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형의 M&M] 처방 내역: 탐욕150㎎, 이기심100㎎

2018-09-01 10:49:40

- Justin Timberlake - Can't Stop The Feeling

[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민요 '아리랑'도 다양한 지역특색은 물론, 한국 근세와 근대의 민족사, 사회상까지 반영하고 있죠.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usic & MacGuffin(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빌보는 손으로 주머니를 뒤지다가 주머니에서 반지를 발견했다. 동굴 통로에 떨어진 반지를 주웠던 것을 지금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내 주머니에 있는 게 뭐지?" 빌보는 소리 내어 말했다. 

(…) 그런데 갑자기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울렸다. 등골에 소름이 돋는 소리였다. (…) "그게 어디 있지?" "그걸 잃어버렸어, 없어졌어, 잃어버렸다고! 빌어먹을! 제기랄! 내 소중한 걸 잃어버렸어! 골룸, 골룸, 골룸." (…) "빌어먹을! 골목쟁이네(빌보)가 그걸 주머니에 갖고 있어. 그 더럽고 냄새 잘 맡는 놈이 그걸(반지) 찾은 거야." - J.R.R. 톨킨 <호빗> 중

욕심 때문에 친구를 살해했다는 이유로 고향 마을에서 추방돼 시궁창 같은 삶을 살면서도 골룸 아니, 스메아골이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쌈지 속 보물(절대반지)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가 느낀 것은 탐욕의 일시적인 충족이었지만요. 

욕구 충족의 대상을 잃은 골룸은 반지 때문에 뒤틀리고 타락했던 이전보다 더 흉측한 괴물로 변해갑니다. 반지를 훔쳐간 빌보 배긴스에 저주를 퍼붓고 훗날, 반지의 다음 소유자인 프로도 배긴스를 죽일 계획을 세우면서도 그저 '내 것을 찾기 위한' 정당한 일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할 뿐, 죄책감 따윈 없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절대반지를 둘러싼 모험과 갈등을 그린 이 소설은 뛰어난 능력을 지닌 영웅적 존재가 아닌 약하고 평범한 존재라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누구든 탐욕에 눈먼 괴물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도 전달합니다. 평범한 호빗, 스메아골이 탐욕의 아이콘, 골룸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통해서 말이죠. 

스물 여섯 번째 「M&M」에서 흥얼거릴 곡은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의 '캔트 스탑 더 필링(Can't stop the feeling)'입니다.

▲<Can't Stop The Feeling> 뮤직비디오 장면. ⓒ 구글 이미지 캡처


내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느껴져. 내가 음악을 트는 순간 물결치듯 울려퍼져. 이 도시 전체에, 우리 집 전체에. 우리만의 세상에서 우린 끝없이 날아. 밝게 빛나는 태양이 바로 내 주머니 안에 있지. 그리고 이 신나는 노래는 바로 내 발끝에 있어 노래가 시작되면 내 안의 피가 끓어올라. 눈을 뗄 수가 없어, 미친 듯 춤을 춰. 우리가 춤추는걸 보면 너도 좋아 할거야 그러니 멈추지 마.

시작부터 리드미컬한 전주를 흘리는 이 곡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 지금 신났어'를 표현하는데요. 화자가 왜 이렇게 신이 났을까요. 그러고 보니 필자의 경우에는 가사 중 '밝게 빛나는 태양이 내 주머니 안에 있어'라는 가사가 눈에 띕니다. 

'sunshine in my pocket' 이란 표현은 한 영화의 유명한 대사로 알려졌는데요. 여기서 'sunshine'은 황금을 말하는 단어로 통용됩니다. 그게 돈일 수도, 보물일 수도 혹은 마약일 수도 있겠네요.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M&M」적 시점에서 오늘은 이 곡의 화자를 탐욕에 눈먼, 그리고 그 탐욕을 일시적으로 충족시켜 만족하고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겠습니다. 예컨대 반지를 잃기 전 골룸의 모습이랄까요. 이어지는 가사를 계속 살펴보겠습니다. 

(…) 그냥 상상의 날개를 펼쳐봐. 네가 춤출 때면 난 너밖에 안보여. 느낌이 좋아, 난 너에게 서서히 다가가. 그러고선 춤을 추는 거야. 너에게 해야 하는 모든 것들. 하지만 넌 무시하고 계속 춤을 춰. 아무도 이곳을 떠나려하지 않아. 그러니 계속 춤을 추자, 도무지 흥이 가시질 않거든.

그냥 미친듯 춤추는 거야.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이건 마치 마법 같아. 공기 중에도 있고 내 핏속에도 있고 미친듯 질주하고 있지. 아무 이유도 필요 없고 조절도 필요 없어. 나만의 세상에서 난 끝없이 날아올라.


쌈지 속 'sunshine' 덕에 화자의 기분은 고조로 치달은 상태입니다. '마법같은 효과가 핏속에서 질주하고 있다는 것'만 볼 때 만약 선샤인이 앞서 말한 마약이라면 지금 화자는 투약한 상태겠네요. 멈추지 않는 기분의 끝에서 화자는 자신만의 세상까지 만들었습니다. 

화자는 이제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오직 주머니 속만 떠오를 뿐이죠. 그런데 절정에 다다른 화자에게서 반짝이는 'sunshine'을 빼앗는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모르긴 몰라도 웃는 모습은 살필 수 없을 겁니다. 죽일 듯 쏘아보며 'my precious'라고 소리 지를 수도 있겠네요.


최근 우리 사회에는 자신의 것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단체가 또다시 떠올랐는데요. 지난 2012년 11월 시행된 상비약 판매제도에 판매권을 강탈당했다는 국내 약국들입니다. 이들이 최근 상비약 판매제도 품목 확대 논의에 부당하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이죠.

상비약 판매제도는 약국이 문을 닫는 휴일이나 심야시간 대에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해 국민의 건강과 편의성에 높이기 위해 시행됐지만, 약사들의 입장은 사뭇 달랐습니다. 

약사회는 지난달 '국민건강 수호 약사 궐기대회'까지 개최하면서 "의약품은 단 한건의 부작용이 발생해도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면서 "국민의 건강을 염려한다면 일선 편의점들은 의약품으로 득을 보려는 탐욕을 버리라"고 나선 상황인데요.

이에 상대방인 편의점산업협회는 '탐욕'이라는 주장에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 상비약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5년 0.2% 수준으로 미미하다"면서 "약사회의 주장은 과장일 뿐"이라고 맞섰습니다. 

여기에 "이는 우리의 탐욕이 아닌 약사들의 직역 이기주의"라고 지적하면서 "약국이 문을 닫는 명절 연휴 기간 또는 휴일에 편의점 상비약 구매가 평일 대비 50% 이상 증가한 것은 약국 외에도 상비약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지난 7월29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건강 수호 약사 궐기대회'에서 대한약사회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스1


실제로 제도 시행 후 병원이나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에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입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는데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시행 첫날인 2012년 11월15일 5919개가 판매된 이후 지난해 말 기준, 현재까지 22만4000개의 상비약이 판매됐습니다.  

이는 약국이 문을 닫는 휴일이나 심야시간 대에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입할 수 있게 돼 편의성이 향상됐다는 결론입니다. 하지만 약국들은 여전히 무작정 편의점들의 판권 탐욕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약국의 입장도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약국에서만 판매하던 약품들을 편의점에서 판매하게 되면 약국이 문을 닫지 않는 시간에도 접근성이 용이한 편의점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약국들이 '판권을 넘길 수 없다'는 진짜 입장을 호도하기 위해 '국민의 건강'을 들먹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비약을 늘리는데 강하게 반대해온 약사들은 주말에 당번 약국을 잘 운영하면 된다고 주장해 왔지만, 서울 지역에 약사회가 운영하는 '휴일 지킴이 약국'은 고작 27개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도 않은 모양샙니다. 최근 한 언론사가 조사한 결과 27개 휴일 지킴이 약국 중 3곳은 휴무였고, 8곳은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약사는 왜 휴일 지킴이 약국인데 문을 열지 않았냐는 물음에 "나 지금 여기 나와서 만원짜리 이거 하나야(팔았어). 솔직히 돈 안 되는데 하고 싶겠어?"라고 짜증내기도 했습니다. 과연 어느 쪽이 탐욕을 부리고 있는 걸까요.

의료시설이나 약국을 이용하기 어려운 도서 벽지와 농어촌 지역의 경우 편의점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는 병증 완화로 응급상황을 예방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볼 때 약사들의 주장 보다는 편의점에서의 상비약 판매가 오히려 국민 건강 수호를 위함으로 보여지는 대목이죠.

국민의 건강이 걱정된다면, 그걸 떠나서라도 편의점의 의약품 판매가 불필요한 판권 허용임을 증명하고 싶다면 매출, 아니 판권을 운운 할게 아니라 휴일이든 늦은 밤이든 문을 열고 복약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먼저가 아닐까요.

이윤형 기자 lyh@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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