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몸 밖에 노출된 급소 '불알'

2018-09-03 15:23:28

[프라임경제] 지난 6월 러시아에서 개최된 2018 월드컵 축구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FIFA 랭킹 1위의 독일을 2-0으로 꺾는 쾌거를 이루었다. 스웨덴과 멕시코와의 졸전으로 온갖 비난을 받았지만, 독일 전의 승리는 모든 선수들이 사력을 다해 투혼을 발휘한 결과였다. 

경기 후반 수비수 이용 선수는 상대방의 공을 골반 앞부분에 정통으로 맞는 '급소수비'를 했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피하거나 손으로 막으려 하였을, 남자에게 중요한 그 급소 임에도 피하지 않는 감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급소' 혹은 '그곳'이라고 중계됐지만, 이용 선수를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게 만든 바로 그 부위는 정확한 의학용어로 '외부생식기'의 하나인 '음낭'이다. 일반적으로 급소(急所, vital point)란 외부의 작은 자극에도 생리기능의 큰 장애나 심각한 상태를 일으키는 신체 부위를 말한다. 

급소에 해당되는 대부분의 장기들은 다양한 방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데 뇌는 두개골에 의해, 심장은 갈비뼈로 이루어진 흉곽에 의해, 여성의 자궁과 난소는 골반 깊숙이 위치함으로써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된다. 

그러나 종족 번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남자의 고환은 음낭이라는 주머니에 싸여져 몸 밖으로 돌출돼 있다. 대부분의 포유류에서 같은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남성력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라 기능적인 문제 때문이다.

정자와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는 남성 생식기관인 고환(睾丸)은 순수한 우리말로 '불알'이라 하고, 고환을 싸고 있는 바깥 주머니가 음낭이다. 

고환의 영어 이름인 'testis'는 '증명'이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됐다. 아마도 남성력을 증명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것 같은데, 무엇보다도 종족 번식이 중요하였던 옛날에는 남성의 가장 큰 상징은 임신을 잘 시키기 위해 건강하고 풍부한 정자를 생산하는 것이었다. 

고환이 몸 밖에 나와 있는 음낭 주머니에 담겨져 있는 이유도, 정자를 잘 생성하기 위함이다. 고환은 체온보다 2-4도 정도 낮은 온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정자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체온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몸 밖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또 열을 잘 발산하기 위해 음낭의 피부에는 많은 주름이 있고 땀샘이 풍부하다.

대부분의 신체 장기는 크기와 성능이 비례하지 않는다. 머리가 크다고 두뇌가 좋은 건 아니고, 눈알이 크다고 시력이 좋은 건 아니다. 그러나 고환은 다르다. 고환의 크기가 클수록 정자의 생산량이 많고 질 좋은 정자가 만들어져 임신 능력이 좋아진다. 

또한 사정을 빈번하게 하는 경우 고환의 정자 생성기능이 활발해져 고환의 크기가 커진다. 사람마다 차이가 많아 정상 최저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논란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2cm×3cm×4cm 크기이고 평균 무게는 40gm 정도로 타원형의 구조이다.

태생기에는 뱃속 양쪽 옆구리 부위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해 출생 무렵에 서혜관을 타고 음낭으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속도와 정도는 좌우측이 비슷하지만, 간혹 음낭까지 내려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정류고환'이라고 한다. 

만 1세까지 기다려도 완전히 내려오지 않으면 고환에 조직학적 변형이 생기므로 수술적 교정을 한다. 보통은 음낭 내에서 좌우측의 높이가 조금 다른데, 이는 움직일 때 마찰돼 서로 자극이 되거나 불편함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프리킥을 할 때 축구공의 속도는 시속 100km 이상이라고 하는데, 이 정도 속도라면 신체 어느 부위를 맞아도 심하게 아플 것이다. 

그런데 하필 이용 선수가 맞은 부위가 음낭이었으니 격렬한 고통이 엄습했고, 시간이 쫓기던 독일선수들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통증이 사라질 때까지 경기 속개를 재촉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격렬한 통증은 몸 밖에 노출되어 있는 고환을 보호하기 위한 기전 때문에 발생한다. 음낭에 충격이 가해지면 아랫배와 사타구니, 회음부의 근육이 한꺼번에 수축해 굳어짐으로써 이차충격에 대비하고, 고환과 연결된 정삭(spermatic cord) 근육도 수축 고환을 조금이라도 몸 안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이러한 결과로 아랫배와 엉덩이로 뻗치는 심한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고환 충격이 심한 경우에는 합병증으로 고환에 염증이 생기거나 정삭이 꼬여서 피가 통하지 않는 고환꼬임(testis torsion)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주 운이 나쁜 경우 고환을 싸고 있는 백막이 찢어지고 출혈이 되어 음낭이 축구공만큼 커져 응급수술을 필요로 한다.

긴장을 풀고 누워서 쉬면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고환의 통증은 사라지지만, 정자 생성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이러한 외부 충격 이외에도 과도한 음주나 흡연·비만·스트레스·수면 부족 등의 생활환경적인 요인이 고환 기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모든 격투 스포츠에서 고환 가격은 큰 반칙일뿐더러 격렬한 통증과 함께 잘못하면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으니, 고환은 장난으로라도 절대로 꼬집거나 때리지 말자.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press@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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