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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파급력 큰 외국계 보고서, 구조적 문제라지만…

 

신정연 기자 | sjy@newsprime.co.kr | 2018.08.22 16:51:12

[프라임경제] 지난주 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나온 반도체 업종의 부정적 전망이 국내 주식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국내 여러 증권사의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종지수가 6.44% 크게 하락했다.

호재보다 악재의 반영률이 높다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이 나아갈 바가 아직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반도체 업종에 대해 기존 '중립'에서 '주의' 단계로 투자 의견을 하향 발표했으며, 이에 발맞춰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주 각각 5.97%, 4.49% 감소했다.

반도체 업종에 대한 모건스탠리의 부정적 전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춰 주가가 5% 이상 떨어져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했다.

반면 국내 미래에셋대우·하나금융투자 등 대부분 증권사들은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관련해 현재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이며, 향후 반도체 업황 호조가 기대돼 '적극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국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수요가 내년까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모두 올 3분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외국계 증권사와 국내 증권사의 상반된 분석 보고서에 투자자들이 혼선을 겪을 법도 하지만 시장은 외국계 증권사의 손을 과감히 들어줬다.  

국내 증권사들이 반도체 업종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주가는 지난주 연일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계 큰손들의 강한 영향력을 입증한 단편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들의 반도체 업종에 대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 분석들에 국내 증시가 휘둘리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50%가 넘는 종목"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보다는 외국 증권사들의 부정적 분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에 더해 "기관투자자 역시 외국인투자자의 대량 매도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이를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첨언했다.

외국인 투자자가 외국계 분석 보고서를 보고 투자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볼 수 있지만,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기업 가치평가를 도외시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사자, 팔자'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자칫 개인투자자들이 외국계 리포트의 부정적 전망을 맹신할 수 있다는 우려로도 연결된다.

국내증권 시장에서 오래된 문제로 지적되던 국내증권사 보고서들의 낙관론은 변화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우려는 구조적인 문제에 비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원론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보호에 앞장서야 성장 기반의 시장 구조를 다져나갈 수 있다.

업계 다른 전문가는 "쌓여가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증권 산업의 하락을 초래하기 십상"이라며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의 대량 매도에 생기는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미 증시의 경우 다양한 변수에도 개인이 중심을 잡아주는 안정된 시장상황이 연출된다. 작금의 국내 상황처럼 외국계 리포트 하나에 관련 업종 자체가 낙폭을 키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현재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에 비해 개인투자자 비중이 적은 국내 특수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러한 특수성을 연유로 언제까지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할 수 없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크게는 증권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하는 국내 증시는 분명 문제가 많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나 정책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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