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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판 '임오군란' 만든 KT 용역업체

 

오유진 기자 | ouj@newsprime.co.kr | 2018.09.20 12:07:57

[프라임경제] 1882년 7월19일 조선에서는 임오군란이 일어났다. 당시 조선 정부는 훈련도감 소속 구식 군인들에게 13개월을 밀린 봉급 중 1개월분의 급료를 우선 지급했다. 그러나 해당 쌀은 겨와 모래가 섞여 있었으며, 양도 정량에 절반 수준밖에 안됐다. 

이에 군인들은 지급 담당관에게 항의했지만 담당관은 적반하장식 대응을 일관했고, 이에 격분한 군인들은 난을 일으켰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을 때 우스게 소리로 "조선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이 말은 현시대에서 그런 일이 어떻게 발생하냐는 의미로서 통용되는 말이다.

그러나 2018년 조선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발생했다. KT(030200)로부터 케이블 신‧증설 용역을 받아 운영하는 KT 용역업체 소장 A씨가 소속 노동자들에게 추석 선물이라며 '썩은 사과'를 한 상자씩 나눠 준 것.

소장 A씨는 지난 17일 소속 노동자 13명에게 각각 추석 선물로 사과 한 상자를 건넸다. 그러나 해당 사과는 검은 반점으로 물들거나, 썩어버려 한 눈에 봐도 먹을 수 없는 상태였다.

이에 격분한 노동자들은 지난 18일 업체 소장에게 즉각 항의했다. 그러는 도중 KT 용역업체 사장 B씨는 그런 사과를 산적도 없고, 의도적으로 썩은 사과를 건넨 게 아니라면서 "음식인데 상했으면 그대로 가지고 오면 되지 왜 카톡방에 사진을 공유하냐"며 노동자들에게 도리어 욕설을 퍼부었다.

그럼 유통과정이나 생산자의 비양심으로 인해 사과에 문제가 발생했는데 불똥이 KT 하청업체에 튄 것일까.

노동자들은 썩은 사과가 담긴 상자 속 번호로 전화를 걸어 사과 상태에 대해 설명하자, 생산자는 "이런 사과를 판 적이 없다"며 "상자를 도용했거나 유통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낙과를 집어 넣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노동자들은 소장이 의도적으로 썩은 사과를 건네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오군란 당시 구식 군인들은 고지기를 때려 부상을 입히고, 선혜청 당상 민겸호의 집으로 몰려가 저택을 파괴했다. 

반면, KT 하청노동자들은 조선시대에 있을 법한 일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다만, 분노 표출 방식으로 썩은 사과를 현장사무실 앞에 쏟아버렸다.

썩은 사과를 받았다는 노동자 C씨는 "올해에만 4명의 KT 용역업체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는 등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열약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런 근무환경도 모자라 썩은 사과로 우롱 받는 것에 분노가 쌓이고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실제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는 지난 1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KT 용역업체 통신노동자 노동실태조사 보고대회'를 통해 KT 용역업체 통신노동자 절반 이상이 △근로계약서 미작성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등 부당노동행위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아픈 역사가 일깨워준 잘못된 방법을 되풀이한 협력업체와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일관하는 KT의 미래에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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