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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스트 '깜깜이' 감사? 한달 후 '알맹이 여부' 촉각

교수협의회 항의에도 자세한 쟁점 함구? '불안감·불만' 높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8.17 11:06:37

[프라임경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감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 학교는 연구중심대학으로, 국책연구기관으로 출범해 석·박사 과정을 개설하고 이후 학부 과정을 추가했다. 전국에서 세 번째로 설립된 과학기술원이기도 하다. 따라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독을 받는다.

문제는 과기정통부 감사가 지나치게 길게 이어지고 있다는 학교 불만이 일고 있는 것. 학내 인사들은 "한달을 넘긴 감사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한편, 진행 과정의 무리수 논란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과기정통부 감사팀에서 총장 사퇴를 종용했다는 설까지 한때 돌았을 정도. 다만 이와 관련, 디지스트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14일 오후 감사관과의 면담을 요청, 교내에 퍼진 감사에 대한 소문들의 진위를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교협에 따르면 감사관으로부터 사임 압박을 한 적이 없었다는 단언을 들었다고 한다.

다만, 집요한 '먼지털이식 감사'에 대한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교협 측은 "총장 사임 압박 유무에 대해 답은 들었으나 감사의 사유 및 주된 쟁점들은 무엇인지,감사 내용을 비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는 입장.

즉, 쟁점과 내용을 모르는 상태로 길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다방면으로 압박당한다고 느끼는 것이 디지스트 구성원들의 불만 요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음 주(20~25일) 또 (감사) 진행 내려온다고 한다"는 루머까지 돌면서 사태가 더 증폭되고 있다는 것.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일단 이 상황에 대해 '1달 감사 우려'에 대해서는 6월18일 내용 접수가 있어 7월2일 감사를 내려가 20일 마무리한 뒤 복귀한 것"이라며 "그 뒤 총장 관련 등 내부 민원 접수가 25일 있어 30일 다시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후 팩트 확인을 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감사를 매듭지으려면 확인서 등을 받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 학교 A 총장이 입원하는 등 건강 문제가 있어 당초 받았어야 하는 이 총장 문답서 등을 받지 못하고 자료 검토만 해온 단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또 감사를 나온다'는 일각의 접근법에는 어폐가 있다는 것이다. 건강상 문제를 감안해 문답서에 확인, 서명을 받는 등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렇게 되면 일단 건강이 호전된 A 총장의 태도에 마무리 여부가 달린 셈.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15일 일단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A 총장은 학교 보직 교수 일부가 장기 감사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직원을 내자 병상에서 이를 반려 결재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이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하는 게 맞다는 의지를 갖고 있어서 총장실에서 답변서 서명 거절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도 않다. 다만 부당한 압력이나 내용 등이 있을 때에만 이의를 표시하는 식으로 가볍게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논점은 일단 해소 내지 해결된 마무리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디지스트 학교 사회에는 이번 일로 상처를 받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감사 장기화 논란은 일단 연이은 민원 접수(속칭 투서)로 인해 부득이한 행정 절차라고 치더라도, 쟁점을 제대로 공론화해 학교-학교 구성원 측과 소통하지 않아 고압적 감사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이에 따라 관계자들이 연구는 뒷전에 미루고 서로 퍼즐 맞추기로 정보를 나눠 감사 윤곽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 이 과정에서 과학 연구 문화와 관행, 기준 등에 대한 감사 진행 과정의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한탄과 이렇게 괴롭힐 때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

과기정통부에 대한 학교의 공식 항의나 직접 당사자의 문제 제기는 없는 상황이지만, B 교수와 C 교수 등은 "현재 연구비 배분이나 논문의 사사 표시(논문에 연구자 이름을 표시하고 특정 연구비에 따른 성과물인지 표기하는 방식) 등 감사로 문제 제기를 당한 이들은 대단히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고 교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간 감사를 전혀 받아보지 않은 조직도 아니고, 기준에 어긋난 경우가 아니라는 항변도 제대로 '먹히지 않는' 분위기에 동료 교수들 상당수가 자존감을 다쳤다는 부연 설명이다. 

취재에 응한 B·C 등 일부 교수들은 "틀린 게 없거나, 이 정도가 틀렸다고 한다면 국책 연구고 뭐고 할 대학 하나도 없다 싶은 정도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면서 "앞으로 사정이 복잡한 연구 안 하겠다고 포기하는 기류가 번지면 그건 또 어쩔 것이냐?"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투서의 의혹 제기 내용에 지나치게 휘둘린다는 열패감을 맛보고 있는 셈이다. 투서가 다양한 내용을 괴롭히기 목적으로 창작해 내면 그대로 다 당해야 하냐는 불안감이 바탕에 깔린 것인데, 먼지털이 감사로 보이지 않게끔 배려하는 방안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감사 발전 방향에 대해 당국과 여러 대학 등이 서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을 할 필요가 제기된다는 소리도 나온다.

다만 과기정통부 측은 전체 구상과 현재 진행상 파악된 문제의 윤곽 설명에 여전히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극적인 상황.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취재 과정의 질문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1단계 감사는 비정규직들의 전환 결정 문제와 연구비 배분 논란 등을, 2차 민원에 따른 감사팀 재파견의 경우는 총장 관련 민원 등을 들여다 본 점을 언급했다. 그러나 교수들이 가장 불만스러워하고 불안해 하는 연구 윤리 이슈에 대해 직접적 언급은 여전히 거절하고 있다. 

그는 "민원 내용 중에 연구윤리가 있으나 자료를 보지 못했다"면서 이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확인서 등을 종합해 감사보고서를 완성해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얘기다.

보고서 작성 소요 기간은 대략 한달 내외다. 한달여 후 감사보고의 결론이 어느 정도 '알맹이'를 담고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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