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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사업의 지도사 홀대, '재량권 일탈' 외의 논점도 '와글와글'

강행법규 아닌 행정규칙이라도 관행과 신뢰이익 중요하다는 게 판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9.03.20 01:50:56
[프라임경제] 당국의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사업에서 경영지도사 및 기술지도사들의 설 자리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행정법 구조상 재량을 벗어난 당국의 폭거라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2019년 2월,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2019년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사업 계획 공고'를 발표했다.

공고의 형식이므로 이는 법규명령으로는 볼 수 없고, 내부적 업무기준인 행정규칙으로 보는 게 일단 옳다. 법규명령은 △법률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 총리령이나 부령 등의 형식으로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정할 수 있는 대외적 효력이 있다. 이와 비교해 행정규칙은 △위임 없이도 제정이 가능하고 △특정 형식에 구애받지 않으며 심지어 법조문의 형식을 가질 필요도 없고 △행정청의 내부적 업무 기준에 불과하므로 대외적 구속력이 없고 재판 기준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일반론이고 몇 가지 예외가 있다.

한편, 이번에 이 중기부의 발표 내용(공고)을 본 경영·기술지도사들은 크게 반발했다. 변호사와 세무사·변리사·노무사 등은 전문자격으로 인정하면서 이들 지도사들은 오히려 '컨설팅 경력 2년'과 동격으로 쳐주겠다는 조치만 나온 것. 논란이 커지자 경영·기술지도사들도 다른 전문자격과 동급으로 인정해 주는 수정안이 나왔다.

일단 해프닝으로 끝나는 양상이지만, 지도사 제도에 대한 당국의 몰이해를 극명히 드러낸 만큼 비슷한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지나온 컨설팅 지원 제도에서 지도사들이 차지해온 위상을 볼 때, 이런 현재의 당국 정책 기류는 법리상 문제가 있으므로 짚어야 할 필요가 대두된다.

◆법규명령 대 행정규칙, 컨설팅은 비독점적 영역이라 당국 마음대로?

지도사 제도는 중소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뿌리를 둔다. 이 법은 경영지도계획을 세우고 집행할 근거이기 때문.

이 법 제43조에서는 지도계획의 수립 의무를 정하고, 제 44조에서 지도실시기관의 지정 그리고 그 기관에 대한 출연(자금 지원) 가능성을 언급한다. 제45조는 지도기준의 작성 문제를 거론한다. 이런 지정기관 중 하나가 바로 '사무소를 설치한' 지도사이고(시행령 제39조 참조), 이를 위해 법에 자격증 제도(법 제46조)를 예정해 두고 있다.

지도란 촉진행정의 일환으로, 컨설팅보다는 좁은 개념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것 같다. 즉 컨설팅의 전체 범위 안에 지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본다는 데 중기부와 일선 경영지도사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또한 취재 과정에서 컨설팅과 지도의 범위 문제를 묻는 질문에 중기부 관게자는 "컨설팅 사업은 비독점적 사업으로 자격이 없어도 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문제는 지도를(지도 의무를) 규정한 법조문을 가지고 범위가 더 넓은 컨설팅 지원에 대한 근거 조항으로 삼을 수 있느냐다.

중기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인데 그 바탕이 되는 근거 규정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법 제43조와 제44조인데 출연 규정이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컨설팅 사업은 해당 과에서 직업 하는 게 아니고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과연, 지도 문제의 기본 규정에 의해 지원 사업 공고라는 행정규칙을 만들고, 그 행정규칙에서 △지도사를 컨설팅 관련 전문자격으로 보지 않고 경력 2년으로 환산하면 된다고 정하거나(지난 2월에 처음 발표됐던 올해 관련 공고의 내용) △경영·기술지도사를 컨설팅 전문성 영역에서 변호사나 세무사 등 다른 자격증과 동등하거나 더 밑으로 판단하는 게 옳은가?

우선 중기부 관계자의 관점대로 보면, 컨설팅의 일부분인 지도에 대한 규정이 있으므로 이를 기반으로 법, 그리고 시행령에 따라 사업을 추진하고 필요한 경우 세부안을 위임하는 행정규칙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또 법 제45조에서 지도계획을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하여 경영 및 기술지도에 필요한 지도의 대상, 절차, 지도 결과의 측정과 평가, 지도의 수행 촉진 기준 등을 '공고'한다고 하였으므로 해당 기술적 내용은 막바로 행정규칙(고시나 공고 등)으로 바로 정할 가능성도 예견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진신고 감면제도 운영고시 판결과 유사하다. 즉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어떤 처분의 근거가 행정규칙에 규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처분이 상대방에게 권리 또는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경우에는 그 행정규칙에 의한 처분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다"라고 했다(대법원 2012.9.27.선고 2010두3541판결).

따라서 지도사들은 내용에 문제가 있을 경우 행정처분임을 이유로 항고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법규명령이든 행정규칙이든 '홀대는 문제' 결론 가능

두번째, 중기부 관점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지도는 오히려 더 좁은 개념인데, 이 관련 규정만을 가지고 어떻게 컨설팅 일반의 법규명령을 만들겠는가?'라는 주장이 나올 수 있는 것.

이런 관점에서는 중소기업청이 만든 '컨설팅 지원사업 계획 공고'란 처음부터 위임 근거 없이 그저 내부적인 규정으로 태어난 것에 불과하게 된다.

논리적으로는 우수하지만 이렇게 되면 다른 문제점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든다. 해당 공고 내용에 불만이 있어도 행정청 내부 규정이므로 그 타당성을 따지는 데 한계가 생길 수 있다는 걱정이 그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해법이 있다. 컨설팅 사업 지원은 시혜적 조치이고 자격증 소지자 등 컨설턴트 등이 얻을 이익은 반사적 효과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그런 영역에서의 신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다만 재량권 행사의 준칙인 행정규칙이 그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루어지게 되면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기관은 그 상대방에 대한 관계에서 그 규칙에 따라야 할 자기구속을 받게 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에 위반하는 처분은 평등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되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 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9두7967 판결)"고 했다.

기록을 찾아보면, 당국은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사업 계획 공고를 해마다 냈던 것으로 보인다. 2019년 2월에 기술사의 자격을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고 오히려 변호사와 노무사, 변리사, 세무사 등만 전문자격증 소지자로 보았을 뿐, 그 전해인 2018년 한 해를 거슬러 올라간 2017년에는 이들 자격이 오히려 거론이 되지 않고 기술사와 지도사만 전문자격증으로 우대받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지가 조사한 바로는 2014년의 컨설팅 지원사업 계획 공고에서도 기술사와 지도사만 등장할 따름이지 변호사 등은 거론되지 않는다(2014년의 공고는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로 승격되기 전이어서 행정규칙 코드가 '중소기업청 공고 제2014 - 60호'이다).

즉, 경영·기술지도사와 기술사만을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사업의 전문적 컨설턴트로 정하고 부수적으로 해당 영역에서 컨설팅 실무를 쌓은 자를 컨설턴트 자격 인정 가능자로 보는 게 '적어도 5년의 관행'으로 형성돼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하겠다. 그런데 이를 다시 일거에 뒤집어 변호사나 세무사, 노무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라든지(2월21일 수정안) 심지어 지도사는 컨설팅 영역의 전문자격사도 아니라는 규정(올해 첫 발표안)은 '판례가 말하는 행정규칙이지만, 특수한 재량권 일탈로 봐야 하는' 케이스가 된다고 하겠다. 

◆적어도 5년 관행, 전엔? '쿠폰제 컨설팅'시대 지도사 위상은…

그럼 본지가 확인한 옛 자료, 즉 2014년 이전에 이뤄진 당국의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사업 시행 제도에서 지도사와 여타 관련 자격증 소지자의 우위, 지도사와 자격증 미소지자로서 컨설팅 현업 경력을 쌓은 자의 우위 관계는 어떠했을까?

그 이전에도 지도사들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높고 이들이 컨설팅 영역의 주축이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관련 당국 내부에서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07년 4월18일 여러 언론이 보도한 바를 보자. 이날 중소기업청(오늘날의 중기부)이 발간한 '2006 중소기업 컨설팅산업 백서'에 따르면 20인 이상 중대형 업체는 전체 2천432개사중 8.6%에 불과하지만 매출액은 73.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10인 미만 컨설팅사는 전체의 80.6%이지만 매출 비중은 16.7%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른바 컨설팅 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극심하다는 우려스러운 집계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언론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이 실태조사에서 중소기업의 높은 컨설팅 수요에 비해 국내 컨설팅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고 판단, 컨설팅사의 대형화와 우수한 전문 인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또 그 구체적 방안들로 중소기업청은 △타 전문분야 컨설팅사 간 전략적 제휴에 대한 정책적 지원 △경영·기술지도사 자격시험 강화 △ 컨설턴트 성장단계별 교육 등을 든 것으로 보도됐다. 여기까지 보면, 자격증 없는 컨설턴트보다는 지도사들에게 컨설팅 영역의 주축을 맡겨보려는 의지를 추정해 볼 수 있다. 다른 자격증 소지자들을 끌어들이는 문제도 병행하는 것으로도 보이긴 한다. 일종의 서로 경쟁 붙이기로 볼 여지가 없진 않다. 그러나, 이는 다른 문제를 겹쳐 볼 때 해소가 가능한 오해다.

지금의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사업 이전에는 쿠폰제컨설팅사업의 형식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가동됐던 것으로 보인다. 오래 전 자료라 모든 내용을 생생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이 쿠폰제컨설팅도 현행 제도처럼 중소기업의 컨설팅 참여를 유도하고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제도인 기본 골자는 같다. 아울러 이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이용 가능한) 컨설턴트의 DB를 구축하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예를 들어 2009년 쿠폰제컨설팅 윤곽을 알아보면, 참여 컨설턴트의 자격과 처우 DB를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다. 즉 전체 컨설팅 영역을 그 해에는 6종으로 정했는데, 이들 전 영역에서 지도사는 전문 자격사로 인정을 당당히 받고 있지만, 변호사·노무사 ·세무사 등의 활약을 인정하는 영역은 3개에 불과하고 여타 금융 자격증을 요하는 영역도 일부 있는 등 전체적으로 지도사를 다른 전문자격증 소지자에 비해 우대하는 상황이 형성돼 있었다.

2009년도 쿠폰제컨설팅 제도의 시행과 컨설턴트 자격 요건. 당시 중기청에서 요건을 정하였지만 해당 자료화면은 다른 기관에서 소개해 올린 것을 간접 인용. ⓒ 한국경영기술지도사회

사정이 이렇고 보면, 2000년대 초반의 쿠폰제컨설팅 시행의 시대나,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의 각 연도 중소기업 컨설팅 지원사업 각 계획 공고들의 시대 모두에서 지도사를 변호사나 노무사, 세무사 등 대비 오히려 더 컨설팅에 적합한 전문가로 평가하고 실제로 그렇게 우대해 왔다고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컨설팅 영역에서 비자격 종사 경력자들을 모두 일거에 내몰고 관련 사업을 여타 전문 자격증 소비자들도 넘보지 못하게 해 놓고 '지도사만의 이권 독식'을 하자는 극단적 주장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적어도 컨설팅이 지도를 더 잘 하기 위한 유관 개념이고 그런 인식 하에서 지도사 우대가 관행으로 있었던 것도 사실인 만큼, 지도사를 홀대하거나 배제하는 비정상적 논리를 펼치는 최근 시도는 지양하는 게 옳겠다. 또한, 그런 시도가 향후에도 존재한다면 위의 각종 법리를 이유로 법정공방을 해서 명쾌히 답을 얻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결국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또 이를 위한 지도와 컨설팅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도사의 몫을 계속 쳐내고 내모는 대신, 자긍심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운영하는 게 옳지 않겠느냐는 문제 제기가 힘을 얻을 수 있다. 물론 그 반대급부로 책임과 전문성 강화의 무거운 짐을 지도사들에게 지우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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