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복요리를 '산업전사의 음식'으로 바꾼 명소, 부산복집

2018-10-10 18:08:11

- '바뀌어야 살아남는다' 철학 성공해…정부 '백년가게'로 지정 경사 "3대 잇겠다"

[프라임경제] 금년 8월과 9월에 걸쳐 중소벤처기업부는 '백년가게'를 선정한 바 있다. 도소매업부터 음식점 등 각 영역에 걸쳐, 지속성장의 가치를 실현하는 소상공인 성공모델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에서 뽑은 것으로 백년가게 현판을 얻는 영광을 차지한 업체는 총 30개에 불과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백년가게라는 이름은 과거부터 이어온 명성에 주어진 훈장인 동시에 미래지향성을 담고 있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 30개 업체 가운데 특히 서울 중구 충무로의 '부산복집'은 오래됐다는 백년가게(노포)의 의미와 앞으로 백년을 이어갈 가게라는 두 가지 의미 모두에 걸맞은 사례로 꼽을 만하다.

◆활기차던 충무로 '도전정신' 상징하는 업소

▲손질을 기다리는 복어의 모습. 사진은 복 중에서도 인기가 높아 비싼 참복이다. ⓒ 복 주는 집

한때는 영화의 중심지였고, 지금도 인쇄업의 메카로 꼽히는 충무로. 하지만 과거 명성처럼 화려한 거리 모습을 지금 기대하기는 어렵다. 충무로 활력의 원동력이자 터줏대감격인 영화 기획사들은 이미 90년대말부터 강남으로 옮겨갔다. 전통있는 영화관, 국도·스카라·명보극장 등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현재는 대한극장만 명맥을 잇고 있는 상황.

인쇄업 역시 디지털인쇄 시대로 대세가 변동되면서 업종 자체가 쇠퇴하고 활력 자체가 떨어지는 것을 피하지는 못했다. 크고 작은 인쇄소 중 일부가 남아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런 점에서 역사와 변화 모든 면에서 부산복집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2대째 가게를 잇고 있는 최상해 사장은 "1968년 부산 출신인 아버지와 고모가 대구에서 처음 복 장사를 시작했고 1976년 서울로 옮겨 가게를 열었다"고 전한다. 그는 "이후 모친(김옥진 여사)이 뒤를 이었다. 1987년에 확장 이전하면서 지금까지 충무로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와 서울로 무대를 옮기면서 살아남은 비결 중 하나로 최 사장은 도전적인 메뉴 개척을 꼽는다.

▲백년가게에 선정된 충무로 부산복집. ⓒ 프라임경제

부산복집과 최 사장 역시 부산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과거 복 요리는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즐기던 식도락의 성격이 강했다. 고급 요리지만, 위험하다는 인식과 비싼 가격, 그리고 제한된 요리법에 묶여 있었던 것.

따뜻한 정종에 복어회 혹은 복어탕을 곁들이는 이미지가 굳어졌고 아직도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부산복집은 대중화를 표방했다. 복어는 원래 껍질이나 내장, 알 등을 먹지 않는다. 기름진 맛과도 거리가 있다. 탕이나 전골을 끓이는 등 제한적 요리법으로는 여름 등 계절에 손님을 끌기 어려운 한계도 있다. 이런 점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편으로 복어의 담백하고 쫄깃한 식감을 잘 활용한 복불고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인근 극동빌딩을 중심으로 충무로 주변 더 멀게는 시청, 을지로 등에서 일하던 '산업전사'들은 저녁에는 선술집을 찾아 거리를 누볐다. 이 청장년층이 새로운 음식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복불고기에 이어 샤브샤브 열풍이 국내에 들어온 이후에는 복어 샤브샤브 메뉴를 내놓으면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달지는 않지만, 고추장 베이스로 대중적인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양념을 한 게 오래 사랑을 받은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적당한 가격에 저녁 겸 술안주로 즐길 수 있다는 복어의 새로운 면을 사람들에게 알렸다"는 자랑이다. 담백한 맛을 느끼하지 않게 살려낸 복어 튀김도 이 가게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부산복집에서는 비싸기만 하던 복어 요리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복불고기를 내놨다. 일을 끝내고 술을 곁들일 수 있는 부담없는 별미로 재해석한 것. 튀김도 회심의 역작이다. 70년대에서 80년대 이 가게의 음식을 맛본 산업전사들이 여전히 그 시절 추억의 힘으로 단골로 이 가게를 찾는다. ⓒ 프라임경제

부산복집도 물론 고급 요리인 참복도 물론 취급하고 자신있게 다룰 수도 있지만, 새롭게 '산업전사들을 위한 안주'를 내놔 호평을 받은 것이 남다른 생명력과 경쟁력을 부여했다.

그래서 최 사장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이 집 음식을 먹어본 이들은 그때의 감흥으로 여전히 이곳을 찾는다. 

그런데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요즈음 젊은이들도 블로그 등 입소문을 통해 이곳을 찾아오고 있다고. 새 손님들이 단골층으로 편입되고 있는 것을 보면, 도전적인 메뉴가 갖는 힘은 여전히 강한 것 같다는 것.      

본재료보다 부재료가 더 중요? '새벽 일'하려면 강철 체력 필수

새 메뉴 몇 가지 개발해 놓고 덕을 보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최 사장 역시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복어를 안전하고 맛있게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복어 요리에서는 미나리 등 부재료가 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어느 철까지 어떤 채소를 써야 할지 어느 때 이후에는 질겨져서 다른 채소로 갈아타야 할지 등을 모두 신경써야 한다. 

"예를 들어 (미나리 명산지인) 청도 같은 데선 3월 이후엔 맛이 떨어진다며 출하를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주르르 음식의 수급 상황을 꿰던 그는 "금년 여름처럼 폭염 등 이상기후가 있는 때에는 고려할 점이 더 많아진다"고 애로사항을 덧붙인다.

▲자신의 아이들까지 3대를 잇는 가게를 꿈꾸는 최상해 사장. ⓒ 프라임경제

매일 새벽같이 들어오는 복어 물량을 받고, 독을 제거하는 한편 채소 등 식자재를 챙기러 오가는 것도 모두 사장이 직접 챙길 일이다. 최 사장은 과거 유도를 전공했던 만능스포츠맨. 스노보드 역시 취미를 넘어 수준급으로 탔던 그는 지금도 탄탄한 몸을 과시한다. 지금은 세 아이를 둔 가장이자, 백년가게를 이어간다는 자부심으로 그런 왕년의 체력을 경영에 쏟아붓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려서부터 복어집 사장 외에는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식은 다른 일을 시켰으면 하는 생각도 한 때 했다"고 회상하면서도 초등학생인 셋째가 식당 주인을 꿈꾼다며 자랑하고 있다.

"이번에 새로 찾아주는 젊은 손님들을 보며 다음 대에도 이분들이 계속 찾아주는 상상을 한다. 내가 아이 때 '상해야~' 하며 찾아주던 손님들이 그렇듯 말이다. 오래 사랑받을 수 있도록 한결같이 노력하고 싶다."




임혜현 기자 tea@newspr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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