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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아킬레스건 손학규, 靑 좌충우돌-'민생' 지렛대 살릴까

부동산 정책 등 다양한 경제이슈 부각될 가을국회서 존재감 확보 절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9.11 13:12:10

[프라임경제] 손학규 바른미래당 당대표가 가을정국 장기판을 어떻게 활용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전당대회에서 신임 대표로 선출됐으나, 판문점선언 비준 문제로 당내 보수와 진보 갈등이 표면화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국민의당 계열과 바른정당 라인간 정치색 차이가 좀처럼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임 대표가 억울하게 유탄을 맞았다는 풀이가 나온다.

손 대표가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야 할 책임을 진 상황에서 너무 빨리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 이런 문제는 요행, 청와대가 실책을 범하면서 상당 부분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번 북측과의 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주요 정당 관계자 동행을 공식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

이 회견은 바미당과 자유한국당 등에서 난색을 표하며 거절 의사를 전달한 뒤에도 '강행'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임 실장의 회견 당일은 물론 11일 국회에서도 언짢았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안 가겠다는 뜻을 전달했는데도 강행 무리수를 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게 손 대표측 관점.

북핵무장 해제를 놓고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 즉 판문점선언 당시의 기류에서 나아진 게 없고 오히려 문제가 후퇴한 터에 왜 굳이 '들러리 정치'를 해야 하냐는 불만이지만, 여기에는 일단 지난 번 비준 찬성 기본입장 문제로 당내 갈등을 겪은 상황에서 임종석발 정치적 무리수를 활용해 국면 전환을 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북측과의 정상회담 준비 자체나 거기서 큰 성과가 나올지 여부는 야권에서 뒤집기를 할 수 없는 상수이기 때문에, 손 대표로서는 이런 '청와대 및 여권 프리미엄'을 부러워하는 대신, 다른 길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냉철하게 다른 이슈로 새 대표 체제의 존재감 과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 키워드는 경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10일 만난 자리에서 그는 보수와 진보 양측을 아우르는 절충적 경제관념을 드러냈다. 가을국회에서 부동산해법부터 소득주도성장론 재점검 등 다양한 경제 이슈들이 부각될 상황에서 바미당의 존재감을 드러낼 가능성을 미리 타진하는 밑밥으로 볼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손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우리나라 기업의 입이 꽉 막혀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해서 기업의 횡포와 불공정거래를 제재하는 것은 좋은데 기업 활동을 억누르는 역작용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우려를 전달하고,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업에 대해 국민들이 죄인시하고 행위를 죄악시하면 그 기업이 어떻게 자유롭게 활동하고 일자리창출을 하겠는가"라고도 부연했다.

손 대표로서는 일단 원내 의석수라는 큰 힘이 있다. 여당 후보들이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되고 정의당 지지율이 높아지는 등 '문재인 한반도운전자론 효과'가 있었으나, 일단 그 후광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있다는 풀이가 유력하다. 각 위원회의 알짬 자리도 손 대표의 비밀병기다.

경제가 너무 나빠지고 있어서다.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가 힘겨운 수준이고, 자영업자 폐업 등도 심각하다.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불만이 문재인 정권 전반에 대한 지지율 하락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가을 국정감사 등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상당히 큰 힘을 발휘하면서 야권 공세를 대부분 수월히 막을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쯤에서 손 대표가 경제 주요 안건의 길목 틀어쥐기 혹은 이슈의 자가발전을 할 가능성을 살펴보자.

앞서 하반기 국회 원구성에서, 바미당은 위원장을 맡을 상임위로 기획재정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원회) 등을 노렸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교육위원회와 정보위원회 등 비경제 상임위만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딛고 그 다음 판세에서 버금가는 자리들을 일부 따내 손실을 벌충했다.

정무위원회와 산자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3개 상임위에서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바미당에서 맡기로 한 것. 경제 관련 상임위원장 배분을 받지 못했지만, 국회 법안 통과의 핵심 관문이 법안심사소위원회인 점을 생각하면, 실속을 어느 정도 차렸다는 해석이다.

바미당에서는 주요 경제관련 상임위원회 2곳을 담당키로 한 상황을 십분활용해 '법안소위에서 당리당략을 넘어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법안들의 심사가 제때 이뤄진다'는 이미지 메이킹을 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부동산 대책과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여야간 갈등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몫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부동산 안정을 위해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실제로 '원 보이스'로 확실한 대책을 '빨리' 내놓는 게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다루기의 확실한 매뉴얼 마련이 어려운 당내 사정은 확실히 손 대표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러므로 노선 갈등을 일단 나중으로 미루고, 민생이라는 명분 하에 최대한 효과적 효율적으로 당의 파이를 키우도록 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반도 문제와 민생에서 모두 좌충우돌하고 있는 청와대 덕에 손 대표의 이삭줍기가 풍성해질지 주목된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그가 보수 정당 생활을 거쳐 열린우리당 참여 등 다양한 정치 이력을 통해 얻은 배짱과 정치입문 전 경제학자로서 쌓았던 내공이 이번에 어떻게 발휘될지에 있다. 단순한 이삭줍기 이상의 가을 성과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그는 얼마나 충족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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