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소장 "도시재생의 이면 젠트리피케이션"

2018-08-30 16:39:29

-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허점 많다…임차상인들 대비 必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소장. = 남동희 기자

[프라임경제] 도시재생,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곳마다 들리는 단어가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구도심이 번성하며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을 뜻한다.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건물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젠트리피케이션을 틀림없이 동반한다는 것. 이에 구 소장은 임차상인들도 이를 미리 예방하고 현명하게 대처하길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과제인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도시재생사업기획단'을 출범시키며 하반기 첫 정비 사업지 선정을 예고했다. 국토부는 구도심과 노후주거지 등을 포함해 정비가 시급히 필요한 곳을 매년 100곳씩, 임기 내 500곳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전국이 개발 기대감으로 들썩이고 있지만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은 "또 얼마나 많은 지역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지 걱정"이라며 우려섞인 의견을 내비쳤다.

구 소장은 현재 우리 주변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은 '외부인 보기 좋으라고 하는 환경미화 성격이 강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얼마 전 1차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서울 종로 세운상가를 예로 들었다. 도시재생사업 명목으로 들어선 보행 데크, 광장 등 일대의 상인들이 임대료 인상으로 쫓겨났다는 것. 그는 음향 기기와 전자 부품을 판매하는 이 지역 상인들에겐 적합한 도시재생이 구현된 게 아니라고 꼬집었다.

구 소장은 그간 이처럼 내쫓기지 않아도 될 임차인, 권리금을 빼앗길 이유 없는 임차인이 이른바 '피해자'가 되는 사례를 수차례 목격했다. 또 이를 통해 임차상인을 지킬 목적으로 만들어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때론 건물주가 세입자를 피해자로 만드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이에 지난 5월 구 소장은 디자인 스튜디오 둘셋, 출판사 유음과 함께 '젠트리피케이션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발간했다. 책자를 통해 구 소장은 상가건물 임대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환산보증금'이라고 강조한다. 환산보증금 초과인지, 미만인지에 따라 법의 보호가 달라지기 때문. 이에 이를 정확히 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임차인들간 주고받는 일명 자릿세라고도 불리는 '권리금'을 임대인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빼앗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라고 짚었다.

다음은 구 소장과의 일문일답.

-젠트리피케이션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발간했는데, 매뉴얼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하자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가지고 있는 허점을 이용해, 임대인이 임차상인에게 불이익을 준 사례들을 수집해 정리했다. 또 이 사례들을 자신의 사례와 대조해 볼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 형태로 제작했다. 바쁜 상인들이 쉽고 간단하게 문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매뉴얼이 담고 있는 내용 중, 구 소장이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세입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무엇이라 보는지.

▲젠트리피케이션은 대응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상인들은 내가 나가겠다고 하지 않으면 5년이고 10년이고 계약이 지속되는 줄 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환산보증금이라는 게 있는데 이는 '(월세×100)+보증금 = 환산보증금'으로 계산할 수 있다.

부산, 인천 등 과밀억제권인 경우 환산보증금이 5억 이상이라면 임차상인은 계약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사이에 임대인에게 "계약 갱신을 원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내야 한다.

또 기타 광역시 및 일부지역에서는 환산보증금이 3억9000만원을 넘을 경우, 이와 같이 해야 한다. 모르고 있는 상인분들이 많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간혹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자릿세라 불리는 '권리금' 수급은 불법이라고 빼앗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임차상인들 간 권리금 계약은 불법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근본적인 젠트리피케이션 예방책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법률을 개정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상식을 거스르는 체계로 짜여있다. 임차인을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이 도구가 돼 임차인이 임대인에 의해서 내쫒기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현행법이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실시하는 퇴거 보상제와 같이 임차인 보호를 주 목적으로 하는 형태로 다시 설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시재생, 재개발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 같다. 낙후된 지역을 재건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한 곳도 있지 않나.

▲도시재생, 재개발, 재건축을 무작정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재생 사업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재생지역 사용자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위해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도시재생 주체가 누구인지가 명확해지면, 그들을 위한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

-계획하고 있는 다음 제작물이나 활동이 있나.

▲젠트리피케이션은 국내 임차상인에게도 쉽게 발생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해당 사안과 관련해 피해가 크다. 예방 및 대응 매뉴얼을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로 번역했다. 곧 출간할 예정이다.

나아가 주택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연구해 보고싶다. 사실 상가 젠트리피케이션도 심각한 문제지만, 주택임대차 계약에서도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들이 아주 많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언젠가는 나의 일, 내 가족의 일이 얼마든지 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특히 환산보증금 같은 경우 임차인에게 아주 불리한 조항이다. 이번 임대차보호법 개정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데, 이런 것들이 하루 빨리 개선되도록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또 매뉴얼 제작 과정에서 재정적인 어려움 등 고난이 많아 원활한 배포가 힘들다. 지자체, 독자들의 많은 격려와 성원 부탁드린다. 



남동희 기자 ndh@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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