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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사회갈등 해결과 지식인의 역할을 생각한다

 

주경철 광주광역시 시민참여 예산위원 | press@newsprime.co.kr | 2018.09.14 15:35:19

[프라임경제] 나라 안팎의 사정이 간단치 않고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관계로 또다시 한국사회가 뒤숭숭하다.

촛불혁명의 기세에 눌리고 문재인정부의 지지율 고공행진에 움츠렸던 세력들이 쾌재를 부르며 반격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덩달아 지난 1년여간 잠시 소강상태였던 사회갈등 이슈들도 부각되기 시작하고 있다. 

합리적인 조정과 타협, 원만한 해결보다는 목소리 키우고 세상 시끄럽게 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고자 하는 집단행동이 점점 강화될 조짐이다.

우리 광주‧전남만 해도 광주 제2도시철도 논란, 빛가람 혁신도시 SRF 열병합발전소 논란,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 등 간단치 않은 지역사회갈등사안이 즐비하다.

보다 나은 해법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토론과 대화가 있으면 좋으련만, 이해관계그룹의 집단행동을 통한 이슈화 시도와 공세가 난무하고 관계당국은 어정쩡하게 허둥대는 형국이다.

지역사회갈등사안에 있어 이러한 양상은 다반사이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의 속성상 일정정도의 ‘불가피한 과정’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바로 지역사회의 지식인의 역할과 지역언론의 역할이다.

전문적 지식과 건전한 지성을 갖춘 사람들이 합리적이고, 보편타당하고, 현실가능한 해법과 대안을 제시하고 접점을 만드는 역할을 해줘야 할 터이다.

그러나, 현실은 사회갈등현안에 대해 대체로 침묵 혹은 외면하는 경향이 많고,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부채질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는 지식인들이 간간히 눈에 띄곤 한다.

최근 지방지에 빛가람 혁신도시의 SRF 열병합발전소 논란과 관련한 어느 교수의 칼럼을 보면 너무 일면적이고, 비현실적인 해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지식인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분은 'SRF는 쓰레기연료'라는 기본생각을 바탕으로 '발생자 처리 원칙' 운운하면서, 주민들 고통 해소를 위해 책임있는 주체간 담판 또는 협상을 통해 폐쇄수순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것을 경제적 접근이라 말하고, SRF문제의 가장 큰 원인제공자인 나주시가 난방공사의 손실 보전을 위해 적극 협상에 나서라는 것이다. 다행히 나주시는 혁신도시로 인해 매년 수천억원의 추가 세입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과연 이미 완공된 SRF 열병합발전소를 폐쇄하고 2000억원 이상의 매몰비용을 들여가며 LNG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적 접근인가.

나주시의 재정규모, 재정자립도, 그리고 혁신도시로 인한 세수 증가 현실에 대해 지방재정공개시스템이라도 들여다 봤다면 1년에 수천억원씩 추가 세입이 발생한다는 소리를 어떻게 하겠는가.

또한,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발생자 처리 원칙' 운운하며 나주시 자체의 가연성 쓰레기만 처리해 처리량을 최소화하면 된다는 논리를 펴는데, 이 또한 사실상 궤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발생자 처리원칙이면 왜 기초지자체 단위만 상정하는가. 그런 논리라면 동별, 마을별, 개개인별로 모두 발생자 처리원칙을 적용하자고 주장하면 여기에 대해서는 뭐라 답을 할 것인가.

우리는 분명히 친환경적인 자원순환형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너무 작은 단위의 자기완결적인 체계를 갖추는 것보다는 광역단위의 체계와 시설을 갖추는 것이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다.

환경부가 소규모 자원 소각‧처리 시설의 난립을 막고, SRF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법‧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도도부현별로 에코타운을 만들어 적정규모와 경제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을 참고할 만 하다. 빛가람혁신도시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의 기본 취지에 맞춰 광역단위의 자원순환형 시설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다.

나주지역 주민들의 막연한 불안감과 우려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감성적으로 내집앞, 우리 동네에 님비시설이 들어서는데 흔쾌히 찬성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충분히 소통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화뇌동하고 갈등을 키우는 '외눈박이 지식인'이 아니라, 합리적인 논리와 제대로된 해법을 제시하고 논란을 완화시키는 지역사회 지식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광주-전남이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와 품격있는 지역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지적풍토는 달라졌으면 한다. SRF 논란을 넘어서 혁신도시 시즌Ⅱ를 위한 활발한 토론과 대안 모색으로 전환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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