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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P2P 펀딩시스템' 옥석 가려야 할 때

 

최낙은 ㈜파트너스펀딩 대표 | press@newsprime.co.kr | 2018.10.15 12:18:30

[프라임경제] PF(Project financing)는 그 자체로 아주 멋진 사업 진행방식이다. 대출을 원하는 차주(대출자)가 그럴듯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면 금융권에서는 그 사업계획서의 상품성만을 따져 대출을 해주는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아이템인 것이다.

초창기 저축은행 등에서는 토지구매자금, 공사비, 분양비용에 이르기까지 전체 사업금액 대비 80% 이상을 PF를 통해 자금 조달했다. 물론 지금은 LTV 기준 50% 이하로 위험성을 줄이고 있다. 사업의 주체로서는 가장 적은 투자금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부동산 개발사업의 정석으로 사용돼 왔다.

금융권의 입장에서도 PF는 참으로 매력적인 상품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 금융권에서 앞다퉈 PF 상품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충분히 공감된다. 2016년 기준 전국의 PF 대출금액은 32조3820억원대로 386개 사업지에 대출했다.

이는 개별 사업지 평균 380억원의 대출이 진행됐다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저축은행에서 PF금리는 평균 4%대 15년 이상의 장기 대출로, 단 한 번의 대출로 꾸준한 수익이 발생하는 효자상품인 것이다.

저축은행에서 개개인을 대상으로 1억원 이하를 대출했을 시 평균 500명 이상의 대출자가 필요하며, 대출 기간 역시 3~5년으로 PF 대출 대비 짧다. 다시 말하면 저축은행에서 PF 대출 1건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일반인을 대상으로 얻으려면 1500건 이상의 일반대출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PF 대출심사와 일반 대출심사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1:1500의 대출 건수에 들어가는 인력과 심사비용을 생각할 때 PF대출의 비중이 높을수록 저축은행에서는 유리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렇게 대출자의 입장에서도, 금융권의 입장에서도 최고의 상품일 수밖에 없는 게 PF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PF 대출 중 단 한 건만이라도 부실이 발생한다면 일반인 1500명의 대출이 부실로 이어지는 것과 동일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2008년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PF 상품의 부실이 시작됐으며 결국 저축은행 7곳의 영업정지로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마무리됐다.

참으로 긴 서론이었고 본격적으로 PF상품과 P2P 펀딩과의 연계성을 살펴보자면, 앞서 언급한 2011년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금융권에서는 PF대출에 있어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대출자의 자격요건도 까다로워진다.

또한, LTV 적용을 강화go 50% 이내로 제한하는 금융권도 생겨난다. 사업주로서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겨났다. 기존 PF 대출의 경우 사업주와 토지주가 공동사업으로 진행할 수만 있다면 토지매입대금을 활용해 PF 대출의 부족분(20% 내외)을 충당하고 충분히 준공하여 분양까지 완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LTV 50% 이내로 PF 대출을 제한할 경우 토지매입대금을 모두 공사비용과 분양에 사용한다 해도 20~30%의 자금이 부족하게 된다. 이렇게 자금이 부족한 사업자와 P2P펀딩이 만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P2P 시장의 자금은 급속도로 PF상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P2P 회사로서도 대출의 규모를 늘려 회사의 덩치를 키우는 걸 제일의 목표로 삼고 있으며, PF상품이 아닌 것으로 10억 원대 이상의 대출 상품을 찾을 수도 없다. 그렇게 2018년 현재 P2P 시장에서 PF로 흘러간 돈이 2조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충분한 자기 자금과 PF를 통한 금융권 대출금을 가지고 공사와 분양까지 완료할 수 있는 튼실한 사업자라면 부동산 경기의 하락에도 다소 주춤할 뿐 사업진행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업자라면 돌발 상황에 추가금의 지급이 발생하거나 PF로는 부족한 사업자금을 추가 대출하기 위해 P2P 펀딩의 상품으로 제작하려 할 것이다.

정상적인 금융권에서 취급하는 상품이라면 사업주가 아이템을 기획하고 그에 따른 자금 계획을 세우고 PF 대출을 의뢰한다. PF 대출에 따른 사업계획서대로라면 분명 PF 대출로 인해 모든 사업의 공사부터 분양까지가 정상적으로 끝나야 한다. 추가금을 필요로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부실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P2P 시장에서는 이러한 상품들이 대단히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다.

'1금융권에서 PF대출을 했다', '**증권사에서 PF대출을 한 상품이다', '00 저축은행에서 PF를 한 상품이다' 등으로 포장해 상품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한 상품들은 시장에서 요구하는 안전성에 현저히 못 미치는 상품들이 P2P 시장에서는 대마불사의 이상한 논리를 적용하고 온전한 것처럼 포장해 2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들인 작금의 현실은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은행의 저축이자가 최대 2%가 넘지 않는 초저금리 시대에 다수의 일반 투자자들이 소액을 모집해 사업성 있는 아이템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P2P 펀딩의 시스템은 소액투자자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업자 사이에 아주 훌륭한 상생의 모델로서 꾸준히 발전시켜 시장규모를 키워야 할 투자시스템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펀딩 사업자의 안주하는 사업구조와 투자자의 안일한 검증이 지속된다면 제2의 저축은행 사태라고 불릴 수 있는 P2P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최낙은 ㈜파트너스펀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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