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동남권신공항 이슈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기본계획 수립 중간보고를 내놨고 지역 사회의 반발 요소들을 감안해 수정할 의사도 밝혔으나, 이슈가 잠잠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더 확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큰 이슈이자 첨예한 갈등의 쟁점은 관문공항 역할은 도저히 요원할 것이라는 부산 지역 일부 인사들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 '거점공항'으로서의 '김해신공항'으로 건설이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비단 '가덕도신공항'이라는 새 안건을 바라는 이들 외에도 경남권 지역 전반의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토부는 동남권신공항은 국내 각종 제도 편제상, 관문급이 아니라 거점공항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해왔다. 대신 중장거리 노선 취항 제반 기능 등을 보강해, 관문 같은 거점공항으로 키울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국토부 입장의 뚜껑을 열어본 뒤 부산시는 막바로 공격 작업에 나섰다. 일명 V자 활주로를 고집해서는 도저히 중장거리 노선에 필요한 초대형 비행기 이륙 및 착륙이 어려워져 반쪽짜리 거점공항에 만족해야 한다는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부산시는 왜 국토부 안에 반발할까? 국토부가 활주로 길이를 3.2㎞로 제시했지만, 최소 3.5㎞는 확보돼야 한다는 게 학계 인사들과 부산시의 입장. 인천공항의 경우 제일 짧은 활주로가 3.75㎞이다. 더욱이, 신활주로는 모두 4㎞ 이상으로 만드는 점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활주로 길이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부산이나 경남 혹은 울산 등에 거주하는 이들이 김해신공항이 마련된 이후(현재의 김해공항이 일부 확장된 이후)에도 미주 등 먼 거리 여행은 결국 지금처럼 인천공항에 가서 타야 한다면, 왜 신공항 이름을 걸고 사업 추진을 하냐는 원론적 물음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과거 국토부 스스로 A380 관련 문제를 검토할 때, 짧은 활주로는 위험하다는 내심을 드러낸 바도 있다. 국토부는 A380 항공기의 대체공항(인천공항에 문제가 생길 경우, 회항이나 긴급착륙의 무대로 쓰일 예비대상공항)으로 청주공항을 지정하려고 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3.2㎞에 불과하며 결국 해당 부처에서는 지정을 포기한 바 있다.
대구광역시에서 과거 마련한 자료도 의미심장하다. 대구시 자료에 따르면, 초대형기 A380의 최소 이륙활주로 길이는 3.4㎞여야 하고 크기가 비슷하거나 약간 큰 기종들 예를 들어, B747-400은 3.8㎞, B-777-300ER은 3.7㎞의 거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게 원론만 따진다면, A380의 경우도 약 2.9㎞의 활주로 길이만 보장되면 뜰 수는 있다. A380 기종의 매뉴얼에서 말하는 표준상태(ISA)기준 최소 이륙활주로 거리가 2.95㎞라는 것.
하지만 이 ISA 상태는 기온 0℃와 공항의 해발높이가 0m일 때 조건이다. 또 비행기를 꽉 채운 상황이 아닌, 승객과 화물을 최대량의 65%만 수용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
온도나 해발고도가 달라지면 당연히 이륙에 필요한 에너지 등 조건이 변하는데, 온도가 높을수록 비행기에는 불리한 조건이 된다. 해발고도 역시 바닷가처럼 낮을수록 좋고 높으면 필요 구간이 길어지게 된다. 또 승객이나 화물이 많을수록 최소 이륙활주로 거리도 길어진다.
김해공항의 경우 여름철 3개월 평균온도가 3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도만 적용하더라도 지금 국토부 아이디어는 너무 무리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3.4㎞는 당연하고 그 이상은 옵션이라는 생각으로 새 관점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꼭 가덕도신공항 재검토 필요론으로 흐르지 않더라도, 지금의 김해신공항 구상은 상당 부분 신중하게 톺아볼 필요가 제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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