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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품격 지킨 '정의당' 숨기 바쁜 '김앤장'

 

조규희 기자 | ckh@newsprime.co.kr | 2018.08.31 14:07:12
[프라임경제] 지난 8월28일 정의당이 개최한 '대기업갑질피해 증언대회'에서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행사에 앞서 이혁재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집행위원장은 "오늘은 하청에서 원청 갑질을 증언하는 자리다. 원청에서 지켜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니 관계자는 퇴장해 달라"며 불청객을 쫓아냈다.

첫 번째 권고에서 버티던 관계자는 더 강력해진 두 번째 경고 후 자리를 떴다. 그들은 증언자인 태광공업 손정우 전 대표와 소송 중인 서연이화(현대차 1차 하청업체) 관계자와 법률대리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였다.

갑질 증언이라는 행사 취지 상 이들은 '불청객'이다. 물론 소송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할 수 있다. 또한 원청에 대한 참가 제한을 명시하지도 않았기에 표면적으로 그들의 방문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을'을 배려할 줄 모르는 전형적 '갑'의 행태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날 증언했던 7개 업체 중 원청 관계자가 방문한 것은 서연이화가 유일했다. 타 원청도 하청의 증언이 궁금했을 텐데 말이다. 

이날 이들을 본 손정우 태광공업 전 대표는 "덜컥 겁이 났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며 아연실색했다. 의도는 차치하고, 결과적으로 손 대표를 겁박한 꼴이 됐다. 서연이화와 김앤장의 행동을 '갑질'로 이해하는 이유다. 

추혜선 의원은 행사에 앞서 "오늘 자리에서 하청의 억울한 상황을 많이 보도해주길 바란다"며 언론의 관심을 호소했다. 

추 의원은 언론전문가다. 원청 관계자가 대형 로펌 변호사를 대동해 갑질피해 증언을 보러 왔다는 사실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인지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추 의원 이하 정의당 누구도 행사 내내 서연이화나 김앤장을 언급하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가 언론에 자신을 알릴 기회'를 반드시 지키려는 '품격'이 느껴졌다.

행사 후 기자는 서연이화와 김앤장에 사실 여부와 참여 의도 확인 차 연락을 시도했다. 서연이화 측은 홍보 담당자가 없다는 이유로 답변을 피했고, 김앤장에서는 "변호사 윤리 상 진행 중인 사안이나 고객과 관련된 말을 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담당 변호사 연락처만 물었을 뿐인데 말이다. '우문현답' 했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서연이화와 김앤장은 '슈퍼 을'이라는 닮은 구석이 있다. 이들 역시 '갑'의 위력을 알고, 부당한 '갑질'에 시달린 경험이 있을 텐데 '역지사지'의 마음이 부족한 건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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