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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ISD 걱정' 말고, 묵시적 청탁 '법리 점검'만 하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8.26 23:20:30

[프라임경제]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형량이 오히려 높아진 이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묵시적 청탁' 개념의 인정 여부가 핵심이다.

1심 대비 항소심은 박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받았다는 뇌물수수액 규모를 많이 잡았다. 이렇게 뇌물액 규모가 달라진 이유는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느냐 여부였다.

이 묵시적 청탁 논리는 앞서 이재용 부회장 사건을 맡은 재판부들도 고심한 바 있는 숙제였다. 판결에서 각 재판부의 의견이 다르게 나오면서, 어느 판단이 맞는지 결국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소리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하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존재했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 합병을 비롯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은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 맞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청탁'한 적은 없지만 묵시적 청탁은 있었다고 풀이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계열사를 통합하면서 그룹 미래전략실을 통해 지배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고 그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했다"며 "정부에서 삼성에 경영승계에 관한 여러 우호적 조처를 했다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으리라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우리 사회에서는 논점 두 가지가 불거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사건 항소심 판결이 이렇게 났으니, 결국 이 부회장 사건 판결도 뒤집히겠냐는 것이 그 중 하나요, 이번 항소심 논리로 인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7억7000만달러 상당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에 먹구름이 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머지 하나다.

어느 항목을 뇌물로 보고 안 보느냐의 지엽적 싸움이 전부가 아니라, 묵시적 청탁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으냐에 따라 뇌물에 포함할 범위가 크게 달라지면서 판세 자체를 흔드는 셈이다. 참고로 이 부회장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 박 전 대통령 측도 항소심에 반발, 결국 사건이 대법원까지 갈 상황이다. 양 사건 모두가 대법원에서 만나게 되면서, 묵시적 청탁 논의에 대한 통일적 해석을 대법원에서 해줘야 하게 된 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게 있다. 저렇게 큰 결과 차이를 빚어내는 묵시적 청탁의 인정 여부를 논증해서 그 선택 여부를 결정하는 자체가 이미 사법부에겐 큰 짐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다른 여파를 대법원 앞에 들이밀어서는 안 된다. 

글로벌 기업이 이런 사건 하나로 넘어질 리도 없지만, 설사 넘어진다 한들 부당하게 법리 지원을 하고 나설 필요가 없다. 국가적으로 큰 소송을 당했다 해서 논리 끼워맞추기를 해서 이기겠다고 도모하자는 생각도 어불성설이다.

심지어 재판 끼워맞추기 논란이 과거 사법부 역사에 오욕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런 시국에 작은 이익과 눈 앞의 사정을 들어 정의를 굽힐 수 있다는 식의 편리한 사고 방식이 또다시 고개를 들어서는 안 된다. '국익'은 그럴 때 사용하는 개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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