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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S7 고장' 해명에 '제보자' 거론…또 '블랙컨슈머' 만드나?

삼성전자 "블랙컨슈머 조장 아냐…열심히 분석한다는 것 알리기 위함"

임재덕 기자 | ljd@newsprime.co.kr | 2018.09.07 15:31:53

[프라임경제] 삼성전자(005930)가 발화 사태로 전량 리콜한 갤럭시노트7에 이어 '갤럭시S7 메인보드 고장' 사태 또한 최초 제보자를 '블랙컨슈머'로 몰아가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공식 커뮤니티 '삼성멤버스'에 공지문을 올리면서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에 직접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사용상의 과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잠정 결론 내린 것.

특히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는 최초 제보자를 끌어들여 '비협조'한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등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에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초 제보자인 한 모(남·32) 씨는 최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업데이트 후 자신의 스마트폰이 발열 현상을 보이다가 메인보드가 손상돼 전원조차 켜지지 않는 상태가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기기 문제 X" 공지문에 '특정인' 거론…블랙컨슈머 만드나?

삼성전자는 7일 자사 제품 커뮤니티인 '삼성멤버스'에 '갤럭시S7 OS 업그레이드 이후 메인보드 불량이 발생했다는 보도에 대해 알려 드립니다'라는 제하의 공지문을 게재했다.

삼성멤버스는 소비자가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면서 발생한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다양한 팁을 얻을 수 있는 '고객소통 창구'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선탑돼 있어 모든 사용자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공적인 커뮤니티인 셈이다.

삼성멤버스에 게재된 '갤럭시S7 메인보드 고장' 관련 공지글. ⓒ 프라임경제

삼성전자는 이 공지문에서 "우선 현재까지 AS에 접수된 제품 중 OS 업그레이드로 인해 제품 고장 관련성은 확인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5월24일 갤럭시S7 OS 업그레이드 시행 이후 제품 고장신고가 특별히 더 증가하지 않았다"며 "삼성전자 자체 테스트 결과 메인보드 불량 현상과 OS 업그레이드 간 상관관계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번 이슈를 처음 제기한 고객에게 원인분석을 위해 사용한 제품과 정보제공을 요청했으나, 거절했다"며 "이에 국가기관이나 제3의 전문기관에 분석 의뢰할 것을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사태의 첫 제보자를 '블랙컨슈머'로 몰아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프트웨어는 직접 하드웨어를 손상할 수 없다는 등 사용상 과실이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공지문에 굳이 해당 이슈를 최초 제기한 한 모씨를 끌어들였기 때문.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는 공적인 커뮤니티에 공지문을 올리면서 '개인과의 일화'를 적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피해자가 수도 없이 나오고 있는데, 굳이 최초 제보자를 특정할 이유가 있었나 싶다"며 "마음만 먹는다면, 다른 표본을 구해 조사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말을 줄였다.

그러면서 "분석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상황과 이에 따른 피해자들의 분노를 한 모씨에게 전가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날을 세웠다.

'삼성 갤럭시S7 메인보드 결함' 카페에 등록된 게시물을 볼 때, 한 모씨와 같은 일을 겪었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는 국내에서만 수 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삼성 갤럭시S7 메인보드 결함' 네이버 카페에는 가입자 수만 2000명이 넘는다. 특히 "나도 당했다"는 내용을 비롯한 총 게시물은 1000건에 달한다.

삼성전자 중간발표에 대해서는 "물론 소프트웨어(OS)는 하드웨어(메인보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는다"며 "다만, 소프트웨어의 앱 충돌로 인해 열이 발생하고, 이 열이 하드웨어의 회로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간 단계를 빼먹고 'A는 C야'라는 주장과 같다"며 "전문지식이 없는 고객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한 모씨가 자신의 제품을 가지고 이런 문제가 있다고 공론화했으니, 그 제품을 가지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분석해보려 한 것"이라며 "우리도 이만큼 원인 분석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다 보니 그런 공지가 나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 모씨를 (블랙컨슈머로 몰아간다는지)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갤노트7 발화 때도 같은 수법…제보자 "제3기관에 분석 맡기겠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자사 제품 결함으로 인해 피해 본 고객을 '블랙컨슈머'로 몰아간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공교롭게도 문제 된 갤럭시S7과 같은해 출시한 전략 제품인 갤럭시노트7 발화사태 때도 피해자에게 이 같은 프레임을 씌운 바 있다.

국내에서 세 번째로 발화신고된 갤럭시노트7. ⓒ 커뮤니티

국내에서 갤럭시노트7이 발화했다는 최초 피해자가 나오자, 삼성전자는 빠르게 제품을 수거해 한국SGS 기흥시험소에 분석을 의뢰, "외부 충격에 의한 발화"라고 결론 내렸다. 이후 "사용자의 과실로 제품이 발화된 것"이라며,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몰았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블랙컨슈머 프레임은 오래가지 못했다. 머지 않아 전세계 곳곳에서 갤럭시노트7이 터져나갔기 때문.

당시 사태가 커지자 국가기관이 나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를 맡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갤럭시노트7에 대한 휨, 국소적 눌림을 모의한 외부압력 시험에서 발화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해당 요인을 발화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스마트폰의 전력, 제어회로, 배터리 보호회로, 외부압력, 스마트폰 내부 배터리 장착공간 부족 등 여러 발화 예상 요인을 조사했지만 특이사항을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즉 '외부 충격에 의한 발화'가 아닌 '갤럭시노트7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사고 원인이 뒤집힌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모씨는 "지난 5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CS 관계자를 만났다"며 "이 관계자는 당시 기기 고장에 대해 사과한 후 제품 분석을 위해 수거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과거 갤럭시노트7 때도 제품을 수거해 간 후 피해자를 블랙컨슈머로 몰아간 것이 떠올라 거절했다"며 "유사한 현상을 겪은 피해자들의 제품을 수거해 제3기관에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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