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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공공택지 지정 반발이 남긴 것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8.10.04 11:08:57

[프라임경제]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으나 과연 집값 잡기에 도움이 될지를 놓고 설왕설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규 지정 공공택지 인근 주민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가라앉기는 커녕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서울과 인천·경기 일대에 공공택지들을 확보해 3만5000여 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을 발표한 상황이지만 집값 안정화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 

일부 시민단체는 역세권 용도지역 상향,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 용적률 상향 등이 순기능을 낳기보다는 난개발과 토지거품을 더욱 유발할 수 있는 정책들이라고 주장한다.

극소수만 이득을 보는 공급 생태계를 지양하고, 공공자산 자체가 늘어날 수 있고 그 순기능으로 저렴한 주택공급·서민 주거불안 해소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부를 내놓는 이들도 있다.

이런 풀이도 귀담아 들을 만하지만, 정부의 주택 공급 확대 정책 자체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지역별로 반발이 일고 있는 내용을 보면 '님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우가 없지 않다. "왜 우리 동네를 그렇게 지정하느냐" "임대가 들어오는 자체가 싫다(우리 집값에 도움이 안 된다)"는 불평의 농도가 너무 높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다만 일부의 경우, 불만을 귀담아 들을 구석이 없지 않다. 서울 강동구의 경우, 이번에도 우리 동네냐는 불만이 높다. 우선 불만의 첫 단추는 이미 임대 관련 물량이 많은데 '또 여기냐'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 다음이 오히려 더 문제로 보인다. 민간분양으로 지정된 곳을 신혼희망타운으로 돌리는 것이 옳은 처사냐는 불평이 나오는 것. 과거 민영분양으로 결정됐었던 고덕강일 3·4지구에도 결국 임대가 들어갔다는 점을 주장하는 이 지역 주민들의 울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의'와 '형평성' 사이에 균형이 깨졌다는 지적이 몽니만은 아닌 셈이다.

경기도 과천의 경우도 눈여겨 볼 만하다. 과천은 주거 공급 이슈가 나올 때 자주 언급돼 온 동네다. 그만큼 이렇게 자꾸 '소방수로 동원되면 안 된다'는 우려가 높다. 자족 기능을 갖춘 살기 좋은 동네가 아니라, 서울 집값 잡기의 들러리 논란, 즉 베드타운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이런 지역 주민들의 서운함과 우려를 망상이나 근거없는 억측으로만 볼 수 없다. 일종의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면, 또 굳이 우리 동네가 그 무대가 되어야 한다면 정책이 타당하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부득이한 손실 중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겠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문제점을 안은 정책이라면 대안을 제시해 줄 필요도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타당성도 별반 없어보이는 탁상정책을 위해 우리 동네가 또 희생해야 하냐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구석들이 없지 않다.

사정이 이 지경이고 보면 대의를 위해, 공익을 위해 희생하라거나 하는 지적은 공염불에 가까워진다. 모든 불만을 님비로 몰 수만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를 들어, 서울 강동구의 경우 이렇게 많은 젊은 임대 주민(신혼부부)이 들어오는 경우 지역세수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의혹을 풀어주거나 보조할 방법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과천시의 경우도 과거 지역의 이익을 무시하고 땜질식 개발에만 급급했던 전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심을 필요가 있다. 과거 중앙 정부가 과천시 주암동 일대 93만여㎡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지정한 일을 일명 광역교통특별법 회피 꼼수로 기억하는 이들이 아직 있다. 

택지 규모가 100만㎡ 이상일 경우에 교통특별법이 적용되는 것을 고려하면, 아슬아슬하게(일부러) 규모를 낮춰잡은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중앙 당국이 부담해야 할 도로 정비 등 투자분을 지방자치단체에게 오롯하게 넘긴 반사효과를 기억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이번에 또 부동산 대책 운운하는 게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다. 어느 당에서 정권을 잡든 거기서 거기라든지 하는 냉소를 면하려면, 정책이 효과적이냐는 점 자체도 고민해야 겠지만 정책 신뢰 비용도 지출해야 한다.

'뜻은 좋다(의지는 가상한데 실효성은…)'는 평 대신 촘촘하다는 평가와 이 정도 정책 때문에 다소 손실을 봐야 한다면 따르겠다는 신뢰를 사들여야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는 그런 먼 앞날을 향한 투자에도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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