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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피해 증언대회 현장까지 이어진 사측 '갑질'…김앤장 변호사도 거기에?

"언론에 알리는 게 힘없는 약자가 할 수 있는 전부" 목소리 높아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8.08.29 11:49:01
[프라임경제] 이혁재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집행위원장은 지난 28일 열린 '대기업갑질피해 증언대회'에 앞서 "오늘은 하청에서 원청 갑질을 증언하는 자리다. 원청에서 지켜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관계자를 특정해서 나가라고 할 수도 있으니 망신당하기 전에 빨리 나가 달라"고 요청했다.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발족식에 (왼쪽부터)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정미 정의당 대표, 추혜선 의원, 심상정 의원이 참석했다. ⓒ정의당



이미 한 차례 퇴장 권고 뒤 보다 강도 높은 목소리로 이 같이 말했다. 

약 1분 뒤에 정장 차림의 두 남성이 조용이 자리를 떴다. 그들의 정체는 30분 뒤 밝혀졌다. 현대차 1차 하청업체인 서연이화의 사측 관계자와 김앤장 변호사였다.

◆무서운 갑의 굴레, 대면 만으로도 '아연실색'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와 추혜선 의원 주최로 본부 발족식을 겸해 개최된 '대기업갑질피해 증언대회'에 참석한 태광공업 손정우 전 대표는 아연실색을 금치 못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불과 얼마 전까지 소송을 하던 서연이화 관계자와 김앤장 변호사의 얼굴을 보니 덜컥 겁이 난다"며 "발표를 위해 준비했던 내용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고 심경을 밝혔다.

실제로 손 대표는 두서 없이 쫒기듯 이야기를 이어가며 준비한 자료의 절반도 얘기하지 못했다. 이따금 눈치를 살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을 뿐이다.
 
손 전 대표는 "2조원 매출의 서연이화에 300억 매출의 태광공업이 대항할 길이 없었다"라며 "혹시 소송을 준비 중인 하청업체가 있다면 법적 테두리로 들어가지 말고 스스로 살 길을 찾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법과 정부에 대한 싸늘한 불신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는 "4일 간 국민참여 재판을 받았는데, 검찰이 왜 언론 플레이를 하냐고 비난했다"며 "대기업도, 김앤장도 이길 수 없는, 돈 없고 힘 없는 약자라서 할 수 있는 게…(언론에 제보하는 길 밖에 없었다)"라며 말을 맺지 못하고 끝내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공정거래위원장도 메시지 보내와

추혜선 의원은 "갑질을 용인하고 나아가 비호하는 법과 제도가 겹겹이 싸여 있다"며 "대기업, 관료집단, 로펌, 사법부가 결탁하기도 한다"고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서 "이 구조를 바꿔 경제민주화를 진전해야 할 것"이라며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담는 법안 발의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이날 증언대회 시작 전 열린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발족식에 참가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경제 실현을 위해 열심히 했으나 여전히 크게 부족한 현실에 송구한 마음"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김앤장 측에 서연이화 담당 변호사 연락처를 문의한 결과 "변호사 윤리 상 진행 중인 사안이나 고객과 관련된 말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단지 연락처만 물어봤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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