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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압박-한국 견제, 시진핑의 9·9절 방북 셈법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8.18 23:54:34

[프라임경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설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의 중국 의중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 주석의 방북 가능성은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가 18일(현지시각) 보도하는 등 최근 유력하게 외신들이 거론하고 있는 아이템. 현재  시 주석의 방북 일정까지도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시 주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으로 오는 9월9일 무렵 방북,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하는 한편 양측 정상회담도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이 같은 양측 밀월관계에 새삼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2000년대 이후 북측과 다소 소원했다. 핵 개발 야욕이 공공연해지면서 관계 냉각은 더 심해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상급 인사의 가까운 시기 방북은 2005년 후진타오 주석, 2009년 원자바오 총리 사례 등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따라서 시 주석의 방북이 성사되면 13년 만에 중국 최고위층 인사가 북한을 찾는다는 의미있는 발걸음이 된다. 김 위원장의 경우 시 주석을 만나러 여러 번 방중한 바 있어 답방 의미도 부여돼 의미가 커진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정작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바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북측과 중국의 호흡 맞추기가 다시 가동되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점이다.

핵 문제로 소원해지다 못해 악화됐던 관계에서, 중국과 북한 양측은 서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손을 잡는 급변 국면으로 전환해 세계를 놀라게 했었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미국과의 대립각 세우기를 할 수 있는 덩치 큰 우방이 필요했던 북한과, 미국이 계속 무역 분쟁으로 자존심을 자극할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최악의 카드를 쥐고 있어야 하는 중국의 이해타산이 서로 맞아떨어졌다는 평.

이런 양측 관계는 미국이 힘을 과시하는 과정에서 유야무야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일부에서는 관측했었으나, 결국 오히려 둘은 손을 재차 굳건히 잡고 이를 드러내는 식으로 미국에 맞서고 나섰다.

백악관은 대북 제재 압박을 거둬들일 생각이 없음을 지난 번 일명 싱가포르 회견 이후에도 줄곧 공공연히 드러내고, 대중국 무역 압박 강도 역시 좀처럼 낮추려 들지 않고 있았다. 터키 등에 대한 압박은 물론, 이란 봉쇄 재개 등 강도높은 글로벌 정책들을 연이어 쏟아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의외의 수를 던진 셈이다.

정권수립 70주년을 핑계로 밀월에 또 들어간 것인데, 이 타이밍과 명분의 오묘함 그리고 이를 새삼 견제할 급브레이크가 마땅찮다는 점이 미국의 골칫거리가 될 전망이다.

근래 미국 재무부는 "해운업과 보험·석유 회사·항만 등에 북한의 해운 관행이 가하는 위협은 중대하다"면서 제재 위반에 가담한 혹은 이를 도운 러시아 및 중국 기업들을 대대적으로 규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이 이달 말 북한을 방문해 비핵화와 종전선언, 그리고 2차 북측과 미국간 정상회담에 관해 협의할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렇게 미국은 대화와 압박을 동시에 사용하는 전략을 구사하려 했다. 그러나 결국 폼페이오 장관이 이달 말 다녀간 이후에 시 주석이 북한 최고의 기념일 중 하나인 9월9일 정권탄생의 기념식 그것도 70주년 되는 행사에 참석하면, 방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게 된다. 미국과 북한간 대화가 당장에는 빛을 발하게 되겠으나, 빠른 시간 내 곧 바래버린 것처럼 빛이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평양을 기쁘게 할 정도로 제재 규모와 강도를 낮추는 식으로 식언을 하기도 어려운 게 미국의 입장이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입장도 썩 좋은 것은 아니다. 청와대 안팎에선 그간 북한과 미국의 대화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에 우리 측 운전자론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없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폼페이오 장관 일정 이후를 기약하자는 차원에서, 또 북측 비위를 맞추는 뜻에서 내달 중에 북측과 우리의 정상회담을 갖는 쪽으로 문제 조율을 했던 것. 그러나 시 주석이 70주년 북한 정권수립일 행사에 참석하면서, 그 전에 가자니 미국 국무부 측 움직임과의 일정 조율이 어려워지고, 그 다음에 가자니 시 주석이 판세를 뒤흔든 다음에 가서 판을 키워주는 주변자적 역할에 머물 확률만 높아진다.

그렇다고 설마 9월9일 기념일 당일에 평양에 우리 고위급 인사 심지어 국가원수가 시 주석과 같은 날 방문하는 것은 택할 수 없는 수다. 보수 정치권에서 대여 공세를 강하게 걸 수 있는 충격적인 안이라 하지하책에 머무는 가능성이다.

미국과 한국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혹은 그렇다고 기대되던 대화 테이블에서의 협상력 중 상당치를 시 주석이 때에 맞춰 움직이는 것 하나로 탕감해 버린 셈이다. 내놓고 말은 안 해도, 북측 정권이 '70년 전 수립부터 정당한 것으로 본다'는 식으로 오독될 수 있는 메시지를 중국 측은 거동만으로 줄 수 있고, 이것은 미국과 한국 모두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 

글로벌 무역과 동북아 군사 전략 그리고 민족의 통일 등 카드들을 쥐고 있는 여러 대화 상대방들 앞에, 중국이 갑자기 한세기 전 냉전 이데올로기를 꺼냈다. 오래된 아이템으로 충분히 새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식으로 나서는 중국, 그리고 그 속내를 알면서도 묻어가려는 북한의 의중을 미국과 한국이 어떻게 대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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