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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부동산 정책 '지방권력'에 발목 잡히나? 절충 묘수 절실

그린벨트 이견에 지방세수 반발 우려 등 높아…'분권'정신 걸맞는 '정치력' 발휘할지 주목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09.14 10:10:19

[프라임경제] 정부가 부동산 가격 잡기에 초강수를 띄우고 나섰으나 당장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일단 입법 처리가 필요한 내용들이라 국회 정확히 말해서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지방자치'와의 힘겨루기 양상에 따라 정책 추진력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정부는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 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최고 3.2%로 중과하는 등 종합부동산세 등 관련 세제 정비안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의 전망과는 달리, 이번 대책에선 거래세 인하 방안이 빠져 놀랍다는 소리가 나온다.

참여정부보다 센 대책 추진하서도 거래세 못 건드린 이유는?

당초, 이달 안에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는 정부 방침이 알려지자 시장에선 정부가 과열된 집값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에에 대한 종부세는 인상하고, 거래세(양도세 및 취·등록세)는 인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측했었다.

종부세를 높이는 대신 취득세 및 등록세와 양도세 등 거래세를 낮춰 출구전략을 만들어 준다는 아이디어였던 셈. 이렇게 되면 못 버티고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늘어나 집값이 안정될 것이기에, 실제로 정책을 그렇게 가져가는 게 합리적이라는 게 시장의 추리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추측은 일부 비껴간 셈이다. 보유를 고통스럽게 세제를 고치면서도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정부가 양도세 강화를 정책의 방향으로 잡았다. 이 상황에서 거래세만 인하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논리로 정책 방향이 전개된 것으로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다만, 거래세 인하 부분이 빠진 데에는 그런 '논리일관성' 측면보다는 지방 재정과의 상관관계 때문이라는 풀이가 유력하다. 실제로 김태주 기획재정부 재산소비세정책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방세목은 단기간에 전면적으로 손을 보면 지방 재정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즉, 취득세 등 일부 거래세가 지방세인 만큼, 그 수정은 신중하게 고려해야 해서 이번 대책에서 뺄 수밖에 없었다는 것.

거칠게 요약하면, 지방 당국들이 난색을 보일 게 부담스러워 하나를 막으면 하나는 열어줘야 한다는 정책몰이의 대전제를 포기한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감소 우려 반발과 부동산 보유자들의 불만 폭발 사이에서 저울질하다 일단 전자가 더 무섭다고 정부와 여당, 청와대 등이 의견 조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기적으로는 보유세는 높이되 거래세는 낮춰야 거래 선순환이 된다는 점에서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숙제는 휴화산처럼 남게 되는 셈이다.

◆박원순 "文 정책 지지한다"지만, 그린벨트는?

이번 정책 발표에서 빠진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공급 확대 방안이다. 정부가 이 문제를 함께 종합적으로 내놔 시장 과열을 타격할 것이라는 전망이 원래 있었으나, 결론적으로 보유를 고통스럽게는 하되 △거래 숨통을 틔워주는 방안과 △새로운 물량을 공급하는 우회책 등이 모두 빠져 정면승부로만 일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발표된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으나 실효성 논란도 한켠에서는 나온다. 사진은 송파구 일원 아파트 단지. ⓒ 뉴스1

물론 정부 일각에서는 빠르면 21일경 일부 주택 공급 확대 방안 발표를 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추가 정책 보완 시나리오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 대대적으로 신도시급 물량 구축을 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국회를 통해 이 구상안 중 일부 대상지역(후보지) 면면이 유출돼 홍역을 치른 게 불과 며칠 전이다.

문제는 서울시다.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서 대량 물건 공급을 하려면, 그 건축 과정에 필연적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해제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정부 당국에서는 이번 정책 발표와 추가 보완 물량 공급에 대해 "(수도권 지역은) 지역주민들이 어디든 반발할 것"이라며 "후보지 선정시 고려 요소는 아니다"라고 때에 따라선 지역주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택지지정을 강행할 수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데 현재 택지지구를 조성하는 방안을 보면, 그 집행권한이 지방자치단체장에 위임돼 있는 모델에 속한다는 풀이가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인데, 문제는 이 그린벨트에 손을 대는 구상에 서울시가 비협조적이라는 것.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린벨트 이견으로 문재인 정권 물량 구상에 발목을 잡고 있다. ⓒ 뉴스1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13일 SNS를 통해 "'집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9.13부동산 대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체 기조에 대한 원론적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이고, 집값 안정 대책의 한 축으로 거론되는 주택 공급 문제에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정부와 협력해 나가겠다"는 말을 했지 그린벨트 등에서 자기 권한과 소신을 굽혀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의 의견에 무조건 따를지는 확실히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은 "특히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지속적인 보급을 통해 집 걱정 없는 서울의 미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그린벨트 해제에 협조하기 보다는, 대신 이전부터 구상해 온 바대로 상업지역의 주거비율과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올리고 역세권 용도지역을 변경해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박원순표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는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자체도 나름대로 훌륭한 계획이라는 평이 있지만 문제는 국토부가 공급하려는 물량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

◆분권의 시대 스스로 강조한 文의 아이러니 

결국 지방 키워드를 원만히 풀지 못한다면 앞으로의 보유세 손질 방안 등 출구전략(보완책) 마련은 물론 곧 나올 1차 공급계획 발표에서도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 우려는 최악의 경우 서울 내 그린벨트 지역 해제부분을 제외하고 공급에 나서는 가능성으로까지 이어질 여지가 있다. 

문재인 정부처럼 지방에 힘을 실어주고 배려하려 노력한 정권도 드물다는 평은 분명 타당하다. 좌초돼 휴면 상태에 들어가긴 했으나, 개헌안 추진에서도 이런 정신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문제는 결국 지방분권으로 때로 중앙 논리나 큰 정책 방향과 지방의 생각이 반대로 가는 경우마저도 상정하고 그 경우에도 힘을 허락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스스로 외치고 강조해온 안건에 발목을 잡힌, 자충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부동산 정책 일괄목록 세트가 확실히 통과, 집행되고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정치적 후폭풍이 불가피한데, 정책 초입 단계에서부터 만난 이런 부담을 어떻게 조율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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