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셔티브 없는 한일 해저터널, '일본 하청기지화' 부채질만

2018-10-10 15:42:49

- 경제공동체·철도 어느 측면서도 국익과 겉도는 개념 우려 부각

[프라임경제]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주도적 관점을 '이니셔티브'라고 표현한다.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한반도 위기가 한창 고조되고 북한이 핵해제에 부정적 입장으로 일관하던 때에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의 고착화를 전망하기도 했다. 

이런 논의는 미국과 일본과의 경제적 유대감을 높이는 쪽으로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쪽으로 연결될 소지가 크다. 다른 한쪽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우리가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게 이어지고 있고(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통상전쟁 전망과 대응' 전문가 설문조사),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도 미국 내 중간선거(11월) 이후에나 추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동북아 경제권을 둘러싼 G2간 패권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게 당분간 불가피하고, 북한의 핵해제 역시 아직 공회전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런 상황에 문재인 정부가 유라시아 철도 구상을 향한 움직임을 이어나가는 점은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우리는 최근 유라시아 대륙철도망 운송협정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정회원 자격으로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 조직체의 연원을 살펴보면 왜 우리가 이제서야 가입을 할 수 있게 됐는지 이해하기 쉽다. OSJD는 철도가 지나는 북한·중국·러시아·동유럽권 등 28개국으로 구성된 협력체라 냉전시대엔 우리와 결코 우호적이지 않은 채널이었다. 이번에야 한반도 평화기류 상승으로 물꼬가 트인 것.

이는 한반도종단철도(TKR)를 구축해 평화 기류를 닦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과 러시아 등과의 철도 연결을 도모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경부선과 경의선을 거쳐 신의주에서 중국횡단철도(TCR)를 거쳐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연결할 수 있는 것이다. 혹은, 부산이나 서울에서 원라선(원산∼나진)-하산을 거쳐 만주횡단철도(TMR)를 활용,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연결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여기에 부산을 관문으로 동북아철도와 각종 여타 물류망을 구축하는 아시아적 구상도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다.

◆철도 이니셔티브와 겉도는 한일 터널, '전략적 모호성' 낭비

이런 철도 구상은 경제적 편익으로만 이야기하거나 추진할 수 있는 것일까? 여기에는 정치적 고려와 국익 전반의 철학이 빠질 수 없다.

북한과의 철도 이슈만 우선 보자. 2017년 1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내놓은 '남북한 경제통합 분석모형 구축과 성장효과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47년까지 30년간 '7대 남북경협사업'을 추진했을 때 남한이 얻을 수 있는 경제성장 효과는 총 169조4000억원.

이런 가운데 철도·도로연결사업의 누적성장효과(2018~2047년)는 총 94조2000억원이다. 하지만 남한의 누적성장효과는 1조6000억원인 반면, 북한은 92조6000억원이다. 초기 건설기간에는 남한의 성장효과가 높지만, 완공된 후에는 북한의 성장효과가 더 높게 나타난다고 KIEP는 짚었다.

간단히 말해 북한과만 철도를 연결해서는 타산부터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굳이 한반도 철도 구상, 유라시아 철도 구상을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자체의 사업적 경제 가치 이상의 큰 그림에서 가능하다. 

한반도의 철도를 연결하는 문제는 유라시아 철도 이니셔티브와 연결지을 때 국제정치적인 구상에서 논의할 문제로 평가해야 한다. 큰 토목사업이라는 것은 큰 그림이 아니라, 지엽적 판단에 그친다. 국익적 관점에서의 논의여야 한다는 것.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보수 정부로 정권 교체가 향후 일어나더라도 평화와 교통을 연계하려는 구상은 그 자체로 힘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외교 및 경제전략을 구사한다는 '전략적 모호성'으로서 동북아 철도 구상, 그리고 유라시아 철도 구상의 전략적 가치가 높다.

그런데 한일 해저터널은 그런 구상과 부합하지 않는 담론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과거 러시아나 중국과의 연결과 교류가 크지 않았던 때를 기준으로 했을 때에는 그런 일본과의 협력이 갖는 효용과 의미가 어땠을지 모르겠으나, 현재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서는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것.

편하게 생각하면 남북러 vs 한미일 갈등의 거의 모든 등장 주체를 철도로 연결하면 좋지 않냐는 식으로 한일 해저터널을 유용하게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 한국이 전략성 모호성을 갖고 가는 논의에서 여러 경제적 협력과 철도의 균형을 잡는 것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여야 맞고 그런 치열한 고민에서 국가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것이지, 일본 등 주변국을 모두 주인공화하면서 우리는 길만 빌려주자는 패배주의까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말로 미화할 수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 들어 노골화되고 있는 미국의 국익 최우선화 기조는 미국과의 협력을 유지하되 중국과 어느 정도의 긴밀성이나 러시아와의 협력을 구축하는지를 놓고 추를 계속 옮기는 작업을 요한다.

단순히 미국의 글로벌 운영 구상에 완전히 결합하는 수를 빨리 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부수적 이슈인 일본과의 각종 연결 무리수를 지나치게 빨리 택할 필요는 더욱 없는데, 철도를 다 연결하는 길에 일본에까지 해저터널을 열어주자는 그림에 한국이 굳이 일본처럼 열을 올릴 이유가 크지 않다. 

◆철도 이니셔티브와 겉도는 한일 터널, 한중 터널 차라리 유의미

특히나 북한, 러시아와 중국을 함께 잇는 철도망을 구상할 때 종착역이자 시발점인 우리나라의 부산은 해운과 도로 육상 물류망과 함께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 그런데 한일 해저터널 논의는 이런 장점을 모두 포기하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대목이다.

차라리 한일 해저터널은 협상카드로서의 의미가 크지 않으나, 유라시아 철도 연결 구상과 한중 해저터널을 연계하자는 안은 오히려 현실적으로 국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중 해저터널을 뚫어 놓게 된다면, 중국을 횡단하는 TCR을 통해 유럽 및 시베리아와 연결할 수 있게 되고 이는 북한이 유라시아 철도 연결 이후에도 군사적 몽니를 부리며 한반도 관계를 재차 경색시킬 위험에 대응해 우리가 철도 운영을 한층 탄력적으로 할 수 있는 비상구가 된다(일명 '북한 리스크'를 배제하는 차원에서의 한중 해저터널 전략 구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2016년 6월 발표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관점에서의 한중해저터널과 목포제주 해저터널의 선택 전략' 논문, '국제상학' 학술지 제31권 2호의 176-179면).

이런 점에서 보면, 일본과의 경제적 협력 유대 강화라는 또다른 국제정치적 혹은 글로벌 무역적 편의에 비춘 국익 검토에서 그 이상의 반대급부가 보장되어야 그런 선택을 하는 게 더 옳다.

그런데 한일 해저터널 이야기는 장밋빛 구상이긴 하나, 그런 손익계산서의 구상이 빠져있다. 우리는 일본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듯 하면서도 막상 그렇지 못한 모호한 상황에 서 있다.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과거 추진됐으나 결국 결렬됐고 현재 일본이 주도하다시피 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우리가 동참해야 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자칫 이 동참 기회를 놓치면 나중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걱정을 하는 이부터, 미국이 빠진 상황에서 굳이 이 CPTPP에 들어가는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CPTPP에 참여하면 사실상 일본과 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일어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제조업이 대단히 큰 타격을 볼 수 있으므로 이런 논의 자체도 신중히 추진되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CPTPP 함수 복잡, 터널부터 열면…JIT 하청기지 전락 자충수?

유라시아 철도 구상으로 작게는 한반도 평화 정착, 크게는 유라시아 전반 특히 동북아 물류 환경의 개선이라는 효과를 노릴 때에도 한일 해저터널의 요긴성은 크지 않다.

▲현재에도 이미 일본 후쿠오카 등과는 1일 생활권이 구축돼 있어, 해저터널 등의 추진 필요성이 지적이 대두된다. 일본측 이익에만 경도된 게 해저터널 구상이라는 것. 사진은 부산발전연구원의 2012년 물류 분석도. ⓒ 부산발전연구원

이미 일본 후쿠오카와 부산권은 1일 물류권으로 묶여 있는 상황인데, 굳이 여기에서 우리가 터널 구축으로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 오히려 단순히 부산항의 항만 물류 기능을 일본에 넘겨주는 종착지 효과의 포기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것.

CPTPP에 한국이 가담하고, 한일 해저터널을 활용한 물류 편익성이 상승할 경우 가장 득을 볼 것은 오사카 혹은 더 동쪽에 위치한 나고야 등으로 예상할 수 있다. 나고야권에 위치한 일본 제조업체가 한국의 부품업체 등을 하청기지화해서 누릴 수 있는 효과 외에 실상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는 별반 없다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장기적으로 보면, 일본 기업이 물류 창고에 한국산 부품을 쌓아놓지 않고 한일 해저터널을 통해 적시에 실어나르는 JIT(Just-In-Time) 구상에 우리가 협력한다는 외에 크게 의미있는 효과가 있겠느냐는 한일 해저터널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것.

이런 상황에서 해저터널 등 개별 이슈는 학문적 관점에서 치열하고 순수하게 연구하거나 토론할 길은 열어두되, 그것을 거론하거나 추진하는 점에서는 종합적인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신중히 다뤄질 수 있도록 모종의 관리 개념을 택할 필요가 제기된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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