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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형의 M&M] 혐오는 혐오를 낳고

Disturbed - Who Taught You How To Hate

이윤형 기자 | lyh@newsprime.co.kr | 2018.09.30 23:46:20
[프라임경제] 영웅과 사랑, 서민의 노래(귀족 풍자), 예술과 대중의 조화…. 11세기부터 이어진 프랑스 대중음악 '샹송'의 변천사입니다. 우리나라의 전통민요 '아리랑'도 다양한 지역 특색은 물론, 한국 근세와 근대의 민족사, 사회상까지 반영하고 있죠. 이처럼 음악은 시대상을 반영하거나 때로는 표현의 자유와 사회 비판적 목소리를 투영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입니다. 'Music & MacGuffin(뮤직 앤 맥거핀)'에서는 음악 안에 숨은 메타포(metaphor)와 그 속에 녹은 최근 경제 및 사회 이슈를 읊조립니다.

타인과 집단, 혹은 인간 자체를 두려워하고 관계를 유지하는데 거부감을 가진 사람.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려고조차 하지 않는 사람. 공감과 배려가 필요한 소수집단을 무차별적으로 박해하는 사람들을 인간혐오자, 혹은 소수집단혐오자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의학에서는 이를 대인공포증인 사람이 대인 관계를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는 것, 조현증 환자가 현실 세계에 대한 흥미, 관심을 잃고 자기주관적 세계에 갇히는 자폐증 등 정신질환 현상의 일종이라고도 합니다. 지적 장애인이라는 얘기죠. 

대체로 이런 혐오자들의 행동은 비윤리적으로 표출되고, 사회적 피해와 일반인들의 피로감을 쌓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고차원적인 유머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은 그들을 비난과 혐오 대상으로 바라보고, 그들 역시 일반적인 시선들을 수준 차이라고 깎아내립니다. 혐오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이어 돌뿐이겠죠.

스물 일곱 번째 「M&M」에서는 디스터브드(Disturbed)의 후 터트 유 하우 투 헤이트(Who Taught You How To Hate)를 틀어드립니다. 


내 주변에서 메아리치는 그 소음들이 들려. 다시 죽일 것을 찾고 있는 소리 말이야. (그들은 또 다실 죽일 거야)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도 그들의 눈은 분노에 가득 찼어. 미지의 적들이 나를 에워싸고 사악한 웃음은 내 머리 안에서 울려 퍼져. 그리고 난 공포에 사로잡히지. (그리고 아드레날린의 분비) 내가 무엇을 했지, 왜 내가 이 분노를 받아야 하지? 왜 내가 지금 죽어야 마땅한 거지? 왜? 최소한 이유라도 알려줘.

익명을 악용한 악성 게시글로 비방과 험담을 일삼는 집단에 이번엔 화자가 희생양으로 지목됐습니다. 무엇이 그들의 관심을 끌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군침을 흘리고, 화자는 자신이 이미 먹잇감이 됐다는 것을 감지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요. 

본능이 이성을 지배하는 순간 모든 것이 흐릿해져. 내 목을 조르는 손을 발견했어. 잠깐 내 말을 들어봐. (…) 자 이제 내게 말해봐, 누가 너에게 증오하는 법을 가르쳤지? 네 본성이나 DNA 속에는 그런 건 없으니까. 네가 스스로 만든 것 중 한 부분도 절대 아니야. 그러니까 말해봐. 누군가 너희에게 미워하는 법을 가르쳤냐고. 네가 이런 식으로 산다면, 넌 모든 사람에게 죽은 사람이 될 거야. 

(…) 아무것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아. (모든 게 다르니까) 세상엔 이 순수함에 악의 씨를 심는 이가 있지. 그리고 공포를 조장해 너를 어딘가에 속박시키려 하지, 이 거짓의 세상 속으로. (…) 누가 너에게 혐오하는 법을 가르쳤지? (…) 넌 사람도 아니야. 

그런데 이상합니다.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익명의 살인자들을 설득하려는 것 같더니 뒤이은 가사에서 보이는 화자의 말투에는 왠지 모를 강단이 느껴집니다. 

애초에 화자는 두려움을 느끼지도, 공포심에 사로잡히지도 않았습니다. 첫 소절 화자의 질문은 자신이 죽어야 하는 이유가 궁금한 것이 아닌, 익명의 이들에게 지금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되묻는 훈계 섞인 물음이었습니다.

모든 순수를 잃고 오만함에 감염돼 넌 네 모든 삶을 태워 버리지. (너에게 이 사실을 말해주진 않았겠지) 하지만 구제는 없어. 증오의 역병에 (네가)소비되고 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넌 부정하고 있지. 이런(망가진) 삶을 다시 돌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도 아직도 그게 네 영혼 속에 남아있어? (널 구제할 건 없어) 비정상적인 사람이 어디 있지? 그 불경스러운 망령이 널 이렇게 만들었나? 널 이 증오에 미쳐 날뛰게 만들었냐고. 

(…) 누가 너에게 증오하는 법을 가르쳤지? 내 본성이나 DNA 속에는 그런 건 없으니까. 내가 스스로 만든 것 중 한 부분은 절대 아니야. 그러니까 이건 설명이 필요해. 누군가 너희에게 미워하는 법을 가르쳤냐고. 네가 이런 식으로 산다면, 넌 될 거야. (넌 될 거야) (…) 넌 모든 사람에게 죽은 사람이 될 거야. (넌 사람도 아니지)

꾸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타인을 비방하고 못살게 구는 일을 알려준 이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 행위가 결국 자신을 깎아 먹는 일인 것은 아마 배우지 못했을 거라고 꼬집습니다.

교사자를 따르다 보면 삶이 망가지게 될 것이고, 계속된 잘못은 소비된 순수함, 원래의 삶으로 돌려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그 누구에게도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할 것이란 겁박도 곁들입니다. 결국 이 노래의 전반적인 내용은 '어디서 그런 못된 걸 배워 왔니?'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이 따끔한 일침에 익명의 살인자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와해 됐으면 좋겠지만, 사회적 피로감을 쌓는 익명 무법자, 혐오집단들은 세를 키워나가기만 하는 모양새입니다.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가 2018년 채용공고를 냈다. ⓒ 일간베스트저장소 캡처


2013년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판이 논란을 5·18 광주민주화운동 비하 용어를 파생시킴 부르면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대표적 혐오집단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는 이제 연봉 2000만원을 지급한다는 채용공고까지 내는 거대 집단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사이트에서 나오는 표현들이 '혐오'인지, 규제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문제가 아니게 됐습니다. 혐오가 분명하고 규제를 넘어 폐쇄가 필요하니까 누군가에게는 우스갯소리일지 모르는 일베의 채용공고가 갖는 의미는 꽤 심오합니다. 

일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이유는 그들의 삐뚤어진 생각이 키보드를 넘어 누군가를 지속해서 음해하고 물리적, 정신적으로 실질적인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고용한 인력이 맡을 일은, 누군가를 다치게 할 '혐오 콘텐츠'를 양산해내는 일임이 분명하겠죠. '혐오는 돈이 된다. 그게 비윤리적일지라도.' 이게 일베 채용공고가 갖는 의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일베와 이들 때문에 파생된 수많은 혐오 집단들에 대해 혹자는 일베에 가담한 이들은 단순히 재미만을 위한 참여이고, 자의식을 가진 참여자라도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존폐를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두둔하기도 하는데요. 

적어도 일베가 채용공고를 내는 기업 급으로 성장하게 둔 것은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의 망언들 때문입니다. 

재미라고요? 그렇다면 일명 '박카스 할머니'와의 불법 성매매를 촬영한 것을 유포한 것과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단식농성장 앞에서 '도시락 나들이'를 자행하는 것에 어떤 재미를 느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단식농성장 앞에서 '도시락 나들이'로 유가족들에게 모욕감을 줬다. ⓒ 구글


표현의 자유, 좋습니다. 표현이라는 것은 타인의 권리를 직접 침해한다든지, 사회적인 해를 끼친 경우에는 규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 자유를 인정해줘야 합니다. 인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얘깁니다. 

다만, 백번 양보해 이해해줄 여지는 남아있습니다. 일베와 유사 혐오커뮤니티는 인간과 관계에 대한 혐오에서 시작됐다는 점. 서두에 말했듯 이들은 정신적으로 나약한 환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자폐증 증상으로 공격적인 사고가 형성됐는지도 모르겠네요. 불쌍한 사람들이죠. 

어쨌든, 혐오커뮤니티의 무법적인 게시물들이 연일 논란을 빚으면서 이들에 대한 국가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재차 빚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이들이 만들어내고 유포하는 것들은 사회의 피로감을 형성시킬 뿐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해가 된다는 점입니다. 

혐오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콘텐츠들이 일반 대중들의 2차, 3차적인 혐오를 끌어내는 악순환 속에 발생하는 일반인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디스터브드가 말한 익명의 살인자들에게는 겁박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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