근 야마구치(山口)현 등에도 영향을 줬다.

난킨센료의 쿠루메라멘. ⓒ 쿠루메시 상공회의소

쿠루메 라멘은 1937년 니시테츠(西鉄) 쿠루메역 앞 야타이(포장마차) '난킨센료(南京千両)'에서 시작된다. 개발자는 나가사키현 출신의 미야모토(宮本). 그는 처음에 우동을 팔았는데 요코하마에서 유행하던 시나소바(라멘의 전신) 소문을 듣고, 현지에서 조리법을 배워 품목을 바꿨다. 처음에는 맑은 다시로 맛을 낸 스프를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요즘 같이 진한 바이탕(白湯)스프는 그로부터 10년 후 우연한 기회에 만들어진다. 산큐(三九)라는 야타이를 운영하던 스기노(杉野)가 외출한 사이, 모친이 돼지 뼈를 오래 삶아 스프가 진하게 나은 것. 이 스프가 곧 쿠마모토・오이타・키타큐슈・미야자키 등 큐슈 전 지역으로 퍼져 나간다.

불이나 시간 조절 실수로 새로운 스프가 탄생했다는 비화는 쿠루메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종종 있다. 어쩌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과정이었을지 모른다. 미야모토와 스기노는 교분이 두터워 산큐라는 점포 이름도 미야모토가 붙여줬다고 한다. 산큐는 영어 Thank의 일본식 발음이기도 하다.

쿠루메의 노나카마치(野中町)에 위치한 난킨센료 본가는 지금도 개발자 미야모토의 며느리와 손자가 손님을 맞고 있다. 세월이 흐르며 스프는 진해졌어도, 면은 창업 때부터 쓰던 자가제 치지레(꼬불)면을 고집한다.

쿠루메 라멘은 외관이 하카타 라멘과 유사해 보이지만 구성요소에 차이가 있다. 우선 스프의 농도가 하카타에 비해 진하고 냄새가 강하다. 두 지역 모두 직선 면을 사용하는데 쿠루메가 약간 굵은 편이다. 무엇보다 하카타의 카에다마(추가 면) 시스템이 쿠루메에는 없다. 고명은 대동소이 하지만 쿠루메에서는 김을 추가로 올린다.

여기에서 잠깐 일본인의 라멘 선호도를 살펴보자. 마케팅 업체 바루쿠의 2012년 2월 조사에 의하면, 지역・성별・연령과 상관없이 일본인 94%가 라멘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호하는 라멘은 쇼유 27.6%, 미소 19.5%, 톤코츠 19.4%, 시오 11.8% 순이었다. 이들 4종이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는 가운데, 탄탄멘・어패류 쇼유・미소 톤코츠・츠케멘 등 소수파가 뒤를 잇는다. 그러나 TOKYO FM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또 다른 조사에서는 톤코츠25%, 미소24.2%, 쇼유22.3%, 시오18.4%로 선호도 순위가 바뀐다. 결국 소유・미소・톤코츠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세력이 팽팽하다.

선호도와 관련해 2013년 1월 Yahoo Japan이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라멘이 톤코츠라는 거였다. 세계 44개국 라멘 팬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톤코츠가 50% 가까운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참고로 쿠마모토(熊本)에 본점을 두고 있는 아지센(味千)이라는 톤코츠 전문점은 중국・싱가포르・미국・캐나다・호주 등 14개국에서 700개가 넘는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쯤 되면 톤코츠 라멘의 발상지 쿠루메가 좀 더 주목을 받아도 될 텐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아마도 큐슈를 대표하는 도시 후쿠오카의 위세에 눌린 때문이리라. JR 쿠루메역 버스정류소 한 쪽에 '톤코츠라멘 발상지' 간판을 달고 서있는 포장마차상이 왠지 애잔해 보인다.

◆쿠루메시 소개

후쿠오카현 남부와 사가(佐賀)현 동부에 걸쳐있는 츠쿠시(筑紫)평야 최대 도시로 치쿠고(筑後)강이 시 외곽을 둘러싸고 흐른다. 에도시대에는 수로를 이용한 물류의 거점으로 번성했다. 1889년 새로운 시제(市制) 도입에 따라 시가 된 이후 2001년 특례 시에 지정되고, 2008년 인구 30만이 넘어서며 중핵 시로 승격했다.

JR 가고시마 본선, 니시테츠(西鉄)오무타(大牟田)선, 큐슈자동차도(고속도로)가 교차하는 요충지에 위치해 다른 현과도 접근성이 좋다. 쿠루메를 포함한 도시권 인구가 43만에 달하지만, 35㎞ 외곽에 큐슈 최대도시 후쿠오카가 있어 자체 상권은 미약한 편이다. 최근에는 후쿠오카 권역 베드타운으로 기능이 활성화되고 있다.

쿠루메는 '고무 3사'의 도시로 통한다. 브리지스톤 타이어, 1873년 창업한 신발제조 문 스타(구 월성화학), 1892년 창업한 아사히 슈즈(구 일본다비→일본고무 등) 3사가 쿠루메에서 창업한 기업들인데, 모두 고무를 원료로 제조하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 최대 타이어 메이커인 브리지스톤이 1930년, 아사히 슈즈의 타이어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1931년 일본 타이어주식회사로 독립한 생산라인은 1951년 브리지스톤타이어 주식회사로 사명을 바꾼다. 그 후 2005년 프랑스의 미쉐린 타이어를 제치고 세계 정상에 올랐다. 현재 생산거점은 25개국 178곳에 이른다. 고무 3사 중 나머지 2사는 아직도 쿠루메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명소 소개

△제16회 '쿠루메 야키토리 일본 페스타'
매년 9월 히가시마치(東町)공원에서 개최되는 꼬치구이 축제(2018년은 9/8~9), 쿠루메 시내에는 꼬치구이 집 200여곳이 있음, 닭・돼지・소・말・어패류 등 다양한 소재를 숯불에 구워 제공, '센포코'로 부르는 소와 말의 힘 줄 구이가 유명, 식초 타레를 뿌려주는 양배추 샐러드도 일품. (교통편) 니시테츠 쿠루메역 도보 7분.

△쿠루메 성터
에도시대 쿠루메 한(藩)을 약 250년간 통치한 아리마(有馬)가문의 근거지, 돌 성벽이 웅장, 해체된 혼마루(本丸, 본청) 일부가 보존돼 있음, 성내 역대 번주의 무구(武具)와 공예품을 전시한 아리마 자료관과 번주를 제사지내는 사사야마(篠山)신사가 있음, 현 지정문화재, 성내 벚꽃이 유명. (교통편) JR 또는 니시테츠 쿠루메역에서 버스로 대학병원 하차 도보 3분.

△쿠루메 사이클 패밀리파크
경륜장 동쪽에 세워진 자전거 테마파크, 2~4인용 자전거・산악자전거(BMX BTR)・일륜자전거・어떻게 탈지 궁금한 자전거 등 다양한 자전거와 코스 구비, 코스 당 30분 기준 ¥200, 토・일・월・공휴일 개원(목・금은 단체만 이용), 1주일 전 예약필요. (교통편) 니시테츠 쿠루메역 니시테츠 버스로 야토리(矢取) 정류소 도보 10분.

△다자이후 텐만구(大宰府天満宮)
후쿠오카현 중서부 다자이후시에 위치, 수험합격・취업성취・액땜 오마모리(お守り,부적)가 유명, 연간 1천만 방문, 헤이안시대 저명한 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스가와라・미치자네(菅原道真)를 제사하는 전국 1만2000 신사의 총본산, 스가와라는 학문・지성・액땜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음, 다자이후는 고대 아시아와 문물을 교류하던 거점으로 '먼(遠)조정'으로도 불렸음, 다자이후시는 충남 부여군과 우호도시 관계를 맺고 있음. (교통편) 니시테츠 다자이후역에서 도보 5분.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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