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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범석의 라멘기행] 한국인도 매워하는 '탄탄멘' 

"라멘은 국민식, 라멘을 알면 일본이 보인다"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 bsjang56@hanmail.net | 2018.10.05 11:00:21

[프라임경제] 탄탄(坦々)멘은 매운 음식으로 유명한 중국 스촨성 청두(成都)에서 시작된 면 요리다.

탄탄은 청두방언으로 어깨에 걸쳐 물건을 나르는 도구(봉)를 뜻한다. 한 쪽에 조개탄과 철망을, 다른 한 쪽에는 면·양념·식기 등을 매달고 다니다 즉석에서 요리를 한데서 이러한 이름이 붙게 됐다. 조리용 냄비가 독특했는데, 면과 고명을 동시에 조리할 수 있도록 가운데가 나눠져 있었다. 국물을 가지고 다닐 수 없어 면에 고명을 얹어주는 형태였고, 양이 많지 않았다. 중국판 패스트푸드형 간식이었던 셈이다.

이 기발한 요리가 청두에 등장한 것은 1841년경이라고 한다. 이 요리를 일본에 소개한 사람은 아즈마 켄민(東建民)이라는 사천성 출신의 귀화 일본인으로 중국식 이름은 진건민(陳建民)이다. 그는 탄탄멘 외에도 많은 중국요리를 일본에 알려 사천요리의 아버지로 불린다.

일본의 탄탄멘은 지역이나 점포에 따라 맛이나 외관에 차이가 크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탄탄멘 중 지명도 높은 두 가지를 소개한다.

△오다와라(小田原) 탄탄멘

카미소가 시센의 탄탄멘. ⓒ shonan-navi 홈페이지

노르스름한 면을 붉고 걸쭉한 스프가 감싸고 있는 모습이 스파게티를 연상케 한다. 이를 '면이 달처럼 떠있다' 표현하는 팬도 있다. 상큼한 안카케(餡掛け)스프와 면의 조화가 절묘하다. 노출된 면이 아니면 라멘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맛과 외형이 이색적이다.

안카케 스프는 얇게 저민 돼지고기와 고춧가루·마늘·깨소금이 들어간 다시에 전분을 첨가해 얼큰한 탕수육 소스 느낌을 준다. 식성에 따라 식초를 약간 첨가하면 매운 맛이 더 강렬해진다.

토쿄에서 오사카방향으로 80여㎞ 떨어진 카나가와(神奈川)현 오다와라(小田原)시 카미소가(上曽我)에 있는 츄카 시센(中華四川)은 전국에 소문난 탄탄멘의 명소다. JR고덴바(御殿場)선 카미오이(上大井)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리는 외진 곳에 있는데도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그 흔한 홈페이지 하나 없이도 TV나 각종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린다.

이곳은 1975년 개업 후 프랜차이즈 등의 체인점을 따로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인근에 시센의 맛을 추종하는 인스파이어(Inspire) 점포가 여러 곳 있다. 2015년에는 한 식품회사가 이곳 탄탄멘을 컵라면으로 개발해 슈퍼나 편의점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핵심이 되는 안카케 스프는 액상포장으로 들어간다.

△카츠우라(勝浦) 탄탄멘

에자와의 탄탄멘. ⓒ 탄탄멘선단 홈페이지

토쿄와 동쪽 접경을 이루는 치바(千葉)현의 항구도시 카츠우라에 'B-1그랑프리 대회'에서 골드 그랑프리를 획득한 탄탄멘이 있다. 2011년 시민단체가 '勝浦 탄탄멘 선단'을 결성해 다섯 번 도전 끝에 이뤄낸 성과였다. B-1그랑프리는 지역 활성화를 목적으로 매년 순회 개최되는 전국 B급(대중)음식 콘테스트로 경쟁이 치열하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본고장 음식을 맛보기 위해 많은 외지인이 찾아온다.

42개 업체가 참여 중인 탄탄멘 선단은 상표를 등록하고 시판용 컵라면과 스낵 등도 출시하고 있다. 그동안 카츠오(가다랭이)가 많이 잡히는 어촌 정도로 알려져 온 카츠우라시는 새로운 탄탄멘의 발신기지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카츠우라 탄탄멘은 1954년 대중음식점 에자와(江ざわ)의 점주가 물일하고 나온 해녀와 어부들 몸을 따뜻하게 해 줄 목적으로 개발한 음식이 시초였다. 이 메뉴가 곧 시내 전역에 퍼지는데, 다른 지역과 달리 치마잔(참기름에 샐러드유를 혼합한 조미료)대신 라유(고추기름)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3대를 이어 내려온 에자와에는 식당이용 5원칙이라는 안내문 붙어있다. 그 중에는 "자신에게 맞는 매운 맛을 선택할 것"과 "면을 후루룩 들이키지 말라"는 항목도 있다. 일반 라멘처럼 흡입하다가는 사례가 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탄탄멘은 한국인에게도 만만찮은 매운 맛 라멘이다. 국물까지 다 비우면 그릇 바닥에 상호명과 함께 '마이도(毎度, 매번 감사하다)'라는 글씨가 나온다.

◆카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横浜), 오다와라

칸토(関東)지역 남서 쪽 끝자락에 위치한 카나가와현은 전국 토도후켄(都道府県) 중 토쿄도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다. 2018년 4월 기준 916만 명으로 2010년부터 오사카부 인구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인구밀도가 토쿄·오사카에 이어 전국 3위에 랭크된다. 카나가와현은 고대 사가미(相模)국과 무사시(武蔵)국 일부를 포함하는 지역이다. 헤이안시대부터 무사단 활동이 활발해 일본 최초의 무신정권 카마쿠라(鎌倉)막부가 이곳에 들어섰다.

토쿄만을 끼고 있는 요코하마와 카와사키(川崎)는 토쿄와 함께 케힌(京浜)공업지대의 핵심을 이룬다. 현청소재지는 요코하마시. 토쿄 남남서 쪽 30㎞ 해안, 현의 동부에 위치한 요코하마는 일본을 대표하는 항구도시의 하나다. 막부말기 미국함대의 통상요구에 응해 1859년 항구를 개방하며 본격개발이 시작된다. 

막부가 요코하마를 개항지로 결정한 것은 새로 건설될 외국인 거주지를 카나가와 연안의 일본인 거주지와 거리를 두기 위함이었다. 그 이전까지 요코하마는 반농반어의 촌(村)단위 마을로 가옥이 100여호에 불과했다.

개항 후 요코하마는 운명이 일변한다. 막부가 세운 세관을 경계로 외국 무역관과 거주지가 들어서고 은행이 개설됐다. 차이나타운이 청나라 무역관을 중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1872년 일본 최초로 토쿄~요코하마 철도가 개통되며 무역을 매개로 하는 상업이 크게 발전한다. 

당시 무역 품목은 수출품으로 생사·차(茶)·해산물, 수입품은견직물과 모직물이 주종을 이뤘다. 1889년 시(市)로 승격한 요코하마는 1923년 관동대지진과 1945년 연합군 대공습을 극복하고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카나가와현 서쪽 해안에 위치한 오다와라시는 중세 토카이도(東海道, 칸사이~칸토를 잇는 태평양 연안도로)의 중요한 역참이었다. 군웅이 활거 하던 전국시대 지역을 번성시킨 호죠(北条)가문의 본거지이기도 했다. 5대에 걸쳐 주군을 호위한 카자마 닌쟈(風魔忍者)의 고향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호죠는 무로마치막부에서 정무를 총괄한 호죠씨의 방계가 되는 혈족으로 성 앞에 고(後)를 붙인다. 오다와라 제등·카마보코(흰 살 어묵)·볼락이 특산물로 꼽히고, 주변에 아시노코(芦ノ湖)와 오와쿠다니(大涌谷) 등 관광명소를 보유한 하코네(箱根)산이 있다.

◆명소 소개

△하코네
카나가와현 하코네쵸와 시즈오카(静岡)현에 걸쳐있는 화산지대, 고대부터 토카이도의 요충지로 온천마을이 발달, 1438m 카미야마(神山)를 최고봉을 비롯해 1000m급 봉우리 10여개, 카미야마 중턱 오와쿠다니의 화산활동 관찰과 아시노코 유람선 승선이 관광 포인트.

'아시노코(芦ノ湖)' 약 40만년 전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칼데라분지에 오와쿠다니 분화(3100년 전)로 태어난 호수, 약 20㎞에 이르는 좁고 긴 호수는 빗물이 정장된 것, 주변에 세키쇼(関所, 검문과 징세 시설)와 하코네신사가 있고 불꽃놀이 등 많은 마츠리가 행해짐, 일명 해적선으로 불리는 호수 유람선이 명물. (교통편) JR오다와라역·오다큐(小田急)하코네 유모토역에서 하코네 등산버스 또는 이즈(伊豆)하코네 버스로 오와쿠다니역 하차.

'오와쿠다니'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고 분연과 100℃ 넘는 수증기 분출, 이 수증기를 배경으로 바라보는 후지산 모습은 일본을 대표하는 풍경의 하나, 분연과 지열에 강한 황량한 적갈색 땅에서 서식하는 나지막한 식물군이 인상적, 지열을 이용해 계란을 삶는 광경도 흥밋거리. (교통편) JR오다와라역·오다큐 하코네 유모토역에서 이즈(伊豆)하코네 버스로 오와쿠다니역 하차 또는 하코네유모토역 하코네 등산철도 또는 하코네등산 케이블카→하코네로프웨이로 오와쿠다니역 하차.

△카마쿠라 대불
카마쿠라시 다이잔(大異山)에 있는 정토종 사원의 대불, 토다이지(東大寺)대불 등과 함께 일본 3대 대불의 하나, 국보로 분류, 1243년 개안공양이 이뤄진 기록은 있으나 창건경위와 창건자가 확실하지 않음, 불상 높이 11.39m·중량 약 121톤, 불상 내부 참관가능, 불상 뒤편의 낯익은 건축물 관월당(観月堂, 일본발음 '칸게츠도')은 원래 경복궁 부속건물이었으나 조선왕실이 은행에 담보로 넘겼고 이것을 한 일본인 실업가가 인수해 기증한 것, 양국 불교계가 한국에 반환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음, 입장료 ¥200. (교통편) 사철 에노덴(江ノ電) 하세(長谷)역 도보 10분.

△차이나타운
일본어로 '요코하마 중화가(츄카가)'로 부름, 동아시아 최대의 중국인 거리, 각종 드라마나 영화의 무대가 되는 요코하마의 명소, 6000명 넘는 거주민은 광동성출신이 가장 많음, 1859년 요코하마 개항 때부터 조성, 1923년까지 서양 공관과 거주시설이 많았으나 관동대지진으로 도시가 파괴되자 대부분 귀국하고 중국인들이 지금의 거리 조성, 중국 신해혁명의 주역 손문(孫文, 쑨원)도 이곳에 숨어 활동. (교통편) JR네기시(根岸)선 이시카와쵸(石川町)역, 시영지하철·JR네기시선 칸나이(関内)역.


△요코하마 아카렌가(赤煉瓦) 창고
아카렌가는 '붉은 벽돌'이라는 의미, 메이지(明治)와 타이쇼(大正) 정부에 걸쳐 1913년 2호관까지 요코하마항에 건축된 보세창고, 1989년까지 사용되다 2002년 전시시설 등 문화공간으로 오픈, 2007년 근대화산업 유산에 지정, 요코하마 미나토 미라이(港未来) 21지구의 대표적 관광자원. 

(교통편) 요코하마고속철도 미나토 미라이선 바샤미치(馬車道)역 또는 니혼오도리(日本大通り)역 도보 6분, JR네기시선 사쿠라기쵸(桜木町)역 도보 15분.

장범석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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